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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래 Dec 09. 2021

저는 어린이와 함께 철학을 합니다.

어린이와 철학을 한다고요??






저는 어린이와 함께 철학을 합니다.
I am doing philosophy with children.



어린이들과 철학을 한다고?


철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을 아이들과 한다니, 저 사람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사람이겠네, 소크라테스를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어린이와 철학을 한다는 내 소개에 대부분 약간 당황하며 의아해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라고 대답한다. 그럼 도대체 뭘 어떻게 하는 거냐고 또 묻는다. "아이들의 생각을 만나는 거지요. 누구나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생각과 또 다른 생각들을 만나게 해주는 거에요. 그리고 그 생각이 깊게, 넓게 자라는 것을 도와주는 거에요."


미래는 '잘 생각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는데 "어떻게 생각을 잘 하게 할 수 있을 지"궁금해하며 어린이철학을 검색한 분들을 위해 어린이철학을 소개하고, 함께 해보자고 권하기 위해 글을 쓰려고 한다. (*실제로 어린이철학을 검색하면 사교육 업체의 광고가 뜨고 실제적인 정보가 거의 없다.)




철학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소크라테스나 칸트 같은 철학자들의 책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철학을 한다는 것은 '삶을 지혜롭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이다. 철학은 Philosophy로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 내 삶과 나를 둘러싼 세상에 대하여 스스로 질문하고 깊이 생각해본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철학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기에 누.구.나 할 수 있고, 이미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철학할 수 있을까?


2008년 여름 북악산을 아이들과 함께 등산하고 있을 때였다. 맨 뒤에 오던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꼭 빨리 가야해요?

- 아니, 천천히 가도 되지. 나도 지금 다리가 후들후들 거려서 천천히 가려고.

*저는 다리는 아프지 않은데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는게 좋아요.

그리고 방향을 잃지 않으면 우린 잘 도착할 수 있어요.  

- 그렇구나. 결국 우린 도착하게 되는구나ㅣ

*네, 그렇다고 너무 너무 천천히 가면 안 되지만요 ㅎㅎ


아홉살 아이가 나에게 말해주는 인생이야기에 감동받았던 순간이다. 방향을 잃지 않으면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을 거라는 그 아이는 아마도 자신보다 앞서 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했을거다. 속도를 맞춰 같이 갈 것인지,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천천히 보면서 갈지, 천천히 가도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다가 결국 우리 모두는 목적지인 정상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내 속도대로 가보겠다고 결심했을 거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을 찾으려고 애쓴다. 그렇게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기에 충분히 철학을 할 수 있고, 이미 훌륭한 철학자일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면서 각자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기꺼이 "같이 철학할래?'라고 제안한다. 나이가 많고, 더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동무로서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생각을 하는 걸까?

철학은 우리 삶 전체를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주제와 문제들을 그대로 다룬다. 사랑, 아름다움, 우정, 행복, 사람다움, 돈, 가치있는 것, 옳은 것과 그른 것, 친구 등 우리의 삶을 이루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들에 대해 탐구한다. 철학은 그러한 중요한 개념들의 의미를 탐구하고(존재론), 그 가치를 탐구하고(가치론), 그런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된 생각의 방식이나 절차에까지(인식론) 탐구하는 것이다.




"엄마, 말에도 무게가 있어요?"

아침 시간에 아이가 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어떤 말은 잘 들리고, 어떤 말은 안 들려요. 어떤 친구의 말은 내 마음을 쿵 찍기도 하고요. 말이 다 같은 말은 아닌 것 같거든요."


아이는 친구들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내가 듣기 싫은 말들은 다 날아가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질문을 했다고 했다. 그 날 나는 아이와 말의 무게와 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도덕적으로 좋은 말을 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저 아이 스스로 말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도록 질문을 나누었다.




어린이들은 생각하고 있다. 어제도 생각했고, 오늘도 생각하고 있고, 내일도 생각할 것이다. 그 아이들의 생각으로부터 어린이철학은 시작한다. 왜 그렇게 생각했니? 넌 어떻게 생각하니? 너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까? 만약 그랬다면 어떨까? 묻는다. 아이는 스스로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러면서 아이의 세계는 깊어지고 넓어질 것이다. 어린이철학의 목표는 '생각의 근육을 튼튼하게 갖춰 지혜롭게 살아가는 한 개인'들이 많아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 다음 편은 어린이철학을 처음 시작한 미국의 매튜 립맨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참고한 글

 1. 철학수업레시피, 김혜숙 김혜진 공저, 교육과학사

 2. 토론수업레시피, 김혜숙, 남진희 외 공저, 교육과학사

 3. 고차적 사고력 교육, 매튜립맨 저 박진환, 김혜숙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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