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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Sep 10. 2019

독서모임에서 만든 문집

글쓰기 모임의 트랜디한 결과물

지금은 혼자 글을 쓰지만, 한 때 문집도 많이 만들었다. 독서모임이 글쓰기모임이 되고 창작 욕구는 폭발했다. 그렇게 모인 작품을 어찌하지 못해 결국 책으로 만들었다. 100~200부 인쇄했다. 여러명의 저자가 여러권씩 나눠가지면 한 스무권 정도만 인디펍을 통해서 유통했다. 알라딘에 잠시 올리기도 했지만 택배 보내는 게 너무 귀찮고 금전적으로도 손해여서 그만두었다.


매월 일정한 금액을 주고 배송을 담당한 배본사를 구한다면 편하겠지만 우리끼리 만든 문집이 얼마나 팔린다고 굳이 그럴 거 없다고 생각해서 혼자 다 했다. 이제는 혼자 글을 쓰고 책을 만들지만 나 혼자 만든 책이 얼마나 팔린다고 굳이 배본사를 통할 거 없다고 생각해서 여전히 혼자 다 하고 있다.


요즘엔 문집이 유행이다. 많이 팔린다는 게 아니라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을 하면 꼭 마지막에 문집을 만든다. 뭐라도 결과물을 남기고 싶은 마음과 함께 책 만들기 쉬워진 환경의 결과물이다. 이걸 몇년 전에 다 했으니 트랜드를 앞서갔다는 생각이 든다.


표지가 독특하고 제목이 특이한 책들은 생각보다 금방 팔린다. 대신에 나머지 책들은 인디펍에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아직도 물류창고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꽃시집 「사는 게 다 꽃 같다」와 무서운 이야기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는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른 책들도 몇권은 남았다. <회전문서재>에 있을 수도 있다.







시박

201808 출간

시집

(품절)

난 오늘도
어떤 낯선 풍경을
헤매었나

빗금 그어진 표정을
어루만져줄
손금하나 어디 없나

하루를 견디기 위해
나는
희망의 무게를 생각한다

처음으로 만든 책. 처음이라 어설프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표지다. 처음에는 작고 단단함 (잘 기억은 안난다) 인가? 다른 제목이었는데, 마리뮤 작가님의 조언으로 '시박'으로 정했다. 시와 함께 왜 이런 시를 썼는지까지 적어서, 읽는 맛이 있다.



하라는 일은 안하고

201811 출간

여행에세이

(품절)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숙소까지는 꽤 멀었다. 우리는 성공한 30대 여성이므로 과감하게 택시를 잡았다. 험상궂은 인상의 아저씨가 말도 없이 우리를 태웠다. 숙소는 가도 가도 보이질 않고 미터기의 숫자는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미터기가 너무 빠른 것 같지 않냐'라는 위험한 위험한 발언을 했고 택시 안은 침묵이 감돌았다. 숙소 앞에 도착하자 조금 더 용감한 내가 기사님께 <생각보다 요금이 많이 나온 것 같네요> 라고 하자 기사님은 "경주사람은 거짓말안합니다" 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냥 내렸다. 경주 사람은 거짓말을 안 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영수증은 잘 챙겼다.

여행이 주제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여행 사진을 대량으로 넣었다. 그러다 보니 약간 어수선한 감이 있다. 표지는 수영하는 아이의 모습이다. 사실 이런 느낌을 염두에 둔 건 아닌데, 그림 실력이 미천하다 보니 의도와 다르게 나왔다. 그래도 아주 마음에 드는 표지다. 소 뒷걸음질에 쥐 잡은 격이다. 제목도 마음에 든다.



줄거리 없는 이야기

201812 출간

가을단편소설

(품절)

‘띠링’
번호를 아는 사람도 드문데 카톡이 온다. 스팸인가 했는데 뜻밖에 동생이다.
‘누나. 혹시 토익 준비 할 거야? 학원비 필요하면 내가 끊어줄까?’
후우…
어느새 창밖이 어둑하다. 거리의 사람들은 모두 어딘가로 바삐 움직인다. 그런데 나는 어디로 가는 버스를 탔더라… 기억이 잘 안 난다. 나는 이 버스를 언제부터 타고 있었더라…
창문에 내 얼굴이 비친다. 누군지 잘 모르겠다.

표지를 그리는데 가장 적은 시간을 썼다. 가 아니라, 뒷면에 그림을 그렸다. 가을을 주제로 한 소설인데 편집하다 보니 겨울이 되었다.



