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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래 Nov 16. 2022

어릴 적 울고 있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엉엉엉/ 오소리 글 그림/ 이야기꽃> 을 읽고

<엉엉엉>


최근 아이들 옆에서 엉엉 소리를 내어 운 적이 있다. 슬픔을 피하지 말고 바닥까지 들어가 엉엉 울고 나야 풀리는 것이 있다. 두려워말아야겠다. 그 슬픔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 작은 것에 슬픔이 갑자기 찾아오는데, 그것은 이전에 내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과 연관이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명)


어린 시절의 곰쥐가 우는 모습을 보고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학교에서 듣고 집으로 왔다. 내가 많이 울면 부모님이 슬퍼하실까봐, 눈물을 꾹 참았다. 할머니 방에서 울던 부모님을 보면서 나는 울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정말 꾹 참았는데, 그것이 남아있는 어른에 대한 예의, 배려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울지 않는 나를 보고 "애들이 뭘 알겠어."라고 말하는 소리를 듣고 밤마다 울었다. 어른들 모르게 혼자 많이 울었다. 그 때의 나에게 "울어도 된다. 네 슬픔에 배려가 없어도 돼. 슬픔을 슬픔으로 인정하고 표현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울지 않으면 더 큰 강이 되어 눈물이 온다. 꽤나 오래 울었다. (촘)


어린 곰쥐에게 "자유로워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릴 적 부모님의 적업으로 인해 착한 어린이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스스로에게 주었다. 자유롭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무거운 짐을 짊어준 것 같아서 미안하다. 그 때의 나에게 "울어도 괜찮아. 자유롭게 지내. 네 마음을 표현해봐. 눈치보지 않아도 돼.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떠해야한다는 당위성을 많이 부여하고 싶지 않다.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진)


할머니와 친해서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 정말 많이 울고 나니 편해진다. 어린 작은 곰쥐 안에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많았는데, 들춰보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하고 바라보게 될 때 해결이 되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 나이 때의 나를 돌아본다. 그 때 내가 "괜찮아."라는 말을 들었더라면. "내 마음이 더 건강하게"자랄 수 있었을 것 같다. "괜찮아. 다 지나갈거야."

(은)


잘 컸어. 너무 잘 컸어. (윤)


어린 곰쥐.. 아이들이 울면서 말하는 것을 보는 것이 힘들다. 울지 말고 말해!라고 말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우는 소리가 싫을까? 어릴 적 나는 "아이가 울 수도 있지!"하면서 우는 것을 멈추라는 아빠에게 큰 소리를 쳤었는데.. 왜 나는 나의 아이들의 울음 소리를 힘들어하는 걸까 생각하게 된다. 아이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들려줘야겠다. (샬)


어린 곰쥐를 보면서 어릴 적 내가 무슨 말을 할 때 "그게 뭐?"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해주는 엄마가 생각났다. 그리고 초등학생 때 교사에게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래서 아이와 교사 관계에 대한 두려움 불안함이 있다. 그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해결해야겠다 생각하고 글을 썼던 경험이 있다. 풀어내야 하는 것은 풀어야 한다. (은)


어릴 적 인정해주는 말을 많이 듣지 못했던 나는 이십대에 엄마에게 그 마음을 표현했는데 "그래.. 성인이 된 네가 해결해야할 문제다."라고 대답하는 엄마에게 속상해서 울었던 경험이 있다. 이제는 어릴 적 내 아픔을 내가 해결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울어도 괜찮아." 잘 하고 있어. 그래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라는 이해와 인정의 말을 많이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촘)


엄마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에 휘둘러 나를 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동생과 나를 공평하게 혼내고 공동책임으로 이야기하셨는데, 생각해보니 내 편이 되어 주셨으면 어땠을까 싶다. 내 편이 되어 주셨다면 나도 동생에게 더 잘 해줬을 수도 있는데.. 하지만 이제 엄마가 하늘로 가신 후에 생각해보니. "그 때의 엄마가 참 힘들었겠구나.. 엄마를 더 도와줄걸."하는 마음이 든다. '엄마가 내게 동생을 선물로 주셨구나"하는 감사한 마음이 든다. (명)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글로 쓰게 되는데, 난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 어려운 유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혼하고 나의 영역에 남편, 아이들, 아이들과 관련된 여럿이 들어오는것이 버겁고 힘들었다. 나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그 사람들도 나로 인해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다. 어릴 적 나에게, 관계에 힘들어하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많이 힘들었겠구나." 나 또한 우리 남편에게 그런 말을 전해준다. 함께 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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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릴 적 듣고 싶었던 말들이 있다면, 이제라도 그 말을 나 스스로에게 많이 들려주면 어떨까?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존재하고 있는 나에게, 그 시간들과 다시 만나게 해주는 기회를 주고 그 시간들을 다시 새롭게 만들어주면서 자신을 건강하게 세워가면 좋겠다.




여러분은 어릴  울고 있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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