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이상으로 소심하고, 혼자만의 규칙에 집착한다. 평소에는 다 안아주는 스님 같다가도, 뭐 하나에 관심을 가지면, 다섯살 훈이 녀석처럼 죽자살자 달려든다.* 요리 하나를 할 때도, 문장 하나를 지을 때도 그렇다. 던질 것은 없으니 이미지라도 내려놓는다.
그래서 가끔은 규칙이라는 것 자체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그것은 그림을 그릴 때만 가능하다. 이것은 예술이다. 예술이야. 스스로를 설득한다. 실수도 즐기려고 한다. 노력한다.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이다.
노동의 십자가
ㅡ현악사중주
베토벤이 현악사중주에서
불협화음을 마음껏 끌어들여 즐긴 것은
일종의 놀이이다.
노동을 놀이로 만드는 일은 간단하다.
실수를 하면 되는 것이다.
치수도 각도 다 틀리게
시간과 공간과 희롱하면서
잘못 자른 것은 다시 붙일 수 있고
붙인 것은 다시 자를 수가 있으니
실수는 성공보다 즐기기에 좋은 것이다.
실패란 옳게 된 것이라 할지라도
의도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예술의 완성은 의도와는 상관이 없다.
이것이 우리가 예술에 몰두하는 이유이다.
노동은 그것이 실수라는 것을 알게 되면
즐길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견습공한테 시켜놓고 보면 좋다.
뭐든 실수와 실패를 통하여 배운다.
안다는 것은 이렇게 재미없고 위험하다.
사실, 예술이란 형상을 다루는 것으로
시종일관하는 시행착오이다.
예술은 허구이기 때문에 실수와 실패를 즐길 수 있으나
노동은 질료인 실체를 다루기 때문에
실수와 실패가 용납되지 못한다.
인간이 노동에 몰두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_최종천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
*오세훈 : 정수기 광고를 찍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진행을 맡기도 했다. 보수계의 댄디남
이미지. 하지만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서울시장 직을 던졌다. 2019년 현재 태극기 부대와 함께
자유한국당을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