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투병 이후 세상이 마냥 감사했다. 감사가 넘치다 보니 많은 것이 좋아 보이고 내게 다가오는 사람도 감사했다. 그래서 사람에게 마음과 정성을 쏟았다가 듣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듣고 며칠 마음이 어수선하다 결국 몸살이 났다.
기도, 차, 운동, 명상 등으로 잘 관리하던 마음이 타인의 말에 요동치고 내 몸이 나쁘게 반응하는 것을 보며 아직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는 중이다.
나는 왜 그랬을까?
이사한 이곳에서의 친구를 원했다. 함께 차를 마시고 담소 나누고 산책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서로를 응원하는 그런 가까이 사는 친구 말이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이 경기, 충남, 전남으로 흩어져 있어 코로나 시국을 맞아 통화만 하다 보니 친구가 그리웠다. 해외에 살던 친구 둘이 귀국했을 때는 이제 자주 볼 수 있겠다면 좋아했는데, 만남은 쉽지 않다.
오래된 친구들과의 깊은 우정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예의를 갖추었고 삶을 대하는 태도와 방향성이 잘 맞았으며, 마음과 정성을 다 하여 서로 더 나은 각자가 되도록 지원했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것이 아닌 마음, 에너지, 기의 나눔으로 묶인 관계이다. 내가 투병 중일 때 함께 울어주었고 매일 기도하며 응원을 보냈으며 지금도 나와 내 가족의 평안을 위해 기도해 주는 나의 친구들을 두고 나는 무얼 더 원했던 걸까?
정기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CT를 위해 금식을 하니 정신은 더욱 맑아졌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며 나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상대방을 떠올리면 그 말이 생각나고 그것은 내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더 이상 그저 타인의 말, 타인의 생각일 뿐이 아닌 나의 문제가 된 것이니 정리해야 했고 그렇게 했다. 무조건 적인 사랑과 용서는 내게 먼 이야기 같다. 노력하겠다고 결심했던 순간이 부끄러워지는 것이 사실이나,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때로는 끊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검사 결과가 좋다. 암으로 의심되는 것은 없으며 백혈구 수치도 높아졌다. 아직 정상수치까지 올라온 것은 아니나 거의 정상 근처에 다가왔다. 다행이다.
좋지 않은 일이 있으면 또 이렇게 좋은 일도 생긴다. 좋은 일 뒤에는 다른 나쁜 일도 생길 것이다. 그리고 좋든 싫든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나는 그것들을 어찌할 수 없다. 허나 그것에 반응하는 나의 태도와 마음은 내가 조절할 수 있다.
좋은 일 앞에서는 기뻐하고 감사하고 겸손하며, 나쁜 일을 만나면 돌아보고 반성하되 그 일로부터 얻은 교훈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병원에서 돌아오며 기도드렸다.
인연에 감사하되 연연하지 않고, 내게 에너지를 주는 것에 집중하며 삶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