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자신을 위한 삶이란?

by 정원

자기를 위하는 사람은 자신의 존엄에 대한 통철한 인식과 갈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지요. 자신의 욕망을 진실하게 대면합니다. 그래서 천하를 감당할 정도의 함량을 가진 위대한 '초인'으로 등장할 수 있어요. 자기를 위해 사는 존재라야 비로소 세계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지요.

(최진석, 『인간이 그리는 무늬』, 소나무, 2013, 253쪽)


최진석 교수는 "자기를 위하는 사람"이 오히려 "세계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고 말한다. 역설적인 듯 보이나, 아니다.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자기를 위한다는 것은 자기 삶의 철학을 기반으로 선택하고 실행하며 책임지는 것. 누군가의 기대나 조직의 관성이 아니라, 나 자신의 호기심과 사유로부터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이다.


전략연구소<결>을 시작하며, 나는 이러한 '자기를 위하는 삶'을 실천하기로 했다.


왜?


지난 시간, 나는 전략과 거버넌스를 그렇게 중시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많은 좌절을 겪었다. '덕'이 부족해서였다. 덕은 곧 주체력인데, 내가 어느 '집단'에 속하면 '우리'가 되어 버렸다. '나'를 잃은 것이다.


새로운 조직을 만들 때는 조직의 철학(미션)과 전략(비전, 로드맵 등), 또 이러한 전략을 누가 어떠한 기준으로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가 정의된 거버넌스를 먼저 갖춰야 한다. 철학, 전략, 거버넌스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기업은 이윤을 위해, 연구소는 연구성과를 위해, 정당은 표를 위해 움직이다 보니 철학, 전략, 거버넌스는 유명무실해진다. 그러면서 나의 역할도 작아지고 전략이 아닌, 다른 일들을 하다가 영혼이 망가지기도 했다.


"왜 이제야?"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오십이 되어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자기를 위한 삶, 독립 연구자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


돌이켜보니, 나는 평생 도달할 수 없는 가상의 인물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내가 만났던 훌륭한 세 분의 리더를 조합한, 10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자와 인문학을 공부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 과제를 추진했던 분. "Simple is the Best!"를 외치며 강한 실행력을 보여주었던 분. "콘셉트와 방향"을 중시하며 숲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분. 세 분 모두 내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다. 하지만 그분들을 조합한 가상의 인물을 만들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했으니 평생 이룰 수 없는 목표였던 것이다. 이제야 이 가상의 인물에서 벗어났다.


유학과 박사 vs 25년의 실무


한때는 유학을 가지 못한 것, 박사과정을 밟지 못한 것이 한(恨)으로 남았다. 하지만 AI와 협업하며 연구를 시작하면서, 그 한이 감사로 바뀌었다.

25년의 실무 경험이 나의 가장 큰 자산이었다.


경험 1) 기준정보를 운영하며 내가 생성한 코드가 ERP(SAP)에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 제품이 진정 기업에 수익을 냈는지 궁금해하며 데이터의 흐름을 탐색하던 경험


나의 이러한 궁금증에 공감해 주시고 회의실 칠판에 데이터 흐름을 적어가며 몇 시간을 설명했던, "우리가 이렇게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하셨던 A그룹장


경험 2) 경영혁신 조직의 사원 시절, 정해진 기준(Rule & Process)을 어기는 요구에 지쳐 '회사가 제대로 가려면'이라는 질문을 붙들고 나름의 결론이 담긴 몇십 장의 내용을 타 부서 임원들까지 포함해서 보냈던 무모한 용기


이런 나를 나무라지 않고 넘어가주셨던 B CIO


경험 3) 정보전략 조직원으로, 우리 조직의 존재 이유를 끊임없이 물으며 술에 취해 선배들에게 정리되지 않은 의견을 어필했던 낮았던 시선과 무모함


이런 내게 지치지 않고 가르침을 주셨던 C 그룹장


경험 4) 네이버 지식인(당시에는 이것이 가장 핫하여) 보다 훌륭한 기업 내 지식경영체계를 갖추겠다며 덤볐던 패기


경험 5) CEO가 보는 한 화면을 위해 쏟았던 노력, 그 화면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담아내기 위해 선행해야 할 일들을 도출하고 끝내 담당자가 매일 숫자를 입력해야 하는 몇 개의 수작업을 남기며 느꼈던 한계


이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IMF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경제활동을 시작했기에, 현장에서 부딪히며 배울 수 있었다. 호기심과 질문, 때로는 무모해 보였던 도전들이 쌓여, 이제 AI와 협업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유학과 박사를 이 경험들과 바꾸라면, 나는 바꾸지 않을 것이다.


