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며

기술과 사유 'CIO에서 CAIO까지, 닫힌 설계에서 열린 흐름으로'

by 정원

새로운 매거진 <기술과 사유: 닫힌 설계에서 열린 흐름으로>을 시작합니다.


제가 기업에서 몸담았던 '경영혁신·정보전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CIO에서 CAIO로, 정보전략에서 디지털전략을 거쳐 AI전략으로 이어지는 흐름과 전략, 거버넌스, 아키텍처 등을 철학적 시각으로 풀어내고자 합니다. 더불어, 우리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모색해 보려 합니다.


[ CIO에서 CAIO까지, 닫힌 설계에서 열린 흐름으로 ]


- CIO(Chief Information Officer, 최고정보책임자) | 정보전략 | '설계와 통제'의 미학

.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표준화·시스템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정보화의 시대

. 표준화, 효율, 내부 최적화

. 대표 사례 : 기간계 시스템, 그룹웨어


- CDO(Chief Digital Officer, 최고디지털책임자) | 디지털전략 | '연결과 확장'의 시대

. 클라우드와 모바일을 매개로 내부 시스템을 세상과 연결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확장의 시대

. 플랫폼, 고객 경험(CX), 초연결

. 대표 사례 : SaaS, 모바일 앱, 데이터 레이크


- CAIO(Chief AI Officer, 최고 AI책임자) | AI전략 | '자율과 창의'의 시대

. 인간의 전략적 사유와 AI기술의 지능이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는 '열린 흐름'의 시대

. 자율, 통찰, 상생

. 대표 사례 : AI 에이전트, LLM(Large Language Model) 지식 베이스, 지능형 거버넌스

[ 정보전략 조직의 진화, 'NotebookLM'과 협업 ]

*SAP가 어렵습니다. 한때는 기업이 SAP를 도입했다는 사실이 글로벌 표준 프로세스, 선진 프로세스를 적용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표준화된, 정형화된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일은 이제 AI와 로봇의 몫이 될 것입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역시 어렵습니다. 거대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빌려주고 구독료를 받는 모델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생성형 AI나 에이전틱 AI 서비스의 구독 모델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의 **기간계 시스템(ERP, MES, SCM, SRM, PLM, CRM 등)을 대하는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제 현장 전문가가 AI를 활용해 필요한 기능을 직접,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완성된 다른 기업의 소프트웨어를 내 상황에 맞춰 보완하며 사용료를 내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컨설팅도 어렵습니다. 전략연구소<결>을 만들고 전략자문을 하는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이러니합니다만 사실입니다. 제조현장의 제조혁신전문가가 지능(AI)과 물리적 몸체(로봇)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고 직접 현장을 누비며 혁신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컨설턴트가 옆에 와서 "이건 이런 방향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힘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저 역시 기업에서 컨설팅을 받으며, "아, 업(業)에 대한 전문성이 너무 떨어지네. 비즈니스에 대한 기본 이해는 하고 제안을 해야지."이런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이제 해당 업의 전문가가 AI의 도움으로 직접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요즘 저의 자문은 이런 식입니다. 기술 전문가가 아닌 컨설턴트가 클라우드 환경에 sLLM(Small Large Language Model, 소형언어모델)을 올리고 사용료를 받는 사업을 검토하면 이를 만류합니다. 이미 sLLM 전문기업이 있고, 기업이 sLLM을 선택하는 이유 중 데이터 주권(보안)확보의 목적이 크다면 구축형(온프레미스)을 선호할 것입니다. 이런 기업이 과연 클라우드 기반의 타 기업 sLLM 모델을 쓰며 사용료는 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유합니다.


DX(디지털 전환), AX(AI전환) 컨설팅을 하겠다는 분들께도 이런 측면을 고려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기업의 AX를 위해 DX가 선행되어야 하는 논리에는 공감하나 세상이 AI기반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이미 보고 있는 기업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DX과제를 과연 추진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운영되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것보다는 그 일 자체를 AI에 맡기고 AI와 로봇이 하게끔 해야 하지 않겠는가? DX, AX 컨설팅을 하기 전에 해당 기업이 AGI(범용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업종전환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경영혁신의 귀환'입니다. 과거 경영혁신 조직 하위에 정보전략이 위치했습니다. 시장 상황이 좋고 매출이 늘면 혁신부서가 커지다가 반대의 경우가 되면 최소한의 기능만 남깁니다. 그때 남는 기능이 '정보전략'입니다. 이미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은 운영을 해야 하니까요. 그러면서 혁신부서는 힘을 잃어갔습니다.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자동화, 효율화를 넘어 AI와 로봇이 할 일과 사람이 할 일을 정의해야 합니다. 사람이 하지 않았던 일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어야 합니다. 기업 철학, 전략, 거버넌스, 아키텍처 모두를 다시 들여다보고 재정의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혁신의 귀환'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 매거진을 통해 차차 풀어가겠습니다.


대학시절 저는 '대한민국 여성 최초 CIO'가 되고 싶었습니다. 뭘 몰랐으니까요. CIO로부터 지시를 받고 보고를 하다가 병을 얻어 회사를 떠났습니다만, 이런 바램을 품고 일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제가 입사했을 때 정보전략 조직이 있었으나 PI팀(Process Innovation) 하위의 작은 그룹으로 존재했습니다. CIO개념은 없었습니다. 당시 정보전략 조직장은 CIO의 필요성, 정보전략의 역할과 책임 등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CIO가 생겼습니다.


