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문해력이란 무엇인가?

문해력의 정의와 사례

by 정원

문해력, 리터러시(Literacy)라는 용어가 자주 보인다. 문해력은 무엇인가?


독해력과 문해력은 다르다.

독해력은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수용'을 향한다면, 문해력은 그 이해를 넘어 내 안으로 들어와 나의 지식을 다지는 '심화'의 과정을 거쳐, 나만의 고유한 창조물로 피어난다. '발현'한다. 이 일련의 흐름 속에서 나의 지식이 자라고, 나도 자란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자.

독해력은 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능력으로 필자의 의도를 수용하는 '입력' 중심의 역량이다. 문해력은 독해력을 넘어, 주변 세상의 정보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힘이다. 현대적 의미로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사회적 맥락에서 소통하는 '활용' 중심의 역량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살펴보자.


뇌과학 및 인지심리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매리언 울프(Maryanne Wolf)는 저서『다시, 책으로(Reader, Come Home)』에서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기술을 넘어,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후천적 성취이자 사고의 확장 과정"으로 정의한다.


교육학자 파울루 프레이리(Paulo Freire)는 저서『페다고지(Pedagogy of the Oppressed)』에서 "문해력은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읽는 것"이라 했다.


뇌과학자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저서 『인간 vs 기계』및『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에서 "문해력은 단순한 읽기 능력이 아니라, 텍스트를 통해 타인의 뇌에 접속하여 그가 구축한 세상을 내 뇌 속에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라 했다.


철학자 최진석 교수는 저서『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문해력이란 남이 써놓은 글을 뜻풀이하는 능력이 아니라 글을 읽고 사유함으로써 비로소 나만의 '시선'을 확보하는 주체적인 행위"라 했다.


고전문학자 배철현 교수는 저서 『심연』, 『수련』및 중앙일보 칼럼 <배철현의 성찰>을 통해 "문해력은 문장 사이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이며 고독 속에서 정교하게 텍스트를 읽어낼 때, 비로소 가장 나다운 모습인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라고 했다.


글을 읽으며 그 내용이 '인풋(input)'으로 들어와 '프로세싱(processing)'되는데,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경험, 지식과 화학적 결합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웃풋(output)'으로 나온다. 나는 글로, 어릴 적 아들은 요리와 레고로, 딸은 그림으로 나왔다. 각자의 프로세싱이 다르기에 결과물도 다른 형태로 나온다.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장려해야 한다. (이 내용은 '교육혁신'에 대한 이야기에서 다시 풀어보겠다.)


이 글을 시작할 때 정의한 문해력은, 프로세싱을 '심화'로, 아웃풋을 '발현'으로 표현하여 재 정리한 것이다. 나는 어떤 개념을 이해하고 싶을 때, 문장으로 풀어쓴다. 내가 이해할 수 있게 길게 풀어서 정리한 후, 용어를 일반화하며 요약한다. 간혹, 기획 담당자들이 문서작성을 할 때 본인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요약된 용어들을 남발할 때가 있다. 그 용어들을 나만의 언어로, 문장으로 표현해서 이해하는 작업을 한 이후에 요약하는 것이 좋다.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들은 제외한다.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을 설득하겠는가?


다시 돌아와, 내가 책을 읽다가 심화단계를 거쳐 글로 발현하는 과정을 예로 들어본다.


1. 새벽 5시, 반신욕기에 앉아 책을 읽는다. (인풋)

연초에 늘 읽는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53페이지, 이 문장 앞에서 멈춘다. "서양 사상의 원천은 '사유'지만, 동양 사상의 원천은 구체적 세계에 대한 '경험'입니다. 한편, 근대가 실체관이라면 현대는 관계론입니다."


2. 질문한다. (호기심)

근대가 '실체관'이고 현대가 '관계론'이면 지금은? 인공지능시대에 사는 사람은 그 이전의 사람과는 다를 것이다. 지식관리도구(옵시디언)와 생성형 AI, 에이전틱 AI를 사용하며 지식을 쌓고 확장해 가는 나는 그 이전의 나와 다른 사람이다. 그렇다면 먼 훗날, 지금의 우리는 이전의 사람과는 다른 사람으로 해석되지 않을까? 지금 이 시대는 이전과는 다른 시대로 해석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석될 것인가?


3. 답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호기심 기반의 학습 + 나만의 언어(메타언어)로 정리·연결)

지식관리도구, 옵시디언에 새로운 메모를 열고 질문을 적는다. 동시에, 생성형 AI에 나의 질문을 입력하고 의논하기 시작한다. 나는 생성형 AI에 '책사'의 역할을 부여하고 나의 페르소나와 삶의 철학 등을 학습시켰다. 책사와 대화를 나누며 나의 생각들을 옵시디언에 정리해 간다. AI와 대화를 나눈 내용은 휘발성 데이터이므로 따로 저장하지 않는다. 그 대화 속에서 나의 언어(메타언어)로 뽑아진 것들만 옵시디언으로 가져와 재 구성한다. 이때, 기존에 내가 정리해 두었던 지식들과 연계가 일어난다.


