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갈래/바람의 아이들/을 읽고>
아이들과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만나서 책을 읽고 철학토론을 한다.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묻는데, 사촌의 결혼식장에 다녀왔다는 친구가 "저는 아직 다 안 컸는데 다 컸다! 다 컸다!라고 말해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왜 다 컸다고 말하는 거에요?"라고 물었다. 다른 친구들도 고개를 마구 끄덕이며, 우리 엄마도 내가 뭐만 해도 다 다 컸다고 한다며, 다 큰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말하냐고 서로 물으면서 깔깔 댔다. 아직 만1세인 막내가 걷기 시작하니 다 컸다며 박수쳤던 것, 혼자 밥 먹으니까 다 컸다면서 기뻐했다는 것까지 말하면서 "1살이 다 큰 거면 우리는 완전 늙은이야. 동그래 선생님은 완전 다 커서 더 이상 클 수가 없다니까!"라고 깔깔깔 이야기 나눴다.
그러면 우리 다 컸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나눠볼래?
오. 재밌겠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로부터 가져온 철학적 질문. '다 컸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를 살펴볼 그림책을 찾았다.
나 혼자 갈래
아나이스 보즐라드 (지은이), 최윤정 (옮긴이)
바람의아이들2023-05-10
원제 : Laurent tout seul
'로랑'은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이 시시해졌다. 엄마는 장소를 제한하여 놀라고 했지만 로랑은 담장을 넘어 더 큰 세상으로 나가서 놀고 싶다. 엄마 몰래 담장을 넘어, 밤나무를 넘어 놀다보니 강가까지 가서 밤을 보내고 아에 집을 떠나 여행을 떠난다. 혼자 하는 여행이 외롭기는 하지만 그 좁은 집으로 들어가고 싶진 않다. '나 혼자 갈래'하고 떠난 로랑은 과연 집으로 돌아갈까? 로랑이 독립하는 과정을 살펴보며 "다 컸다"라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 그림책 읽기 전에 생각열기
• 다 컸다. 라는 말을 언제 들었지?
- 기저귀 뗄 때, 처음 걸을 때 (처음 하는 것들을 잘 할 때)
- 혼자 잘 때, 혼자 심부름 했을 때, 혼자 학교 갈 때,(혼자 뭔가 해냈을 때)
- 피아노 콩쿠르 나갔을 때 (도전했을 때)
- 오랜만에 만난 어른들을 뵈었을 때(몸이 커졌다는 의미)
• 그럼 그게 정말 다 큰 걸까?
-아니요, 우린 아직 안 컸어요. 그런데 다 컸다고 하니까 부담스럽고 웃기기도 해요.
<아이들이 만든 질문들 몇 개>
(호, 이. 아. 한) • 다 컸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규/은) • 다 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커야 되는 걸까?
(아) • 할아버지 할머니는 다 큰 걸까?
(이/은) • 완전하게 다 큰 사람이 있을까?
(은) • 다 안 큰 사람과 큰 사람은 어떻게 다른 걸까?
(한) • 어떻게 해야 다 클 수 있을까?
(유) • 혼자 가는 여행은 외로울까?
* 철학탐구
<다 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질문으로 의미를 탐구했어요.
- 집을 나가서 독립해서 사는 것
- 몸이 더 이상 자라지않는 상태 (머리카락은? 손톱은? 계속 자라는데 그건 계속 안 큰 상태 아닌가? / 뼈의 성장이 멈춘 것으로만 한정해보자.)
-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능력(혼자 다 못하니까, 누군가와 같이 해도 됨, 이게 중요해!)
- 거의 대부분을 혼자 할 수 있아야 함(기차운전 못하잖아. 그런 건 도움을 요청하면 되고, 어떻게든 방법을 해결하려고 내가 머리를 쓰는 거야. 그러면 지구 온난화는 혼자 못 하잖아! 노력하는 거지.)
- 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노력하면서 하려는 태도
- 삶의 경험이 많아야 함(모든 경험이 다 좋은 건 아닐지도 몰라, 그러니까 실패도 해보고, 나쁜 일도 겪어봐야해. 그러다보면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거야.)
