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자극
정신과병원 여자 폐쇄병동에서 간호사로서 근무하면서 얻은 지혜, 소중한 날들, 깊은 인연들을 담은 글입니다.
"아니, 선생님! 선생님들은 이렇게 약을 먹지 않고도 사회생활도 하고 직업도 갖고 하잖아. 근데 나는 나이가 70인데 죽을 때까지는 약을 먹어야겠지..? 병원에 와서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왜 집에만 가면 이웃집 사람들이 힘들다고 할까..? 약을 먹으면 몸이 굼뜨고 이상해서 집에서 약을 안 먹긴 했지... 먹어야지..."
라운딩 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속사포로 본인의 사정을 털어놓는 할머니환자. 집안배경이 좋고 구성원들이 다 엘리트라 이 환자분도 유명한 서울 소재 대학교 졸업자인데, 20대에 조현병 증상이 발병한 것이다.
이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은 병 때문에 겪었던 여러 가지 고통과 피해에 대한 한탄, 평범한 일상생활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는데, 치료적 측면에서 이러한 슬픔으로부터 주의를 환기시켜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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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님은 성품이 선하셔서 저희 직원들한테도 예쁜 말 많이 해주시고, 이런 질병을 갖고 있음에도 약을 계속 먹어 증상을 극복하려는 의지, 삶에 대한 노력들을 지금까지 계속하고 계셨잖아요. 이건 병이 없는 사람들보다 더 대단한 힘을 갖고 계신 거죠. 저라면 L님처럼 할 수 있었을까요?" (진심이다ㅎ)
"그렇지 그렇지? 이렇게 사는 것도 진짜 대단하긴 한 거야... 고마워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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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측면에서 주의를 환기시켜 긍정적인 측면을 보게 했더니 지금의 문제들이 별게 아니라는 듯 L님은 박장대소했다.
물론 이렇게 한 번 말했다해서 이런 한탄을 멈추는 건 아니고 다음 날 눈 마주치면 똑같은 말을 또 듣는다 ㅋㅋㅋㅋ
중요한 건 똑같다고 해서 가벼이 여기지 말고 긍정적인 면모를 볼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자극해야 하고, 이러한 긍정적 자극이 반복될 때 환자의 내면에 쌓여 양분이 되어 자란다.
혹시 당신에게 위와 같은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주의를 환기시켜 긍정적인 자극을 줘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