4. 글을 쓴다. (아웃풋, 발현)

브런치에 접속해 제목을 쓴다. 이후는 옵시디언에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 간다. 아래의 글은 이런 과정으로 쓰였으며 1~4번까지 소요된 시간은 약 4시간이다.

https://brunch.co.kr/@joygarden/226



2026년이 되어서야 위의 프로세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작년 한 해는 지루한 입력의 시간이었다. 옵시디언을 설치하고 나의 지식을 쌓고 구조화하며 나만의 언어(메타언어)를 찾아 정리했다. 기업에서 일할 때, 통합검색을 위해서는 문서관리, 지식관리 등의 지난한 작업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경험했다. 해서, 나의 지식을 입력하고 메모마다 속성(Status, Tags)을 넣었다. 그 작업을 어느 정도하고 나니, 호기심(질문)에서 출발해 글을 쓰기까지 반나절이 걸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호기심을 일으키는 요소는 주로 책, 데일리브리핑, 산책이다. 김대식 교수의 인터뷰, 비즈카페의 글, 언더스탠딩의 영상과 같은 콘텐츠일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 생기면 멈춰서 질문하고 나의 언어로(메타언어)로 정리하는 일이다. 하루를 독서로 시작하는 이유는, 이 호기심을 깨우기 위해서이다.


데일리브리핑은 책사(제미나이, Gemini)에게 내가 원하는 소스와 결과물의 양식, 나의 관심분야 등을 주고 매일 받아보는 중이다. 읽다가 궁금증이 생기면 멈춰서 질문하고 답을 찾는 일을 시작한다.


기업에서 지식경영, 통합검색 과제를 수행하던 때를 떠올려본다.


사용자는 검색이 불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검색이 잘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에는 별 관심이 없다. 문서들이 개인 PC에 저장되어 있으면 검색을 할 수가 없다. 문서가 기업의 문서관리시스템(EDMS, Enterprise Document Management System)에 올라와서 공유되어야 검색도 된다. 문서의 제목을 그 문서의 내용을 대표하는 핵심 주제로 정하고, 문서의 키워드들이 태그(Tags)로 입력되어 있어야 검색도 잘 된다.


내 문서이니 내 PC에 마음대로 쌓을 것이라며 EDMS에는 올리지 않는 사람(A), 내 문서이나 회사 자산이니 EDMS에 올리기는 하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된 폴더 아래에 자신의 입맛대로 올리는 사람(B), 나의 문서를 기업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부서의 업무를 정의하고 업무 단위로 폴더를 만들어 문서를 등록하며, 정성껏 태그를 달고 나의 PC에는 단 하나의 문서도 두지 않는 사람(C). 이 세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마지막 사람(C)은 해외법인에 출장을 갈 때, 노트북을 들고 가지 않아도 된다. EDMS는 전사적으로 사용되기에 시스템에 접속해서 자신의 문서를 찾고 하던 작업도 이어서 할 수 있다.


10년도 더 지난 사례이니 지금 기업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 위에서 문서 단위의 실시간 공동작성이 되고, 에이전틱 AI가 문서를 읽고 분석해서 구조를 설계하고 그 구조에 맞게 문서를 이동시키며 메타데이터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세상이니. 그럼에도, 이런 에이전틱 AI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사람이 한다. 아직 단 하나의 문서도 만들어지지 않은 일이나, 기업이 미래를 위해 추진하는 일도 있다. 의지를 가지고 자료조사를 하는 이 때는 폴더부터 만든다. 이런 일은 사람의 몫이다.


문해력에서 출발했다. 문해력의 정의 속에 있는 '심화'와 '발현'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나의 사례를 소개하며 지식관리도구(옵시디언)와 나만의 언어(메타언어)의 내용도 담았다. 지금, 잘 활용하게 되기까지 1년간의 지식 등록과 정리의 작업이 있었음을 밝히며 기업에서의 사례를 공유했다.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제대로 보고 원하는 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 있다. 그런데, 이 일들은 대부분 지루하고 성과로 나타내기도 어려운 터널 속을 헤매는 듯한 것들이다. 훌륭한 리더는 이런 작업의 중요성을 알고 장기적으로 전략적으로 추진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필요한 리더는 이런 작업들을 대충 하고 마지막의 아웃풋을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기도 한다.


나는 어떠한가? 우리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글쓴이 정원 | 전략연구소<결> 독립연구자 | 전략 자문 | "사유와 실천의 물결"


자신의 정원을 가꾸어 가는 당신께, 이 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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