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예민함
코로나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면역저하자로 백신 접종을 일찍 시작하여 4차 접종을 마쳤으나 피하지 못했다. 확진 판정과 동시에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았다. 팍스로비드는 타미플루보다는 강한, 경구용 항암제보다는 약한 증상들을 보였다. 구토 증상이 있으나 실제 구토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근육통 등을 유발했다. 열은 사흘간 지속되었으나 약으로 잡히는 정도였다.
격리 이틀 뒤, 기침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쇳소리 같았다. 폐렴이 의심되어 검사를 받았다. 폐에 염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항생제 등의 약이 추가되었다. 기침은 이틀 만에 잡혔다.
독감, 폐렴, 폐암을 겪어봐서일까?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자 코로나임을 의심했다. 독감은 유행하지 않았으니. 폐렴에 걸렸을 때의 기침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자 폐렴을 의심했다.
과거의 나는, 폐렴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감기약만 먹으며 일 하다가 입원을 했고 폐렴 치료 중에 암을 발견했다. 병이 내게 왔다는 사실은 어찌할 수 없으나 그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달라졌다. 나는 생존을 위해 내 몸을 자세히 살피고 예민하게 반응했다. 생존해야 삶의 목적도, 방향도 의미 있다.
생존의 질을 높이기 위한 외로움
홀로 서재에 갇혔다. 가족이 해 주는 음식을 먹고 화장실을 따로 썼다. 열을 재고 약을 먹는 것 외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없었다. 한쪽 면이 책으로 가득한 작은 공간 속에서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했다.
고독과 외로움이 찾아왔다. 치료를 위해 입원했을 때도 경험했으나 그때와 달랐다. 암세포들은 잠잠한 상태이며 나는 다시 일을 시작했고 기본학교를 졸업했다.
책을 꺼내 줄을 쳐 두었던 부분들을 다시 읽었다. 오래전 읽었던 문장이 다르게 다가왔다.
하루에 한 끼, 조금 먹었다. 머리가 맑아지고 평온해졌다.
글을 쓰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생각했다. 불쑥 떠오르는 의식을 잠재우려 애쓰며 생각했다.
나는 움직이고 경험하며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는 삶을 원한다. 움직임, 경험과 글 사이에 필요한 것은 외로움과 고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