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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20. 2019

이걸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앉아있다

 _카를로 M. 치폴라 「인간의 어리석음에 관한 법칙」

학자 개그다. 배운 사람이 나름 웃기려고 노력한 시도가 책으로 나왔다. 원래는 친구들 보여주려고 한정판으로 인쇄했다가 결국 공식출판되었다. 저자 카를로 M. 치폴라는 유럽의 경제와 역사를 연구한다. 책은 얇고 좋다.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사람의 유형을 분류한다. 누군가는 혈액형으로 나누기도 하고, 누군가는 선악으로 나눈다. 그리고 저자는 사람들을 4가지 분류로 나누는데. 그중 하나가 어리석은 사람이다. 이 책은 어리석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기본법칙도 5가지나 만드는데, 천천히 설명하겠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제1기본법칙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다음과 같은 명제로 표현된다.

항상 그리고 불가피하게 우리는 하나같이 주위에 있는 어리석은 개인들의 수를 과소평가한다.


다만 내가 확고하게 믿고 있는 바는, 어리석음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가리지 않고 출몰하는 무작위적인 특질을 지니고 있으며, 그런 특질은 일정 비율에 따라 획일적으로 배분된다는 점일 뿐이다. 이런 사실은 다음과 같은 제2기본법칙에 의해 과학적으로 표현된다.

어떤 개인이 어리석을 확률은 그 개인이 지닌 다른 어떤 특질들과도 무관하다.


제2기본법칙에 의하면,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일정한 비율로 어리석을 수 있다. 그 비율은 시그마(σ)로 표현한다.


큰 대학이든 작은 대학이든, 명문 대학이든 비명문 대학이든 교수들 중에서도 σ의 어리석은 자들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특별히 엄선된 집단에게, 명실상부한 "엘리트"에게, 그러니까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확대 적용해보아도 얻은 결과는 똑같이 놀라운 것이었다.


물론 어리석음을 측정하는 지수는 없고, 정밀하게 측정된 통계도 없다. 그러니 유머다. 제3기본법칙까지 나아가면 X축 Y축의 그래프까지 동원한다.


한편 어리석음은 S사분면 및 원점 아래의 Y축 선상에 위치한다. 제3기본법칙은 다음과 같이 명료하게 표현된다.

어리석은 개인이란 그 자신은 어떤 이득도 보지 못하거나 심지어 손실을 입으면서 다른 개인이나 다른 집단에게 해를 끼치는 개인을 말한다.


4가지 유형은 순진한 사람들, 현명한 사람들, 영악한 사람들, 어리석은 사람들을 말하는데, 스스로 손실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면 순진한 사람들이다. 나머지는 추측이 가능할 거라 믿는다. (가늠이 안되면 어리석은 사람!)


어리석은 사람은 어느 집단에나 있기 때문에, 당연히 권력층에도 같은 비율 σ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어떻게 어리석은 사람들이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과거에는 계급과 카스트, 근대 이후에는 선거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계급과 카스트가 있던 자리에 정당들과 관료제와 민주주의가 들어선다.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선거가 권력자들 사이에서 어리석은 개인들이 차지하는 비율 σ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 만드는 효과적인 도구로 작용한다.


어리석은 사람들을 비꼰다.


이미 제3기본법칙에서 암시되었듯, 어리석은 개인들은 합리성 없이, 정확한 계획 없이 뜻밖의 엉뚱한 시간과 장소에서 나타날 것이다. 어리석은 개인들이 공격해올지 예측하는 합리적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전적으로 어리석은 개인의 마음에 달려 있다.


인용해서 비꼰다.


이는 예측할 수도 없고 상상을 초월해 움직이는 대상을 향해 사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일찍이 디킨스와 실러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전자는 "사람은 어리석을 때와 소화가 잘될 때 겁 없이 많은 일에 덤벼드는 법이다"라고 말했고, 후자는 "어리석음 앞에서는 신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은 다음의 제4기본법칙으로 명료하게 수렴된다.

어리석지 않은 개인들은 어리석은 개인들이 보유한, 해를 끼칠 수 있는 잠재력을 항상 과소평가한다. 특히 어리석지 않은 사람들은 그 어떤 순간과 장소, 그 어떤 환경에서도 어리석은 개인과 거래하거나(거래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틀림없이 아주 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제나 망각한다.


나아가 5가지 기본법칙들 중에서 필시 제5기본법칙이야말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이로부터 나온 추론이 가장 빈번하게 인용되고 있다는 점을 덧붙일 필요가 있다. 이 법칙은 다음과 같다.

어리석은 개인은 지상에서 가장 위험한 유형의 개인이다.

이 법칙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추론이 나온다.

어리석은 자는 영악한 자보다 더 위험하다.


이 법칙을, 그래프를 가지고 나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앉아있다.


아마 말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이었다면, 술자리에서 정치 비평도 짧게 했을 수 있다. 그럴 때 이런 이야기는 사람들을 웃기기도 한다. 저자는 이걸로 책을 냈다.


★★★★ 모든 작품이 다 재미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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