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에서 소통으로
정신과병원 여자 폐쇄병동에서 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얻은 지혜, 소중한 날들, 깊은 인연들을 담은 글입니다.
정신과일지 9 - 불통에서 소통으로
최근 우리 병동에서 원탑이라 꼽을 수 있을 만큼 너무너무너무(ㅠㅠ) 치료가 힘든 환자가 있었다. 치료진에게 욕설, 인격모독은 물론이며 타 환자들에게도 자극적인 말을 서슴지 않아 힘들게 하는... 정말 상대방에게는 말할 틈을 손톱의 때만큼도 주지 않는 "불통"환자 S였다.
나에 대한 평가, 모욕적인 말들을 흘려들으며 manage 하지만 귀에 들리는 걸 어떻게 완전히 무시할 수 있을까¿ 처음엔 다가가기도 싫었는데 내가 입원생활의 책임자니 피할 수 없어 그 사람말에 영혼 없이 응답해 보기로 했다.
S: "도대체 당신들은 제대로 할 수가 있나요? 당신들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당장 그년 부르라 하세요. 엄마인지 뭔지 하는 사람 때문에 내가 이렇게 됐잖아요!!!"
(굉장히 순화한 것이다ㅋㅋㅋ)
나: "아- 그래요~? 엄마 때문에 힘드셨구나! 너무 힘드셨겠다..."
S의 스탠스에 맞춰 듣기를 반복하다 보니, 나를 향한 모욕적 말보다 본인의 삶에 대한 분량이 더 늘어났고 나중에는 환자의 말이 아닌 내 말로 마침이 되는 대화도 이루어져서 너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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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한 개인지를 많이 들었듯, 일단 무조건 듣자. 내게 의미 없는 내용의 말은 흘려버리고 엑기스만 뽑아 효율적으로 manage 하자. 치료진으로서 핸들링해야 할 부분은 환자가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었을 상태로 끌어올려놓고 해야 효과가 있다.
인간관계도 똑같다. 정신병동에서 삶의 지혜를 아~~~~~주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