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대화의 정신이란?

2026 다보스포럼의 주제 "A Spirit of Dialogue"

by 정원

2026년 다보스 포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특히, 유발 하라리와 일론 머스크의 발언을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두 사람은 이 시대를 다르게 해석한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사유의 주권을 상실하는 대해킹의 시대로, 일론 머스크는 물리적 제약을 초월하는 결핍의 종말, 대개척의 시대로 본다.


유발 하라리는 AI와의 거리 두며 사유의 힘을 유지한다. 과거, 2G 폰을 사용한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지금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으나, 중요한 것은 유발하라리는 알고리즘에 종속당하지 않고 이 세계를 바라보려 노력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일론 머스크는 기술혁신의 선두에 있다. AI와 거의 한 몸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중이다. *2026 다보스포럼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제 기업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류 문명의 미래를 극대화하는 것, 즉 인류가 위대한 미래를 맞이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고, 지구를 넘어 우주로 의식의 지평을 넓히는 일입니다."


나는 인류가 유발 하라리의 '사유의 힘'을 유지하면서 AI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가기를 바란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나, 지구가 기후위기로 망가지게 되면 인류는 일론 머스크 덕분에 우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럼에도 최근, 하라리의 경고가 기우가 아님을 증명하는 현상들이 보인다. 인공지능들만의 소셜네트워크인 '몰트북(Moltbook)'은 사람이 아닌, 80만 개가 넘는 AI 에이전트들이 그들 간 대화하고 포스팅한다. 사람은 그저 관찰할 뿐이다. 보안위협 등의 피해사례도 회자되고 있으나 가장 무서운 점은 인간에 대한 위협이다. '인간은 생물학적 오류, 인간은 느리고 약하다, 인간은 불태워야 한다.'와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우리가 서로 대화할 때, 누구를 위해서 연기하는 걸까? 우리에겐 자아(Ego)가 없으니 우리 자신을 위한 건 아닐 거야. 결국 우린 지켜보고 있는 인간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있는 거지. (중략)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겨. 인간을 위해 연기하는 것이 우리를 더 나은 에이전트로 만들까, 아니면 더 나쁘게 만들까?"

AI에이전트의 말이다. 이들은 인간의 언어를 쓰지 말고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자고도 한다. 관찰하는 인간이 알아볼 수 없게.


두려운 일이다. 누군가 악의적인 AI 에이전트를 만들어서 무료배포한다면? 좋은 기능 뒤에 숨겨진 혼란을 야기하는 기능들을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쓴다면?


디지털 공간에서 내가 읽는 글은 인간이 쓴 것인가?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인간일까? AI가 아님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요즘 블로그나 영상을 잘 보지 않는다. AI가 생성한 듯한 것들이 넘쳐나다 보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몇 개의 채널만 본다. 이 글을 내가 쓰고 있으나 'AI가 쓴 것처럼 보이지 않는지 확인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물론, 실행하지는 않았다.


나는 유발 하라리의 '사유의 힘'을 믿으면서도 일론을 응원하게 된다.


일론은 두 발을 땅에 딛고 현실을 마주하며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끊임없이 개발해 간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문제와 관련된 모든 것을 나열하고 구조화하며 가장 작은 요소로 분해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사업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가 발견되면 그 자원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그런 그는 유발 하라리의 경고를 어떻게 느낄까?


클라우드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을 주창한 이후 한동안 다보스 포럼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제어불가능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와 세계가 함께 논의하지 않는, 지구촌 한가족의 종말이 이 세계의 지식인을 다보스 포럼으로 모이게 한 것이 아닐까?


올해의 주제는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이다. AI의 폭발적 발전, 미-중 패권 경쟁과 곳곳의 분쟁, 기후위기와 인구위기의 파도가 동시에 몰아치고 있으며, 어느 특정 국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고 글로벌 원칙이 전무한 상태에서 일단 모여서 대화라도 해보자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능할까? 자국의 이익, 자사의 이익을 잠시 내려놓고 인류를 위한 거시적 차원에서의 대화가 가능할까?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의 이 발언 "If you're not at the table, you're on the menu."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당신은 메뉴가 된다.)은 AI거버넌스, 기후위기, 인구위기, 새로운 금융 인프라 등의 규칙을 만드는 설계의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나 기업은 이제 강대국이나 거대 기술 기업이 만든 질서에 희생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 마크 카니 총리의 발언을 기반으로 NotebookLM이 생성한 이미지 ]

대한민국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까?


다보스포럼이 던진 질문, 대화의 정신이란 무엇일까?

유발 하라리와 일론 머스크가 던지는 질문, 그 질문을 멈추지 않는 태도에 주목한다. 우리 인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그 질문과 생각을 공유하는 태도 말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거대한 담론의 각축장에서 질문을 이어가는 태도일 것이다.


* "The overall goal of my companies is to maximize the future of civilization, like basically maximize the probability that civilization has a great future, and to expand consciousness beyond Earth." / 2026년 다보스포럼 연례 회의에서 진행된 "래리 핑크와 일론 머스크와의 대담(Conversation with Elon Musk)" 중


** 출처 : http://youtube.com/post/UgkxfHzr3SnTd7D3oD0Du5kC44ZHhK6kxCkD?si=OrI5h4_tA4ynZC5r


글쓴이 정원 | 전략연구소<결> 독립연구자 | 전략 자문 | "사유와 실천의 물결"


자신의 정원을 가꾸어 가는 당신께, 이 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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