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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21. 2019

재미있을 수가 없는 직장생활

_류문호, 안성호, 류도향 「인권이 없는 직장」

한국 사회의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재미있게 풀어놓은 것은 아니고 인권의 관점에서 다양한 분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법학자, 노무사, 철학자 3명이다.



갑을노동


일단 한국사회의 노동 현실을 '갑을노동'으로 정의한다.


이 책에서는 현재 한국 노동의 슬픈 현실을 '갑을노동'으로 규정하고자 한다. 갑을노동은 ① 근로계약에 규정된 노동, 사회 조직의 질서 유지에 필요한 지배·종속을 넘어, ② 근로자의 건강, 정서와 감정, 양심과 사상으로까지 관리·감독 및 지배·종속의 대상이 불합리하게 확장돼, ③ 종국에는 근로자의 인권 침해로 이어지는 노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결국 인권 침해에 대한 이야기다.


직장 내 괴롭힘


최근 들어 조금씩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직장 내 괴롭힘'. 법정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증명의 문제 때문이다.


둘째, 직장 내 괴롭힘과 근로자의 정신 건강 침해의 인과 관계를 명백하게 밝혀내는 일은 이론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물론 과로 및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나 자살 등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그러나 이는 실력 있는 변호사나 노동 문제를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 판사를 만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과로, 직무 스트레스와 업무상 재해의 인과 관계는 반드시 의학이나 과학으로 명백히 규명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법리인데도 대부분의 재판은 여전히 의학적 감정 결과에 의존해 판단을 내리고 있다.


직장 내 무례함


대한민국은 가족적 분위기, 장유유서의 유교적 전통, 군대식 문화 때문에 직장 내 무례함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다양한 가치관의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오면서 갈등이 생기는 추세라고 한다. 저자의 설명을 보니, 한 공간에 정말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요즘 회사에는 임원급의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 부장·차장급의 학생 운동을 주도했던 세대(80년대 중반~90년대 초반 학번), 과장·대리급의 학부제 세대(96학번 이후), 사원급의 민주화 운동·88년 서울 올림픽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90년대생)가 공존하고 있다. 과거에는 30년을 단위로 한 세대를 구분했고 같은 세대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은 비슷하다고 봤지만, 요즘에는 10년 정도 나이 차이가 나더라도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대 간의 상호 이해 수준이 과거에 비해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직장 내 성희롱


성희롱은 상사가 주로 저지른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맞다.


성희롱은 직장 내에서 권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2년 발간한 <성희롱 진정 사건 백서>에 따르면 성희롱의 가해자는 직장 상사(78.7퍼센트), 사업주(13.4퍼센트), 동기(6.7퍼센트), 후배(1.2퍼센트) 등으로 사업주나 직장 상사에 의한 성희롱이 무려 92.1퍼센트를 차지한다.
성희롱의 발생 원인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이 두 가지 있다. 조직의 위계 구조에서 파생되는 권력 관계 때문이라는 이론(조직 모델)과 '남성은 지배자'라는 가부장적 사회 및 조직 문화가 성희롱으로 나타난다고 가정하는 이론(사회 문화적 모델)이 있다. 상사가 부하 직원보다, 남성이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성희롱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불가피하게 감내해야 하는 사회 문화적 요소로 합리화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차원에서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에서는 성희롱과 관련해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성희롱 가해자에게만 책임을 부과해서는 재발 방지, 피해 보상 등에 한계가 있고, 조직 문화가 성희롱에 관대한 경우 다른 근로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열정 페이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열정페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 필요 이상으로 당당하다.


일부 기업에서는 "무급 인턴이라도 하겠다는 대학생이 수십 명씩 밀려들어 오는데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는 것도 모자라 돈까지 줘야 하느냐"며 억울함을 표하기도 한다. 인턴에게 순수하게 교육만 시킬 것이냐고 반문하면 "일을 시키는 것도 교육"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인사 실무자도 있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수요자 사이에서 갑의 위치를 활용 혹은 남용하는 공급자의 일방적인 생각일 뿐이다.


진상 고객


내가 다니는 회사의 고객센터에서 고객 대응 매뉴얼을 본 적이 있다. 고객이 만일 욕을 하거나 거칠게 대응하면, 욕을 했으니 끊겠다고 말하고 끊도록 되어 있었다. 직원 입장을 고려하는 매뉴얼이어서 참 다행이었고, 또 이런 일을 겪을 수도 있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넷째, 회사는 관련 대응 방법을 담은 매뉴얼을 작성해 정기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뉴얼에는 직원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지금까지 발생한 사례를 다각도로 수집하고 그 사례를 유형별로 정리한 뒤 대표적 유형에 대한 법적 검토 및 그에 대한 회사 차원의 대응 방안을 담아야 한다. 또 고객의 위법 행위가 발생했을 때의 책임자와 의사 결정자를 명확히 명시해야만 직원의 자의적 대응을 막고 매뉴얼의 실효성이 높아진다. 자칫 직원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과잉 대응을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시장 경쟁이 심화되며 감정 노동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을이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갑이 되는 상황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갑에게 감정 노동을 해야 했던 을이 소비자로서 갑질에 동참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친절의 과잉이 가져오는 폐해를 인식하고 직원의 고충을 고려한 인사 관리가 필요하다.


강제 금연 정책


금연을 회사 방침으로 정하고, 흡연을 발견했을 때 불이익을 주는 회사도 있었다.


금연 정책에 관해 어떤 인사 관리 방식을 취할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문제지만 근로계약상 근로의 제공과 직접 관련이 없는 근로자의 흡연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흡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직원의 소변 또는 혈액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직원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 것 여기 마찬가지다.


직장 스트레스와 자살


국세청 직원이 자살했을 때 유족 보상금이 거부된 적이 있었다. 당연히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의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엄마 미안하오! 일은 계속 떨어지는데 직원은 보내주지 않고, 팀장은 욕만 먹고 한직에서 고생하는 직원을 우대해 줘야 합니다. 내가 죽는 이유는 사무실의 업무 과다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란 것을 확실히 밝혀 둡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원심은 "업무 과다가 우울증의 발병 계기는 될 수 있어도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볼 수 없으며, 김 씨의 유서 내용은 김 씨 스스로 생각하는 자살의 원인일 뿐 의학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며 유족 보상금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망인의 사망은 구 공무원연금법 제61조 제1항의 '공무원이 공무상 질병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공무원연금공단)는 그 유족인 원고(김 씨의 부인)에게 유족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고, 망인의 사망이 위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유족 보상금의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해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북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의 자살은 '사회적 타살'인 경우가 많다. 사회적 해결을 고민해야 한다.


인격의 침해는 업무 명령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를 피할 수 없다. 근로자가 회사에서 느끼는 업무상 스트레스, 괴로움을 단지 근로자 개인의 성향과 책임의 몫으로만 돌리던 과거의 관습은 사라져야 한다. 직장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곳이다. 개인의 심리 변화로 인한 자살에 조직적 메커니즘이 작용했다면, 그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지루해서 빨리 읽었다. 재미있을 수가 없는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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