그런 건 찾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거/라/구/요/!
끈질기게 따라다니지만 생각할수록 어딘가 헛헛한 기분이 들게 만들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모르겠어서 괴롭기만 한 고민이 있습니다
도대체 나는 좋아하는 게 뭐지?
잘하는 건 있나?
대체 나는 누구일까?
이런 것들입니다. 가끔씩 불쑥불쑥 찾아오는 이런 질문들은 잘 살고 있는 일상들이 갑자기 보잘것없어 보이게 만드는 희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죠.
어떤 날은 작정하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 고민해봤어요. 핸드폰도 끄고 노트 한 권, 펜 하나만 들고서 야심 차게 카페로 향했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좋아하는 걸 하나씩 노트 위에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어떤 날은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고, 어떤 날은 달달한 연유 라테가 좋기도 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딱히 지금 하고 있는 운동은 없더라고요. 또 하루 종일 음악을 듣기는 하는데, 후렴구 외의 가사를 줄줄 외울 정도는 아니고, 가끔 콘서트를 가긴 하지만 통장이 텅장이 될 때까지 쫓아다닐 정도는 아니거든요. 이렇다 보니 썼다 지우길 반복하거나 막상 쓰더라도 정말 내가 이걸 좋아하는 게 맞을까 싶더라고요. 좋아하는 것도 이런데 잘하는 것을 찾는 건 어땠겠어요. 결국 하나도 건지지 못한 채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처음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대학생 시절 심리학 수업을 들으며 배웠던 두 가지 사고방식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땐 교수님이 '지능'을 예시로 들어서인지 잘하고 못하는 것,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까지 연결해볼 생각은 못했었나 봅니다.
사람들은 고정형 또는 성장형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재능이나 지능이 고정된 것이라고 믿거나 혹은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전자의 경우에는 IQ 테스트나 시험 성적 등에 의해 평가받은 지능이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지금 당장의 능력치가 어떠하든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이렇게 글로 접할 때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은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저도 그러니깐요. 그렇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 많은 경우에 나의 재능이나 지능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쉽게 포기해 버리거나 이를 토대로 다른 사람을 평가해버리곤 합니다. 천재라는 표현도 그렇죠. 고정형 사고방식, 그러니까 지능이 타고난 것이라고 믿는다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이면의 수없이 많은 노력을 천재란 표현으로 일축해버리게 되는 거죠. 이전 글에 썼던 '남들보다 노력하는 게 부끄러울 때가 있다'도 고정형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에 자꾸만 노력하는 모습은 감추고 싶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뛰어난 능력을 타고난 것처럼 보이고 싶으니깐요.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자신이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세요. 제게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솔직하게요.
고정형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는 편인가요,
성장형 사고방식대로 생각하는 편인가요?
만약 고정형 사고방식이 부정적으로 느껴져 왠지 대답하기 꺼려진다면, 영원히 고정형 사고방식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요. 아직까지는 고정형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왔더라도 이제부터 바뀔 수 있단 믿음을 갖는 게 성장형 사고방식의 시작이니깐요.
그러니깐요.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도 타고난 게 아니에요. 그러니 백날 찾아봤자 없죠.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면,
내가 뭘 좋아하고 싶은지, 뭘 잘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세요!
말장난처럼 느껴질 순 있겠지만, 두 가지는 다릅니다. 달라요.
날 때부터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이 정해진 채로 태어나는 게 아닌데 찾을 수 없는 게 당연하죠. 그러니 자꾸만 내가 누군지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내가 누군지 모르겠고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죠. 특히 좋아하는 건 더 그렇습니다. 내 마음이고 내 감정인데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 찾지 말고 만들어 가야 합니다.
내가 지금 좋아하지 않더라도,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멋있게 느껴지고 닮고 싶다면 지금부터 좋아해 보면 되죠. 그리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조금씩 바꿔나가면 됩니다. 주말마다 달리기를 시작할 수도 있고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해볼 수도 있겠죠. 그리고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사실은 그렇게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었구나 깨달을 수도 있어요. 그럼 최소한 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구나 그렇게 또 하나 나에 대해 알아가는 거죠. 아니면 운동을 꼭 해야만 하나요? TV로 보다가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직관도 하러 가보고, 친구들 중에 야구 직관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모임을 만들어도 좋구요. 이렇게 만들어나가면 돼요.
삶이 계속되는 한 '나'도 계속해서 만들어 내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직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모르겠다면 당연한 거예요! 그것 때문에 고민하거나 괴로워하는 걸로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대신 오늘은 어떤 걸 좋아해 볼까 행복한 고민으로 채워 봅시다! 그게 또 아니면 어때요. 바꾸면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