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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초이스 Oct 12. 2020

까라면 까야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은데?

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

굉장히 꼰대 같은 제목으로 여러분들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나이스! 성공.

그렇지만 저희 회사 이야긴 아닙니다.

(보통 이렇게 말하면 마치 '내 친구 이야긴데 말이야'로 시작하는 내 이야기 같지만 아니에요. 진짜루..) 

하하. 농담은 여기까지 할게요.


여러분들은 매 순간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의 당위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



아니, 정정할게요.


여러분들이 매 순간 하는 일들에 당위성을 부여해본 적이 있나요?


예전에 누군가의 자서전에서 접했던 일화인데요. 누구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분이 어릴 적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전단지를 나눠주는 게 고역으로 느껴질 수가 없었대요. 어떻게 해야 이걸 빨리 다 나눠줘 버리고 쉴 수 있을까 그 궁리만 하게 되고 심지어는 그냥 바닥에 뿌리고 돌아가더라도 주인이 모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란거죠. 그런데 '내가 이 가게의 홍보대사다'라고 바꿔 생각해 보니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가게에 오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리고 전단지를 어떻게 나눠줘야 더 많은 사람들 전단지를 버리지 않고 읽어볼까, 더 나아가 과연 전단지를 나눠주는 게 정말 사람들을 가게로 향하게 할까, 혹시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 같죠? 지난날을 회고하며 어느 정도 포장한 걸 수도 있겠지만,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게 회사에서 말하는 주인 의식이라는 거겠죠. 내가 하는 일이 그냥 윗사람들에게 보여줄 보고 장표 하나 만드는 것이라 생각할 때와 이 보고 장표로 매출 1, 2억이 좌우된다거나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할 때는 작성할 때 태도도, 관점도 달라지겠죠.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pshlbs&logNo=221182208481&proxyReferer=https:%2F%2F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중요성과 당위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그걸 부여해주는 것도 리더의 역할 아닐까요?



이제는 어느덧 업무를 받기만 하는 때를 지나 누군가에게 요청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번갈아가며 업무를 받는 입장과 주는 입장에 처하곤 하죠. '하 진짜 왜 이렇게 밖에 못 해오는 거야.'와 '그럴 거면 처음부터 설명을 제대로 해주던가'를 오가곤 하죠. 아직은 위에서 떨어지는 업무가 더 많은 지라 윗사람이 명확하게 그림을 그려주고 이해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업무를 주는 입장일 때 그게 더 와 닿습니다.


핑계이긴 하지만 업무가 소나기처럼 쏟아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무언가를 요청하거나 시킬 때 앞뒤를 뚝 잘라먹고 얘기할 때가 있죠. 급하니까 시킨 건데 막상 가지고 온 결과를 보면 결국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해 더 짜증 날 때도 많습니다. 이럴 때 종종 비와이보다 빠른 랩으로 다시 시키거나 그냥 속 편하게 제가 하고 말아 버립니다. 



보통은 업무를 주는 사람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면,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그 일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신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업무를 주는 쪽입니다. 그런데 앞뒤 맥락에 대한 설명 없이 A라는 제품을 퀵으로 빨리 보내라고 시킨다면 임무를 맡은 사람은 상황에 따라 일을 시킨 사람에게 자꾸만 확인할 수밖에 없게 되죠. 예를 들면 제품을 보내서 홍보 사진을 촬영하는 거라면 가지고 있는 제품들 중 그래도 제일 양품으로 보내야 합니다. 모서리 부분도 구겨진 게 없는지 정면으로 포장이 잘 된 것인지 또 보낼 때도 이동 중에 상처 나지 않도록 꼼꼼히 포장해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제품을 보내는 이유가 실제 색깔을 확인하거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함이라면? 똑같은 색상을 사용한 제품을 대신 보내 주거나 치수를 먼저 유선으로 알려주고 제품을 보내주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보내는 제품의 용도를 알지 못하면 좀 구겨진 제품을 보내도 되는 건지, 포장 없이 보내도 상관없는지 등 간단한 것들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주 단순한 업무라도 충분한 설명을 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이 다릅니다. 하물며 보고서를 쓰는 건 어떻겠어요? 이 장표를 가지고 상무님을 설득할 것인지, 부회장님도 설득해야 하는 것인지, 이 데이터로 사업을 접겠다고 해야 하는지,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 것뿐만 아닙니다. 전년 대비 매출 실기를 사전에 파악해 대비하고 싶다면, 단지 전년 대비 올해 예상 매출을 정리해오라고 말하고 끝내면 안 됩니다. 왜 해당 매출을 정리해야 와야 하는지, 해당 매출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누락하고 전년 대비 올해 예상 매출을 정리해오라고 하면, 아무리 정확하게 정리해오더라도 욕을 먹기 마련이니깐요. 


그러니까 바빠 죽겠는데 자꾸 상대방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아 짜증 나고 쓸데없이 또 열심히 해와서 답답하다면 가장 먼저 내가 앞뒤 다 잘라먹고 그냥 까라면 까라는 태도로 시킨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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