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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pr 24. 2019

텍스트는 우리를 어리버리하게 만들지

_에쿠니 가오리 「호텔 선인장」

텍스트는 사라지고 있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확실히 텍스트의 대체제가 많아졌다. 탁구나 배드민턴이 아니라, 시각 매체다. 유튜브, 넷플릭스 너무 재미있다. 보다 보면 책이고 뭐고 알라딘에 다 팔아버리고 싶다.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으로, 그리고 이제는 유튜브로 사람들이 옮겨가고 있다. 확실히 시각 매체는 매력적이다. (사실, 넓은 의미로는 텍스트도 시각매체다. 여기서는 좁은 의미로, 텍스트가 아닌 시각매체만을 시각매체라고 불렀다.)


그래도 가끔은, 다른 매체들은 하지 못하는, 책만 할 수 있는 것들을 본다.


이제, 오이의 방입니다. ... 하지만 그밖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의자는 없어요?"
2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습니다.
"재떨이는 어디 있지?"
모자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오이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그런 물건은 없다.'라는 뜻을 전달했습니다. 오이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며 몸도 마음도 쭉 곧은 터라 의자에 앉을 수가 없습니다.
 _에쿠니 가오리 「호텔 선인장」


이럴 수가. 오이는 몸도 마음도 곧구나. 텍스트가 아니라면, 우리에게 이런 신선한 충격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장면을 애니메이션이나 실사영화로 만든다고 생각해보자. 어떻게 묘사했을까. (물론, 각종 CG 기술을 이용해서 만든다면, 훨씬 더 박진감 넘치게 만들었을 거라는 건 함정...)


시각 매체였다면, 시청자들이 더 와닿게 만들었을 것이다. 창작자가 원하는 바를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게 시각 매체의 힘이기도 하다. 반면 텍스트는 보는 사람이 다 다르게 느낀다. 나는 위 문구가 너무 좋아서 이렇게 인용했지만, '뭐야 이거' 하면서 그냥 지나가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텍스트의 힘이 여기에 있다고 느낀다. 창작자가 의도한 바를 독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효율적으로 잘 전달하는 것은 기계적인 것이다.


활동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기계처럼 어리석게 계속되는 활동은 중단되는 일이 거의 없다. 기계는 잠시 멈출 줄을 모른다. 컴퓨터는 엄청난 연산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석다. 머뭇거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_한병철 「피로사회」


보고 읽으면서 '응?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 어리버리함이 없다면, 인간이 아니다. 주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기계다. 우리는 인간이고, 우리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텍스트다. 우리를 더 머뭇거리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이 텍스트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텍스트도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소설 「호텔 선인장」을 얼마나 사람들이 자유롭게 해석하고 받아들였는지 한번 찾아보자.




네이버 블로그 / 거문고자리의 베가

https://m.blog.naver.com/vegadora/221037853491

요약 : 그리웠던 일상이 더 이상은 없다. 지금의 일상 마찬가지로 또다시 지나갈 것이다.


네이버 포스트 / 이은북

http://naver.me/xWMCZ1Tx

요약 : 재미있는 설정과 따뜻한 감성이 좋았다.


티스토리 / 글루미

https://gloomy2.tistory.com/60

요약 : 그리움과 애절함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티스토리 / 느리게 하는 여행

https://slow-travel.tistory.com/686

요약 : 소중한 벗들을 떠올리게 한다.




응? 다 비슷비슷하네...





※ 어리버리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다. 대신에 '어리바리'라는 말은 있는데, 의미가 약간 다르다. 어리바리는 '정신이 또렷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어 몸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어리버리'는 몸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응?' 하면서 머리를 긁적긁적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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