- 나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함(정말 중요한 것 같아. 아기는 스스로를 지킬 수 없어)
- 내 주위에 있는 사람을 지키고 돌봐줄 수 있는 능력(우선 나부터 잘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요. 엄마가 스스로를 잘 지킬 수 있는 다음에 아기를 가져야 잘 돌볼 수 있어요.)
-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해요(그건 초등학생도 알아요, 그걸 알고 좋은 것을 실천하는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꿈을 위해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나쁜 꿈은 어떻게 해요?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계속 포기하지 않고 하는 사람은 다 큰 사람이 아닌 거에요. 그러니까 좋은 일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게 중요해요)
- 내 인생 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실천하려고 해야해요. (정말 중요해요. 이거 이거)
- 경제력이 있어야 하지만 꼭 돈을 벌어야 다 큰 건 아니에요(예, 엄마는 돈을 벌지 않지만 다 큰 사람 같을 때가 있어요. 돈을 버는 것이랑 다 큰 거라는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서 할 수 있는 거에요.)
- 지식이 좀 있어야 해요. (어떤 지식?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요.)
- 지혜도 필요해요. (지식이랑 지혜는 어떻게 다르지? 지식은 아는 것이고 지혜는 뭔가 잘 사는 것 같아요. 지식이 있다고 지혜로운 건 아니에요. 이건 우리가 이전에 이야기했어요. 똑똑한 사람이 지혜로운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다 큰 사람은 지혜가 더 많은 것 같아요.)
- 건강하지 않아도 되지만 건강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지덕체를 갖춘 사람을 기르는 것이 교육의 목표라고 말하곤 해./ 그런데 지덕체를 갖춘 사람이 있어요? 완전한 사람이 있어요?)
<완전히 다 큰 사람이 있을까?>
-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없을 것 같아요.
-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본 걸로 하면 저걸 다 갖춘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없을 것 같아요. 있다고 하더라도 제 주위에는 없어요.
- 아빠는 다 컸을까?
- 아니요. 우리 아빠는 다 안 컸어요. 나랑 비슷해요.
- 왜 아빠가 다 안 컸어?
- 우리 아빠는 지식이 부족해요.
- 지식은요, 끝이 없잖아요. 새로운 지식이 계속 나오는데.. 그걸 어떻게 다 알아요? 그걸 다 아는 것이 다 큰 사람이라고 하면 다 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 맞아요. 지혜도 그래요. 다 완전하게 착하게 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 혹시 선생님은 다 큰 사람 같아 보이니?
- 선생님도 지식을 다 알진 못하니까 아니에요. ㅎㅎ
- 그렇구나, 지식이 무한하니까 그렇다고 하면 지식은 빼고 이야기한다면?
- 그래도 다 큰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다 큰 사람일까?>
- 그런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어요.
- 좋은 할머니도 있지만 아닌 할머니도 있어요.
- 저는 다 컸다고 말하는 게 이상해요. 할아버지 할머니는 다 큰 게 아니라, 늙어가는 거잖아요. 그건 늙어가는 거지, 크다고 말하는 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 치매 걸린 분들은 노화의 과정이에요. 다 컸다고 말하는 거랑은 좀 다르고, 아픈 거잖아요.
- 할아버지 할머니는 다 큰 것을 넘어서 늙어가는 거에요. 늙은 것과 다 큰 건은 다른 의미에요.
- 구분해서 생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자, 그러면 다시 위에 말한 '다 컸다는 것의 의미'로 보면 너희는 다 컸니?
- 아니요! 아직 아니에요.
- 한 참 멀었어요. 우리는 아직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요.
- 다 크더라도 이렇게 하는 건 어려워요.
* 생각정리하기
<다 컸다는 의미에서 어떤 점이 너희들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니?>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까 어떤 점을 좀 생각하면서 커야한다고 생각해?>
- 나는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지키는 사람이 되는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 문제가 생겼을 때 여러 사람들과 잘 해결해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문제는 해결해야할 것 같다.
- 나는 아직 부족하지만 더 배우고 노력하는 어른으로 크면 좋겠다.
- 문제가 생겼을 때 여러 사람들이랑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어른이 되면 부끄러울 것 같다.
- 나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싶다.
2023-05-13 생각탐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