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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래 Aug 24. 2023

나도 미용실에서 해냈어! 정말 뿌듯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5살 은수


우리 아이들은 미용실을 무서워했다. 낯선 사람이 가위를 들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다듬는 것이 편안한 시간은 아닐거다. 윙윙 대는 기계 소리도 무서울거다. 그래서인지 은호도, 은수고 5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미용실에서 헤어컷을 했다. 그 전까지는 손재주도 없는 내가 바가지머리로 잘라주든지, 이웃집 친한 이모가 잘라주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순 없으니 매달 머리카락을 다듬어야 할 때쯤이면 ”미용실에 가서 자를까?“ 물어 보았다. 그리고 2023년 5월, 만 4세 은수는 처음으로 미용실에 갔다. 세상에서 가장 멋져보이는 형을 따라 미용실에 가서 얼떨결에 의자에 앉았고, 미끌미끌한 천으로 몸을 덮고 미용사님의 손길을 기다렸다.      

”은수야. 기분이 어때? 이제 시작한대.“     

 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었다. 뿌듯한 표정이다.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실룩이는 작은 입술, 껌뻑껌뻑 눈을 떴다 감았다 하며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또 웃는다. ‘누가 뭐라든 상관없어. 그냥 나는 내가 참 맘에 들어.’ 라고 말하는 아이의 표정이다. 싹둑 싹둑, 머리 카락이 후두둑 떨어지고 아이는 싱글벙글 웃었다. 머리까지 감은 뒤 은수에게 어땠냐고 물으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 귀에 ”엄마 나도 형아처럼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잘랐어. 정말 뿌듯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해주었다. 미용실에서 헤어컷을 했다고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뿌듯해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얼굴 가득 웃었다.      

 이렇게 모두 처음을 한다. 처음이 없는 것도 있을까? 없을 거다. 모든 것엔 그 시작이 있다. 그 처음이 어떠했느냐가 인생에서 중요한 마음의 힘을 길러줄 것 같다. 그 처음이 성공적이었다면 다음의 처음을 기쁘게 도전할 테고, 처음이 실패였다면 다음 만나게 될 처음이 두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의 처음이 언제나 성공적인 것은 아니니 꼭 잘 될 필요는 없다. 처음이 성공했다고 그 끝까지 성공한다는 것도 아닐거다. 그러니 우리는 그 처음의 것이 다가올 때마다 그냥 계속 하는 태도와 마음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할테다. 중요한 것은 그냥 해보는 마음일 거다.(나는 그걸 중걍마,라고 부른다.) 처음 해보고 겪은 첫 실패. 첫 실패 후 해보는 첫 도전, 실패 이후에는 또 도전이 따른다, 실패의 모양도 다 다를테니, 그 실패도 다 같은 실패가 아닐거다. 그러니 실패도 또 첫 실패일테지, 첫 실패 이후 첫 도전, 매번 처음이라 생각하고 해보는 거다. 그러면 수많은 실패 끝에 첫 성공이 다가오는 날도 있을 거다. 매튜 립맨이 쓴 철학소설 <엘피>에  “I have a feeling, Elfie, that after this, nothing is going to be the same.”라는 말이 있는데,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했다고 한다. ‘이걸 도전해서 성공한 나는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될거야.’ 라는 엘피의 고백이 귀하다. 그런 면에서 미용실에서 처음 머리카락을 다듬은 은수는 또 다른 은수가 된 거다. 미용실에 들어가기 전과 후가 달라진 멋진 은수, 이젠 정말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은수, 나는 이미 미용실을 잘 다니고 있으니 나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일거다. “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나도 아이의 말을 따라 말해본다. 나도 할 수 있다. 무엇이든. 살아있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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