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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Dec 12. 2019

합정 독립서점 투어

책덕후라면 주말은 이렇게 보내야지

합정에 독립서점 투어를 했다. 많다, 많아. 다 돌자면 하루가 짧다. 책을 테마로 하는 곳은 많은데, 크게 3군데로 분류할 수 있었다. 책을 파는 게 주수입인 곳도 있고, 책은 인테리어고 커피를 파는 곳도 있고, 워크샵 같은 유료행사를 하는 곳도 있다.


도서정가제가 실시된 이후에 독립서점의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동네서점.) 대형서점의 할인 행사까지 없애면 더 좋겠지만...


신·구간 상관없이 최대 15%만 할인하도록 규정한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결과 중소형 지역 서점 감소세가 둔화되고 새로운 형태의 서점 창업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간 단행본 정가가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_머니투데이 「'개정 도서정가제' 2년…독립서점 늘고 신간 가격 떨어졌다」 2016-12-01 기사


독서가 취미인 사람들이 꿈을 이루는 의미에서 서점을 여는 경우 많데, 나도 언젠가 서점을 하나 열어서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가끔 한다.


합정에 있는 독립서점을 돌아다녀 보니, 소비자로서는 만족스러웠다. 다채롭고 매력적이다. 자주 와서 즐기고 싶다. 하지만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땀을 흘릴 만하다. 망하지 않으려면 이정도 퀄리티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성지(서양미술사)

원래 서양미술사였는데 이번에 보니 이름이 바뀌었다. 성지. 원래 이름이 낫다. 내부 인테리어도 리모델링 했던데, 이것도 원래가 낫다. 한쪽 벽면이 전부 책이다. CD도 많다. 책을 팔지는 않고, 커피를 파는 카페다. 성지소다라는 걸 시키면, 콜라는 아닌데, 콜라 같이 만든 음료가 나온다. 드립커피도 맛있다. 신기한 건 음료 가격이 전부 3900원이다. 매우 저렴하다.

동네 아지트 분위기다. 거의 만석인데, 누군가 들어와서 자리를 찾으면, 오래 죽치고 있던 손님이 알아서 자리를 비켜준다. 대부분 단골인 걸로 보인다. 카페 주인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정겨운 공간을 찾는다면 추천. 그런데 리모델링 하기 전에 낫다.


비플랫폼

그림책이 많다. 그림책으로 차있다. 외국책도 많다. 아마 그림책에 환장한 주인이 가져다 놓은 것 같다. 영어도 아닌, 알파벳으로 적힌 책들이지만, 그래도 그림이 이뻐서 넋 놓고 보게 된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와서 돈 쓰면 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와도 사장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커피도 1000원에 내려먹는 방식이다. 보통 공간이 이쁘면, 응원하는 의미에서 책이든 음료든 사게 되는데, 여기서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대신 북바인딩이나 그림책 관련 행사가 많다. 덕후들은 참여해볼 만하다.


책과밤낮

북까페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다. 깜짝 놀랐다. 일반적인 북까페는 책을 인테리어로 활용한 카페다. 여기는 다르다. 모든 손님이 혼자고,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벽의 일부를 사물함처럼 사용한다는 점이다. 진짜 사물함은 아니고, 작은 책장이다. 손님은 자신의 책을 사물함에 보관하듯이 책장에 놓고 다닐 수 있다. 두고 간 책들이 한 벽 가득이다. 직장이 근처거나, 자주 올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책을 맡겨놓고 자주 와서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점 겸 카페다.


초고

책도 파는 서점이자 바다. 입구 부분만 책으로 꾸며져 있고, 들어가면 카페 공간인데, 층고도 높고, 분위기좋다. 조용히 책맥하고 싶다면, 나라면 여기로 올 거다. 책은 많지 않지만, 워낙 이쁘게 꾸며놔서 안 사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인 취향과도 맞는 큐레이션이었다. 공간은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 한 줄에 책 3권 정도가 놓여있는데, 일반적인 서점이라면 30권은 놓을 수 있는 공간이다. 역시 비효율적일수록 이쁘다.


디벙크

크고 시원시원하다. 벽을 책으로 채워놓은 카페다. 공간이 매우 크고 책도 많아서, 책 많은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여기로 오면 좋다. 포스코센터에 있는 테라로사 느낌이다. 유리문이 아주 크다. 하나도 아니다. 건물이 한 기업 사옥인데, 해당 기업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땡스북스

아주 세련된 동네서점이다. 독립출판이라기 보다는 기성 책들이 대부분이다. 독립서점 계의 터줏대감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곳이다. 지금까지 봐왔던 공간과 달리 음료를 팔지 않는 것에 놀랐다. 책만 팔아서 월세를 낼 수 있다는 말인가? 책을 몇 권 샀는데, 대형서점처럼 10%를 적립해준다. 이렇게 적립해주고 월세를 낼 수 있다는 말이야? 미스테리다. 주로 합정에서 새 책을 살 때는 교보문고에 갔는데, 이제는 여기 와도 될 것 같다. 책이 아주 많다. 공간을 책으로 꽉꽉 채우면서 이쁘기 쉽지 않은데, 디자인을 잘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예전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을 때는 커피를 팔았다. 지금은 전부 책이라서 앉을 공간도 별로 없다.)


교보문고

강남 교보문고나 광화문 교보문고와는 많이 다르다. 책의 종류도 적다. (대형서점 치고 적다는 거지, 정말 동네서점 만큼 적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엄청 많다.) 대신 공간이 아주 이쁘다. 편히 앉아서 볼 수 있게 소파도 마련되어 있다. 식당가와 같이 있기 때문에, 점심먹고 책 보려고 자주 온다. 왠만한 카페 부럽지 않게 이쁘게 마련되어 있다.


타인나자신

이름부터 느낌이 있다. 3층에 있는 카페인데, 올라가는 길이 책장으로 만들어져 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미 여기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인터리어는 책의 압박이다. 이쁘게 만든 책장 같은 건 없다. 전부 다 책이다. 높은 곳도 다 책이다. 책이 지나치게 많지만 그래도 층고가 높아서 보기 좋다. 컵이 이쁘다.


이렇게 돌아다녔다. 헥헥. 많다, 많아. 독립서점 투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립서점은 독립출판서적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하는데, 이 중에는 없다. 요즘에는 동네서점과 독립서점이라는 단어를 혼용해서 쓰는 것 같다. 진정한 독립출판을 보고 싶다면, 홍대입구역 근처 공상온도로 가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초고가 제일 좋았다. 서점이고 뭐고, 그냥 카페아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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