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삶

by 정원

네이비를 좋아하는 딸도 있다.


"따님인데 핑크나 퍼플은 어떠세요?"


며칠 전, 딸아이의 신발을 사러 갔다. 아이는 발볼이 넓어 온라인 구매가 힘들다. 코로나 시국이라 평소 즐겨 신는 브랜드의 매장으로 직행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신발을 골라 주문하기까지 총 십여분 정도 소요되었다. 상대방은 네이비는 아들, 핑크는 딸에게 어울린다는 일반적 견해를 바탕으로 이야기한 것일 텐데, '일반적'이라는 단어가 목에 걸린다.


그저, 아이가 타인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을 찾고 즐기기를 바랄 뿐이다. 아이는 네이비를 택했다.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 아들도 있다.


"어머님, 점심시간에 남자아이들은 축구를 하거나 운동장에서 뛰어노는데요. 00 이는 혼자 도서관에 가요. "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아이가 내성적이어서 걱정이라 했고 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 아이는 책 읽는 것과 레고를 좋아하고 축구나 농구 등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남자아이들이 운동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고 외향적인 아이들에 비해 내성적인 아이들이 사회성이 떨어져 보이는 측면이 있으나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전화를 끊고 걱정을 많이 했다. 신발가게 점원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학교 담임선생님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준다. 선생님이 사용하던 단어나 어투에서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느꼈기에 아들도 그것을 느끼고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아들은 이제 고3이고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 그리 외향적이지는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에는 목소리를 낸다.


숏커트를 하는 여자도 있다.


"어머, 깜짝야!"


항암치료를 마치고 머리가 조금 자라, 숏컷인 상태였다. 놀란 표정과 목소리! 마치, 이곳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마스크를 벗을 수 없었기에 가방을 들어 보여주었다. 종종 있는 일이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다만, 그날은 화장실 칸막이 안에 있던 딸아이가 걱정되었다. 그 안에서 엄마를 생각할 아이의 마음이.


이와 같은 에피소드는 일어날 수 있고 여기 등장하는 상대방 역시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당황했을 뿐, 내가 이런 생각을 하리라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매우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다.


다만, 내가 가진 편견은 없는지 돌아보는 중이다.

누군가를 겪어보지 않고 겉으로 보이는 것이나 들은 내용을 기반으로 판단하지는 않는지

내 안에 누구는 혹은 무엇은 이래야 한다라는 생각은 없는지


나 역시 많은 편견과 그로 인한 오해들을 하고 있다. 한순간에 한꺼번에 걷어낼 수는 없겠으나, 편견과 오해를 걷어내고 본질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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