제가 모신 첫 번째 CIO, 그분과의 첫 만남을 기억합니다. 커다란 회의실, 원형테이블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았습니다. 당시에 저는 직속 상사로부터 "너는 똑똑하고 앞길이 창창하지만, A는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으니 이번에는 네가 양보를 해라."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평가를 엉망으로 받은 직후라 '이 조직이 정말 나를 필요로 하는가?' 하는 의문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야근을 하다 회의실 구석에서 쪽잠을 자기도 하며, 마음을 다해 열심히 했으나 언제까지 내어주기만 해야 하는지 답답했습니다.


"여기는 이렇게 대리진급도 어려워서야 원. 그래, 전공은 산업공학, 수학이네? 기준정보 운영 중이고. 그래, 하는 일은 어떤가?"


평상시 같으면 면담 전에 어떤 말을 할지, 이런 질문이 나오면 저런 답을 할 것이라는 등의 준비를 했을 텐데, 무슨 배짱인지 그 자리에 아무런 준비 없이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고 순간 당황했습니다. 잘 모를 때는 머리 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지요. 그래서 동기한테 하소연하듯 줄줄 읊었습니다.


< 제가 하는 일이 이러이러한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런 변화를 일으키는 일은 하지 못하고 코드나 생성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지식경영에 관심이 있어, 석사과정도 밟고 있는데 나에게 그런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올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일에 대해서는 칭찬을 받고 있으나 실질적 평가는 늘 좋지 않으니 내가 일을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고객코드 활용률을 뽑아오라고 하면, 나는 고객코드 관리 프로세스&시스템 개선안을 이야기한다. 그럼 상사는 까불지 말고 코드나 제대로 따라고 한다. 내가 프로세스 혁신팀에 속해 있는 것이 맞는지, 우리 기업의 정보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에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 이런 류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면서도 '내가 지금 제정신인가?' 했습니다.


모든 조직원의 면담이 끝나고 회식이 있었습니다. 술도 한잔하고 목소리도 조금씩 커지던 그때, "지식경영 한번 해봐. 지식경영추진방안, 언제까지 할 수 있겠어?" 층층시하 선배들 사이에서 CIO의 직접 지시를 받았습니다. 쩔쩔매고 있는데, 옆에 있던 그룹장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제가 잘 지도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룹장은 과제를 지도하는 자격의 최고레벨 보유자로 회사 내 해당 레벨 보유자는 몇 되지 않을 때였습니다. CIO 지시에 사내 최고의 과제 지도사의 지도를 받으며 과제를 수행하게 된 것이죠. 기회가 없어서 못한다고 징징댔는데, 기회를 주었으니 해내야 합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그분들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연락을 드립니다. 앞이 깜깜한 답답한 순간이 오면 CIO께 찾아갑니다. 제가 가면 그분은 수첩을 들고 마주 앉아 "그래, 오늘은 뭐가 답답한가?" 하십니다.


이 에피소드로 이 매거진을 시작하는 이유는,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때와 같이 답답한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가진 것이 많고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이러고 있는지 답답한 마음을 안고 문제 속으로 들어가 흐름을 바꿀 방안을 찾아보고자 함입니다.


정보전략에서 AI전략으로, CIO에서 CAIO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과연 이러한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 본질적 질문 앞에 섭니다. 20대에 내게 던진 질문, '정보전략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 이유에 합당하게 일하고 있는가?'라는 물음과 이어집니다.


이 질문을 품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해 보려 합니다. 토익 지문에 실린 미국의 어느 주(state) CIO 모집 광고를 읽으며 처음 'CIO'라는 용어를 만났던 학과 전산실 구석자리에서의 설렘을 기억합니다. 내가 모신 첫 번째 CIO를 뵈었던 20대의 나를 기억합니다. 그때의 나를 찾아가, 네가 꿈꾸던 미래가 현실이 되었다고, 지난 20여 년간 어떤 일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 같다고,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대화하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매거진을 시작합니다.


*SAP(Systeme, Anwendungen und Produkte in der Datenverarbeitung), 독일의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이자, 그들이 제공하는 세계 1위의 전사적 자원 관리(ERP)솔루션을 뜻하며 업계에서는 기업명과 제품명을 구분하지 않고 SAP를 고유명사처럼 사용

**기간계 시스템(ERP, MES, SCM, SRM, PLM, CRM) : 기업의 생존과 운영에 필수적인 핵심 업무를 처리하는 기업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

- 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재무, 인사, 제조 등 기업의 물적·인적 자원을 통합 관리하여 경영 효율화를 꾀하는 핵심 시스템

- MES (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제조 실행 시스템): 생산 현장의 실시간 상태 파악, 작업 지시, 품질 관리 등 제조 공정을 제어하고 최적화하는 시스템

- SCM (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원료 수급부터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이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최적화하여 공급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스템

- SRM (Supplier Relationship Management, 공급자 관계 관리): 외부 협력사와의 구매 및 조달 프로세스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협업을 강화하는 시스템

- PLM (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제품 수명 주기 관리): 제품의 기획부터 설계, 생산, 폐기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여 마케팅, 판매, 서비스 전략을 수립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시스템


글쓴이 정원 | 전략연구소<결> 독립연구자 | 전략 자문 | "사유와 실천의 물결"


자신의 정원을 가꾸어 가는 당신께, 이 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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