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우주에 간 고양이 피자를 먹다> 토론 2
우주에 도착한 고양이가 제일 먹고 싶었던 피자!
피자를 먹을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번번히 놓쳤던 고양이들을 어린이들은 그냥 한 입에 쏙 넣어 먹고 미션 수행하면 되잖아! 하면서 안타깝게 여겼었다. 그래서 마지막 미션까지 마친 후, 맛있게 피자를 먹으며 씨익 웃는 고양이 모습이 참 좋았다고 했다. 우리의 삶도 이 고양이의 피자 먹는 과정과 비슷한 것 같다. 내가 간절히 원하지만, 그걸 쉽게 얻거나 이룰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래도 간절히 원하고 노력한다면 그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일지 살펴보기로 했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을 받은 아이들은 지금 하고 싶은 것인지, 나중에 하고 싶은 것인지 물었다. 모두 된다고 했더니 신나게 리스트를 작성했다. 일종의 버킷리스트 같은 것이겠다.
아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각자 달랐다. 지금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과 나중에 이루고 싶은 꿈을 함께 적었다. 왜 그것을 원하는지 이유를 물으며 그 소원과 자신의 현재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보았다.
"왜 그걸 하고 싶어? 나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꿈이야."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라서 꼭 꼭 이루고 싶어."
"엄청 넓은 집을 갖고 내 맘대로 꾸미고 사는 것은 비현실적이지 않아?"
"내가 억만장자가 될 수도 있잖아. 미래는 모르는 것이니까 나는 꿈으로 간직할거야."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은 네가 할 수 없는 거 아냐?"
"내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간절히 바라는 것은 될 수 있어."
"핸드폰을 갖고 싶은데, 아빠가 안된다고 하셨어. 정말 속상하고 답답해."
"아빠 입장에서 왜 핸드폰을 사주지 않으시는지 생각해봤어?"
"누워서 뒹굴뒹굴하기는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 그게 왜 간절히 원하는 것이야?"
"우리집엔 동생이 많아서 혼자 뒹굴뒹굴할 수 없어. 동생들이 다 나가야 할 수 있는 거야."
"내 평소의 삶과 다르게 살면서 일탈해보기는 무슨 뜻이야?"
"내가 전혀 해보지 않을 것 같은 것을 실컷 해보고 싶어. 막 욕도 해보고, 겁나서 못했던 것도 그냥 해보고 싶어. 그래서 내가 아닌 것 같은 내 모습도 있다는 것을 알고 싶어."
"나도 그러고 싶을 때가 있어."
"나도 내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이 있는지 궁금해."
"내가 계속 변화하니까 일탈은 언젠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형이 없고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건 지금 불가능한 거잖아."
"그래도 간절히 바라는 거야. 지금 형이 있어서 너무 힘들거든. 힘은 내가 세지만 형은 내 마음을 자꾸만 찔러. 그래서 너무 아프고 불편해. 동생이면 좋겠어."
"나는 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동생들은 정말 말을 안 듣거든."
"나는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어."
"(언니가 있는 친구가) 언니는 별로야. 생각만큼 도움이 되지 않아."
"오빠도 마찬가지야. 나는 내가 첫째면 좋겠어. 그래서 오빠를 막 때려주고 싶어."
"이건 아무리 간절히 원한다고 해도 이루어지지 않는 거잖아."
"그래도 내 마음을 표현해보는 거야. 그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은 각자 간절히 바라는 것에 대하여 신나게 말했다. 왜 내가 그것을 원하는지에 대해 말하면서 자기 삶과 연결지어 현재 불만족스러운 점은 무엇인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현재 자신의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 친구의 삶에 대해 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내가 이룰 수 있는 것인지, 다른 이가 해줘야 하는 것인지, 나와 타인이 함께 노력해야하는 것인지 구별해보았다. 내가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살펴보고, 타인이 해줘야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따져보았다. 우리는 소원을 구체적으로 파헤쳐보면서 그 소원을 이루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나누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탐구 시간 소감을 나누었다.
- 나와 비슷한 꿈을 가진 친구가 있다는 것, 공감을 많이 받아서 좋았어요.
- 지금까지는 깊이 파고들어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평평한 땅을 두루 두루 살펴보면서 이야기한 것 같아요. 친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어서 좋았어요.
- 모두 다른 소원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과 관련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 이 꿈을 우리는 다 이룰 수 있을 것인지,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어요.
-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눈 것은 참 재밌었어요.
한 친구의 말대로 오늘은 어떤 개념을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지만, 각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면서 그 소원이 가진 여러 의미와 현재 삶의 모양을 살펴보았던 것이 의미있었다. 처음에는 이 소원을 이야기하는 것이 철학탐구일까? 그냥 수다와 비슷한 것은 아닐까 싶어서 우려했었는데, 그 소원과 얽힌 생각들을 풀어가면서 자신과 친구에 대한 '탐구와 이해'로 이어져서 참 좋았다.
; 동그래 선생님은 현재 어떤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나요? 아이가 물었다.
나? 혼자 도서관가서 책 읽기, 혼자 자기, 혼자 여행가기.
선생님은 혼자 있을 수 없는 상황이네요. 그러니까 그런 꿈을 꾸시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나를 촘촘하게 이해하고 공감해줘서 고마웠다.
소원 뒤 감춰진 현재의 삶을 안다는 것, 그리고 그 소원을 이뤄가는 미래의 시간들을 생각한다는 것,
참 가치로운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