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은호
요즘 은송이의 애교가 날로 날로 더 커져서 우리를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저녁을 먹으면서 은송이가 어깨를 들썩이고 춤을 추는데 얼마나 귀여운지 우리 모두가 깔깔 댔다. 그러는 중에 은호가
나는 평생 내 눈으로만 세상을 봐야 한다는 것이 좀 아쉬워
그게 무슨 말이야?
이렇게 재밌게 웃을 때 엄마의 눈으로 이 장면을 보면 어떨까 궁금해
엄마의 눈?
엄마는 우리가 사이좋게 웃으면서 지내면 어떤 마음일지 궁금해
아.. 나도 너희들 눈으로 세상을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평생 내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게 아쉬워. 눈을 바꿔가면서 세상을 보면 좋겠어.
오.. 재밌는 상상이다. 은수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어떨까?
모든 게 웃길 거 같아. 귀염둥이니까.
은유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어떨까?
막 새롭게 만들고 싶을 거 같아. 만드는 걸 좋아하잖아.
아빠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어떨까?
아빠는 똑똑하니까 더 자세하게 잘 볼 것 같아.
눈이 하나지만 여러 개의 눈처럼 보려고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내 눈은 하나니까 어려울 것 같아.
잠시 생각하고, 영화나 책 같은 걸 보면 좀 다른 눈이 생기는 것 같아.
라고 말해주니
그래서 내가 책을 좋아하나보다. 다른 눈을 찾고 싶어서.
그런 가보네..
은유는 듣더니, 나는 그런 생각 안 해봤는데 신기하다. 라고 말했다.
내 안에 갇히는 것을 아쉬워하고 넓고 다양한 세상을 알고 싶어하는 은호의 눈, 마음. 새롭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