단순변심으로 인한 이별

201903 출간

겨울에세이

(몇권 남았다. 회전문서재에서 구매 가능)

얼마 후 다른 사람을 만났다. 외형적으로도 아름다웠고 사회적, 소위 스펙도 좋았다. 대학에서부터 알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보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았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그녀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만남은 작은 기적들이 겹쳐서 첫 데이트에는 슈퍼문에, 몇 백 년만의 유성우에, 음식점만 찾아가면 연속으로 여러 번 무료로 사이드 메뉴를 받곤 했다. 만나기 전날 저녁 8시에는 같은 노래인 ‘김연우’의 이별택시’를 들은걸 알고 신기해하기도 하고, 함께 노래 얘기를 하다가 음식점에 그 노래가 딱 나와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긴 문장을 동시에 똑같이 여러 번 하고, 내가 그의 고백에 승낙한 날은 신기하게도 우연히 그가 커플링을 산 날이었다. 영화에서 나올만한 기적에 ‘신기함’이 반복되더니 결국 ‘운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온라인 쇼핑을 하다,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반품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구나... 책의 분위기와 맞는 것 같아서 제목으로 정했다. 책등에는 '불가합니다' 라고 썼다. 분명 겨울을 테마로 책을 만든다고 했는데, 작가님들이 단체로 이별을 했는지 이별 테마의 글을 많이 보내줬다. 내용은 아주 마음에 들지만, 그리고 제목도 아주 마음에 들지만, 표지가 아쉽다. 원래 반품이라는 단어에 맞게 택배박스를 표현하려고 했는데, 망했다.



책인싸

201906 출간

서평

(몇권 남았다. 회전문서재에서 구매 가능)

한병철은 긍정의 세계와 부정의 세계를 비교해 가며 설명한다. 이 구분은 너무나 간명해서 이해가 쏙쏙 된다. 그렇다고 저자가 특별히 쉽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간단한 것도 지나치게 어렵게 설명하는 서양철학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 두 세계는 모던과 포스트모던으로 부를 수도 있는데, 이 책에서는 매우 다채로운 표현으로 비교 설명한다.
이 책은 우리의 상처를 약으로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 칼로 도려내준다. 그래서 이 책을 보다보면 요조에 대해서 연민이 생기고 그 연민은 결국 나에게로 향한다. 누구나 상처를 받는다고 하지만 요조와 이 책을 공감한 우리는 단지 상처와 자살을 하나의 단어로만 보기에는 부족하다.

다들 깜짝 놀라면서 마음에 들겠지? 하고 생각했던 제목인데, 막상 만들고 보니 너무 상스럽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든다. 평소에는 아싸지만 책 이야기만 하면 인싸가 되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지은 제목이다.



사는 게 다 꽃 같다

201908 출간

꽃시집

(인디펍에서 구매 가능)

개나리 노란

가만히 보면,
살랑이는 봄 바람에
꺄르르 웃는 어린이 같고

가만히 보면,
따스한 봄 볕 아래
삐약삐약 귀여운 병아리 같고

아니, 더 오래 가만히 너를 보면,
봄을 닮은 아버지 곁에
항상 활짝 웃던 엄마 같다.

언제 저렇게 활짝 폈을까
무엇을 위해 꿋꿋이 봄을 지켜 왔을까
어떻게 봄을 떠나 보냈을까

이제, 봄은 멀리 가고 없어서
개나리 닮은 엄마를 가만히 바라본다.

실사 꽃보다는 단순화 시킨 꽃처럼 그리려고 노력했다. 화투 그림처럼 보인다는 지인의 평가를 듣고 조금 더 수정해서 나온 표지다. 처음으로 컬러로 작업한 책이었는데, 원가가 너무 비싸져셔 결국에는 흑백으로 인쇄했다. (표지만 컬러, 내지는 흑백) 분명 꽃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쓴 시를 모았는데, 글의 느낌이 다 달라서 신기하다.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202001 출간

무서운 이야기

(인디펍에서 구매 가능)

그녀는 오늘도 무언가를 두드리고 있는데 그리고 그녀는 나를 보면 무언가를 말한다.
“민수야 민수야..”
어떻게 내 이름을 알지? 난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 할 말을 잃었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아세요?”
“민수야 꼭 눈을 떠야 해.”
무슨 소리지? 내가 눈을 떠야 한다니

작가들의 초상화도 넣고, 나름 그래픽 작업을 많이 했다. 그래서 보는 재미는 가장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그림을 마음껏 그렸네.







크기와 두께를 고려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다같이 모아 놓으면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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