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일지 10

목적싸움

by 쁘미
정신과병원 여자 폐쇄병동에서 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얻은 지혜, 소중한 날들, 깊은 인연들을 담은 글입니다.


정신과일지 10 - 목적싸움

"이게 뭐야? 똥이잖아! 약 먹기 싫다고오~~! 내가 왜 먹어야 하냐고요!!! 어? 에스파 윈터... 태연? 저는 장애인이에요.. 으하하하 내가 아까 딸기 줬는데 안 먹었잖아요.. 못생기고 싶어요?"

증상적으로 사고이탈, 지리멸렬한 모습 보여 투약시간에 이 환자 하나 먹이는데 10분 이상이 걸려 치료진들 에너지를 쏙 빼놓는다. 본인은 아는지 모르는지..ㅠㅠ

나는 약을 꼭 먹여야 한다는 목적을, 그녀는 절대 먹지 않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매일 에너지 싸움을 하는데, 나는 환자를 어르고 달래 눈앞에서 스스로 먹기를 기대하지만 환자는 날이 서는 말들로 나를 콕콕콕 잘도 쑤셔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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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인내심 싸움이다! 누가 끝까지 버텨 목적에 도달하는가의 싸움! 뾰족한 환자의 말들에 짜증도 나고 겁을 줘 먹게 해볼까도 싶지만 그럴수록 환자는 반감만 더 심해진다.

이 싸움에서 내가 찾은 필승법은 두 가지다.
"인내, 그리고 승화"

내가 먼저 마음의 여유를 갖고 대화의 주제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서 긍정적 감정을 갖게 한 다음, 결국 투약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
인간관계도 똑같다. 불편한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과 여유, 상황을 리드할 수 있는 것은 인내와 승화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았다

** 제발 빨리 좀 드셔주세요 제발...ㅋ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