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졸업
새말새몸짓 기본학교 2기를 마치며
새벽 기상, 명상 보행, 읽기와 쓰기로 나를 챙기며 살다 우울감이 밀려왔다. 사회에서 얻는 성취감이 사라지고 생긴 일이다. 그러다 우연히 기본학교 2기 모집공고를 만나 지원했고, 면접에서 떨어진 다음날 추가합격되었다. 그렇게 새말새몸짓 기본학교2기 33인의 마지막 서른 세번째를 채우며 지난 반년 간 가슴 뛰는 날들을 보냈다.
내일 졸업이다. 특별한 깨달음 같은 것은 없다.
전라남도 함평을 오가기 위해 운전을 시작했고, 그로 인해 행동반경이 넓어졌으며 그만큼 자유로워졌다. 수업을 듣기 위해 함평을 향하는 그 자체가 좋았다.
내 삶에서 가장 열심히 수련했던 순간은 치열하게 살았던 때라는 것이 선명해졌다. 일이 좋아 일에 미쳐있던 순간, 일하며 아이들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던 날들, 생존을 갈망하며 병과 싸우던 순간들! 세상 속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치열하게 살던 그 모든 날들이 수련의 시간이었다. 세상과 떨어져 오롯이 내게 집중하며 공부했던 지난 반년은 선물이고 휴식이었다. 세상 속에서 부대끼면서도 나를 잃지 않고 내게 집중하며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수련임이 분명해졌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지식을 쌓고 실천하며 동사로 살아가는 스승님은 그 자체로 가르침이었다. 세상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얻은 것들과 지식을 결합하며 확장해 가기 위해, 남들의 시선이나 이미 쌓아온 명예와 멀어질 수 있는 용기를 보았다. 내가 바라는 나와 내가 속한 이 세계를 위해 세상이 정한 기준, 관점 등으로부터 더 자유로워졌다.
내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선명해지는 중이다. 구체화하고 실천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답을 내어놓고 그 답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 아닌,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고 부서지고 다시 일어서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삶을 지속하기 위한 근본적인 투쟁을 이어가며 하고 싶은 일을 해 나갈 동력이 생겼다.
그래서, 이제 시작이다. 지치고 힘들때가 있겠지만 호접몽가 문지방을 넘으며 나비처럼 훨훨 날던 나와 그곳에서 선명해진 것들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사는 것 처럼 살아간다.
스승님, 동지님, 호접몽가의 하늘과 잔디, 홍매화 그 모든 것들에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