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란 뭘까?
"학원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어쩌면 이 질문은 이 연재를 시작하는 시점에 던져야 했던 질문일 수 있다.
'학원'이란 뭘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學院 의 정의는 1. 일정한 목적, 교과 과정, 설비, 제도 및 법규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학생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 2. 학교 설치 기준의 여러 조건을 갖추지 아니한 사립 교육 기관. 교과 과정에 따라 지식, 기술, 예체능 교육을 행한다.이다.
학원에 대한 정의를 질문한 이유는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에 따라 우리가 학원에 다니는 이유가 달라지고 결국 이 이유로 학원 선택의 기준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학원'의 첫 번째 정의는 공교육을 진행하는 데 있어 높은 성취도를 나타내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장소이다. 두 번째 정의는 공교육에서 진행되지 않는 배움의 부분을 배우는 장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학원에 다닐까?"
내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1. 아이들이 직업선택의 첫 관문인 입시라는 산을 넘을 때 되도록이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높은 학업성취도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2.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 예를 들면 악기를 배우는 것처럼 학교에서는 가르치지 않지만 배워두면 아이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는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3. 1번과 2번의 이유로 배워야 하고 규칙적으로 행해야 하지만 내가 규칙적으로 시킬 자신이 없을 때 대신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 준다.
나는 이 이유 중 마지막 이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번과 2번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모든 사람들이 학원을 선택하는 이유 심지어 성인조차도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운동하지 않고 요가 클래스의 가는 이유는 단 하나라고 생각하는 데 그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가는 게 스스로 그 일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것보다 열 배쯤 쉽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정말 말 그대로 집을 나서면 바로 산책로가 있다. 나는 걷는 걸 상당히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굳이 돈을 내고 따로 운동을 다닌다. 왜? 혼자서는 며칠 산책하다 말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규칙적으로 하는 운동이 정신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운동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이유도 이와 같았다. 나는 아이들이 어린 시절 줄넘기 학원을 2년 정도 보냈는데 다른 엄마들은 그냥 놀이터에서 시키면 되지 돈이 아깝다 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의 체력을 위해 운동을 꼭 시켰으면 했고 기왕이면 키가 클 수 있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시키고 싶었다. 지금 돌아간다 해도 나는 줄넘기 학원에 보낼 것 같다. 나는 2년 내내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 50분씩 줄넘기를 시킬 자신이 없으니 말이다.
나는 학원에 보낼 때 아이가 그 시기에 놓치지 말고 배워야 하는 것 그리고 그게 반듯이 규칙적으로 행해져야만 할 때 학원에 보냈다.
내가 생각하는 아이들이 시기별로 놓치면 안 되는 과목은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영어이다.
우선 언어에는 언어를 접해야만 하는 학습 적령기가 있다. 그리고 많은 언어학자들은 그것이 사춘기 이전이라고 말한다. AI 가 발달하고 통역이 자유로우니 괜찮을까? 물론 잠깐의 여행이나 1년의 한두 차례 회의 참여나 발표라면 괜찮을 거다. 그러나 그게 일상이 돼도 편할 수 있을까? 또한 언어는 그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이 곧 그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다. 언어를 보면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언어에는 색깔을 나타내는 단어가 많다. 노랗다 누렇다 누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등의 단어는 영어로 바꾸면 Yellow 다. 대신 영어에는 감정을 세분화 한 단어가 많다. jealousy와 envy , green-eyed monster는 영어로는 다른 단어이지만 한국어로 바꾸면 질투하다 이다. 한국어는 바깥세상을 인지하는 단어가 많고 영어는 자신의 내부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많다. 나는 학교에 간다. 우리나라사람들은 내가 가는 것보다 그곳이 어디인가 즉 내가 아닌 외부의 학교라는 존재를 먼저 말한다. I go school. 나는 간다 학교에. 그렇다 영어는 내가 가는 게 중요한 거다. 어디인지는 그다음이다. 언어를 구사한다는 건 바로 이 의식의 흐름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문장 안에서의 언어배열 순서가 다른 우리나라 성인이 그 뛰어난 머리로도 영어를 잘 습득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나는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더 다양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유리할 거라 믿는다. 언어 습득은 그 자체로 사고의 다양성을 가져온다. 더불어 우리나라 입시에서 영어는 큰 한축을 이루고 있다. 어차피 영어는 등급이니까 같은 등급이면 한두 개 더 맞고 틀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등급만 놓고 본다면 그렇지만 여기서 간과하는 건 그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아이들이 고등학교 때도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느냐 아니면 몇 번 문제집을 푸는 걸로도 괜찮은지에 따라 아이들이 확보할 수 있는 절대 학습 시간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발달과정상 4학년에서 5학년쯤 폭발적 언어 학습기를 맞이한다. 영어를 꾸준히 해온 아이들은 이 시기를 거치면서 영어로 읽고 쓰는 게 편해진다. 그리고 우리나라 입시 영어는 이 시기 정도의 사고 능력이면 문제를 풀 수 있다. 영어 문제는 국어 문제와 달리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지 않는다. 국어의 경우 단순한 사실 확인 문제부터 유추와 추론에 이르기까지 19살이 된 아이들의 사고력을 묻는 문제가 출제된다면 영어의 경우 국어 정도의 고도의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난이도의 문제가 나오지 않는다. 즉 영어라는 언어에만 익숙하다면 이르면 초등학교 5~6학년에서 늦어도 중학교 3년을 거치면 수능문제를 풀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언어는 무엇보다 한 번에 많이가 아니라 꾸준히 아주 꾸준히 해주어야지 는다.
꾸준히 규칙적으로 아이의 실력이 해리포터를 읽고 웃을 수 있을 때까지
그때까지 학원에 보내면 된다. 물론 학원에 보내지 않고 이 훌륭한 일을 해내는 엄마를 난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니 나는 학원을 선택했다.
가끔 저의 아이 해리포터 읽고 웃어요 학원 안 보내도 되나요? 묻는 분들이 계신다.
물론이다. 해리포터 보고 웃을 정도면 학원 안 보내시고 책만 꾸준히 읽히면 된다. 꾸준히.
그렇다. 나는 아이들이 해리포터를 보고 웃을 수 있음에도 한동안 돈을 내고 영어도서관에 보내야 했다. 한글책이 더 쉽게 읽히니 책을 좋아해도 어지간해서는 영어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영어도서관은 꽤나 비싸다. 돈이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중간중간 돈이 아까워 학원을 보냈다 끊었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결국 돈 아까워하지 않고 보냈다. 이런 정신승리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래 대학 가서 어학연수 보내는 거보다 훨씬 싸고 효과는 눈부시게 좋다 라며 나의 쓰린 마음을 달랬다.
입시뿐 아니라 아이의 인생 전반을 생각해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가 하나 있다는 것은 꽤 유용한 일이다.
그래서 난 유치원~초등학교 시기 단 하나의 학원을 보낸다면 영어학원에 보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