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가끔씩 주역, 니체, 논어와 같은 책을 꺼내서 눈을 감고 아무 페이지나 열어본다. 성경을 읽는 것과는 다른 마음인데, 오늘은 주역을 꺼내 들었다.
최근 몸이 좋아졌다는 이유로 너무 많이 움직였는지 어젯밤에는 몸살 기운에 팔의 통증이 더해져 고생을 했다. 보통 5시 반에서 6시면 일어나는데 오늘은 8시가 다 되어서도 매우 더디게 몸을 일으켰다. 의식처럼 기도를 하고 차를 마시고, 답답한 마음에 주역을 꺼내 들고 눈을 감은 채 페이지를 열었다.
욕심을 버리란다.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무망의 삶에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욕심이란다. 헛웃음이 나면서도 마음의 울림이 있었다.
아들의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욕심이 커졌다.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딸의 레벨을 보니 욕심이 생겼다.
주식투자로 소소한 재미를 보고 나니 투자금이 커지면 더 많이 벌 것 같은 마음이 생겼다.
몸이 좀 좋아졌다고 집안일을 몇 시간씩 하고 20킬로 쓰레기봉투 두 개를 한꺼번에 들었다가 팔이 아파 고생이다.
딸아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저녁 7시에 하는 음악분수쇼를 보러 갔다가 몸살이 났다.
이 일련의 일들을 겪고 있는 와중에 만난 문장이 욕심을 버리라는,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의미로 이해한다. 나는 열심히 살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무엇에 갇히지 않는다고 표현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알고리즘, 로직, 틀 등의 단어를 떠올리다 결국 '틀'을 택했다.
나 역시 지금, 브런치라는 틀 안에서 글을 쓰고 있다. 내게 브런치는 글로 세상과 마음을 나누는 소중한 공간이며 이곳에서 나는 좋아하는 글쓰기로 에너지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이 틀을 벗어나는 바램도 가져 본다. 내가 무언가를 활용하는 것과 내가 그것에 갇히는 것은 다르다. 중독되고 종속되고 싶지 않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고 데이터의 이동과 저장, 분석과 활용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더니 메르스, 코로나 등의 바이러스까지 더해지며 세상은 스마트 디바이스와 그것을 활용한 제품과 서비스에 종속되어 가고 있다. 특히, 개인과 사회가 플랫폼 비즈니스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는(Lock-in) 현상이 확대되어 가고 있다. 편해지고 빨라졌다. 그만큼 나의 삶은 나아지고 있는가?
나는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그래야 하는 것들이 분명 있다.
그런데 성인이 되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거나 부모는, 자식은, 아내는, 남편은 이래야 한다는 기존의 틀에 갇힌 규칙들을 지키기 위해, 또 그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지는 않은가? 평범한 것이 무난하고 좋은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 평범함 속에 숨기 위해 노력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질문 앞에 작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를 중심에 두고 내가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 내가 속한 사회의 제도와 관습을 둘러싼 틀을 거두고 그 안의 본질을 바라보며 살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많이 부족하나 부족함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중이니 점점 더 자유로워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