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이뻐야지 여자지.. 이 노래가사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남자들은 이쁜 여자를 좋아한다.
젠장 세상은 공평하지 않아. 이쁜 것들만 살기 편하다고.
친한 언니의 투정이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만 이쁜 여자를 좋아하나? 아니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여자들도 이쁜 여자를 좋아한다. 내가 최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Taylor swift이다. 왜? 물론 노래를 잘한다. 음악성도 있다. 성격도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런 모든 걸 갖추고 있는 그 바디 그 몸이 너무 이쁘다. 얼굴만 이쁜가? 아니다. 몸매도 이쁘다.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다시 태어난다면 송혜교로 태어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른다. 오목조목한 이목구비에 온몸이 눈부시게 하얄 것 같은 뽀얀 얼굴 단정하고 잘 정리된 결 좋은 머리카락 그리고 무엇보다 그 와중에 글래머러스한 몸매까지 게다가 얼마 전에 토크쇼에 나온 걸 보니 의외로 성격도 털털하고 잘 웃는다나.
자 보라. 여자도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남자만 이쁜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다. 여자도 이쁜 여자를 좋아하니 사람들은 이쁜 여자를 좋아해 가 정확한 말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남자는 이쁜 여자를 좋아한다.'라고 말할까?
한동안 유행했던 재미있는 이야기 중 남녀의 이성에게 바라는 조건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한 여자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에 친구들은 각자 다른 질문을 꺼내 놓는다. 남자가 잘생겼는지 능력은 있는지 키는 큰지 유머러스하고 자상한지 묻는다.
그에 반면 한 남자가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말에 모든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친다.
"이뻐?"
자. 여기서 우리의 오해가 시작된다. 여자에게 이쁘다는 말은 얼굴에 한정될 때가 많다. 말 그대로 예쁜 얼굴을 가졌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기준도 엄격해서 웃는 게 이쁘다 이런 건 이쁜 여자가 아니다. 이목구비가 얼굴의 피부가 이뻐야 이쁜 거다.
그렇다면 남자의 이쁘다는 말도 과연 그런 뜻일까?
나는 아닌 거 같다. 최근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짤에 여자 5명이 서로 누가 가장 이성에게 매력적인 외모일지 순위를 매겨서 섰다. 그리고 남자들이 들어와 순위를 매겼는데 의외로 여자들은 5위라고 생각한 여성이 남성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여자 1위였다.
대화를 나눈 상태가 아니니 그들의 기준은 분명 외모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1위를 한 여성의 외모가 가장 이뻤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녀는 수수한 인상에 거의 화장기가 없는 심지어 안경을 쓴 모범생의 여성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원래 1등인 여자가 예쁘게 생겼다.
이게 무슨 일일까?
남자들이 이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나는 이 말의 뜻은 사실 이렇다고 생각한다.
십여 년 전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친하던 언니들의 아들들이 모여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걸 발견했었다.
"누구 엄마가 제일 이쁜 거 같아?"
"나는 철수 엄마." "나도 나도"
아이들은 만장일치로 철수 엄마를 꼽았다.
질문을 보라.
누가 제일 이쁜 거 같아?
이다. 그럼 철수 엄마는 이쁜가?? 내 눈에는 그렇지 않다. 아마 대부분의 여자들 눈에도 그렇지 않을 외모였다. 그러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한참 열이 튀기게 이야기하고 있는 그들 중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을 때 깨달았다.
"진짜 혼낼 때도 안 무섭지?"
그렇다. 그녀는 말을 이쁘게 한다. 어찌나 나긋하게 말하는지 나는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온몸이 간지러울 정도였다. 그녀는 행동 또한 천상 여자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몸이 아프다면 죽을 만들어 주고 항상 웃는 얼굴로 이야기한다.
자.. 눈치챘는가?
남자들은 이쁜 여자를 좋아한다.
물론 얼굴이 이쁜 여자도 좋아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쁘고 날씬하고 상냥하고 자상하고 다정하고 기타 등등의 말을 다 그냥 '이뻐'라는 단어 하나로 말한다.
그렇다. 그들은 그저 단지 어휘가 부족할 뿐이다.
남자들도 결코 얼굴만 보지 않는다.
심지어 외모에 대한 기준도 여자들의 기준처럼 엄격하지 않다.
그래서 심슨 부인이 왕위를 버리는 세기의 사랑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왜 남자는 이쁜 여자를 좋아하는가에 대해 이렇게 진지하게 생각하냐면 결국 사람은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요즘 깊이 생각 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인생에서 즐거운 게 목표인 사람인지라 이야기를 할 때 '재미있게'가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때로 상대에게 상처가 될 말도 솔직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로(지금 생각하니 이런 무례한 핑계가 없다.) 마구 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가까이해서인지 다정하게 말하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차 있다. 물론 입 밖으로 그런 말을 내가 스스로 꺼내긴 여전히 민망하다.
그러나 결국 사람은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나 싶으니 그 다정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뭔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론이 희한한 걸 하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 남자는 이쁜 여자를 좋아한다. 그러나 남진의 노래 가사처럼
마음이 고와야지 여자라는 가사는 어휘력이 풍푸한 작곡가가 짚어낸 남자의 아니 사람의 마음이다. 그리고 여기서 '여자'는 성차별적 발언이라기보다 오히려 좋은 사람이라는 표현이니 아마 작곡가도 대체로 마음이 고운건 '남자' 보다는 '여자'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래서 오늘은 '여자'가 되어 보기로 한다.
마음이 고운 다정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