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왜 지금의 가치를 나중에 깨달을까

일곱 할머니의 놀이터, 그림책 탐구

by 동그래

95번째 마마쿠쿠, 25-11-28

<일곱 할머니의 놀이터>

- 동그래 후기


한 해가 저문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인데 매년 새롭다. 한 달 밖에 안 남았다니, 내가 이룬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허무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고, 돈 좀 버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내 손은 비어 있다. 쓸쓸한 마음이 찾아오는 11월 마지막 주 금요일, 여덟 명이 함께 모여 그림책을 읽었다. 오늘은 ㅅㄹ님이 읽어주시는 <일곱 할머니의 놀이터/ 구돌 글과 그림/ 비룡소/ 2022> 을 가만히 들었다. 감기에 걸려서 더욱 매력있는 목소리에 빠져 들었다.


“벌써 잊기라도 한 게야? 그렇다면 당장 내 재주를 보여주지!

어디 한 번 보여주지!

사람이 피어나는 건 나이와는 아무 상관없지

지나간 시간이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청나게 멋진 거군요

아른다른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봄날의 이야기야

안심해도 된단다.

사건이 터지면 마무리하는 건 자식 열 명을 키우는 내가 전문이지!”


여러 문장들이 우리 삶을 간지른다. 할머니가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일곱 할머니들은 지금 추억을 회상하며 자기 재능을 자랑하지만, 한창 일할 때도 그것이 자랑스럽고 멋지다고 생각했을까?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의 삶의 가치를 왜 뒤늦게 깨닫는 걸까? 이야기를 나눴다. 일곱 할머니는 분명 신문배달과 재봉일과 가르치는 일과 떡 만드는 일 등을 40년 이상 했으니, 전문가일거다.

분명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들에 지치기도 했을 거다. 자기 인간성을 훼손하는 수많은 사건 앞에 괴로운 시간도 있었을 거다. ‘언제 이걸 그만 두나, 얼른 그만 두고 싶다.’고 한숨쉬는 날도 있었을 거다. 그 시간들을 다 버티고 지내면서 인간성을 지켜가며 자신과 가정과 주변 이웃들을 돌보는 날들이 분명 계셨을 거다. 그 시간을 통과하고 나서 돌아보니, 그것들이 다 자기 삶의 열매였음을 알게 된다.


왜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하는 걸까.

나바샘은 우리가 숲에 있기 때문이라 하셨다. 숲에서 부지런히 애쓰고 살아서 보이지 않는다고 하셨다. 또 긴 터널 안에 있는 거라고 하셨다. 터널의 끝이 있을지 모르고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의미를 만들어내고, 누군가는 자기를 비하하고 타인을 원망하면서 있을 수도 있다. 터널의 끝을 맞는 그 두 사람의 마음은 분명 다를거다. 니체는 비루한 삶의 운명을 껴안고 살아가라고 말한다. 아모르 파티. 운명이여 오라. 내가 살아갈 거라고 의지를 보인다.


우리가 아모르 파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여러 세계관이 만나 대화해야 한다. 터널 밖을 나가본 사람과 터널에 들어온 사람과 만나야 한다. 그래야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지금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시간이 어떤 성과를 내거나 돈을 벌지 못하지만, 우리는 한 걸음 나아가면서 우리의 인간성을 지킨 것이다.


그래서, 우린 계속 만나기로 했다. 우리의 놀이터인 이 줌 모임을 통해서, 아모르 파티하기로 한다. 마마쿠쿠한지 5년차, 암으로 투병하며 함께 한 2년, 새로운 도전 앞에 있는 이, 도전하며 흔들리는 사람도, 큰 도전이 없더라도 잔잔한 파도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일상에도, 우린 ‘서로’가 필요하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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