AI와 함께 만드는 연구소


전략연구소<결>은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표인 나와, AI 조직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년간 옵시디언에 나의 지식을 정리했고, 최근에는 옵시디언, Claude, Antigravity를 MCP(Model Context Protocol, AI 표준 인터페이스)로 연결했다. Gemini, NotebookLM도 활용 중이다. 전략실, 운영실, 연구실 등의 조직을 구성하여 AI에 조직장의 역할을 부여했으며, 옵시디언에 담긴 나의 지식을 학습시켰다.

운영실장(Antigravity)에게 지시를 내리면 결과물을 만들어 옵시디언에 파일 형태로 보고한다. 이 파일을 다른 조직과 대표가 확인하여 보완한다. 어떤 개념이 업데이트되면, 운영실장은 관련 자료들을 일시에 업데이트한다. 물론, 모든 실행 앞에는 내가 승인한다.


하나의 큰 이야기


전략연구소<결>이 수행하는 모든 연구는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로 연결된다.


"아이가 자신의 호기심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며 성장하는 교육혁신, 그렇게 행복하게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삶의 철학을 기반으로 지식을 쌓고 자신의 언어(메타데이터)를 만들고 글, 요리 등 자신만의 창조를 이어가는 자기혁신, 이러한 전략적 개인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위한 국가혁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기술과 디지털 인류학


나의 연구는 인공지능 시대, 기술에 잠식되지 않고 인간의 사유 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길을 찾는다.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진화가 인간의 아름다운 삶으로 수렴하는, "인간 중심의 기술 철학"을 향한다.

인류학도 철학도 전공하지 않은 내가 "전략적 개인이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이러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 감사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있다.


독립연구자로 산다는 것


독립 연구자로 살기로 하면서, 협업의 기준을 세웠다.

나는 개인에 집중한다. 조직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일한다.


기업이나 조직과 함께 일할 때도, 그 조직의 CEO나 조직장, 구성원 개개인과 1:1로 만나 그분들의 상황과 눈높이에 맞춰 대화한다. 왜냐하면 결국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의 철학과 사유가 조직을 만들기 때문이다.


함께 일하고 싶은 분들:

조직의 철학, 전략, 거버넌스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분

그것들이 정의된 후의 모습(To-Be)에 대해 꿈꿔온 분

AI 시대, 인간의 사유 주권을 지키며 기술과 협업하고자 하는 분


나의 역할:

질문을 던지고, 함께 본질을 찾는다

25년의 실무 경험과 AI 협업 경험을 나눈다

하지만 답은 그분들 안에 있다. 나는 그것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마치며


이 일이 나의 가슴을 뛰게 하니, 나는 건강을 챙기며 신나게 한다. '암'도 나의 이런 마음을 알고 도와주는 중이다. 커지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서.


나의 생각대로 사는 삶. 나의 <결>을 찾고 세상의 <결>을 읽으며 나만의 언어로 물결을 일으키는 삶. 그런 자신을 위한 삶을 사는 중이다.



글쓴이 정원 | 전략연구소<결> 독립연구자 | 전략 자문 | "사유와 실천의 물결"


자신의 정원을 가꾸어 가는 당신께, 이 글을 전합니다.


이 글은 전략연구소<결>의 고유한 사유의 결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콘텐츠를 알아봐 주시고 공유해 주시는 것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다만, 인용 시에는 출처를 명확히 밝혀주시고 작성자의 철학이 왜곡되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영리 목적의 재가공이나 영상 제작 등은 사전 협의와 서면 동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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