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은 원래 혼나기 딱 좋은 날이다. 기대는 행복과 반대방향이기 때문이다. 생일도 그렇고 크리스마스도 그렇다. 오늘도 그랬다.
버스를 놓치고, 약속에 늦고, 가려던 식당은 문을 닫고, 날은 춥고... 사소한 아쉬움도 쌓이다보면 사채이자처럼 불어난다.
"오늘을 도대체 왜 이렇게 보내는 거지? 오늘은 행복해야 하는 날인데. 불행해."
여자친구는 좌절했다. 독촉당하는 채무자처럼 눈을 천천히 감았다.
"행복해야 하는 날은 없어. 행복할 거라는 기대는 불행해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야."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 가지고, 나도 모르게 입을 놀렸다. 원래 행복해야 하는 날은 없으니까. 얼마나 기대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받아들이느냐가 우리의 행복을 결정한다.
누구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밤에 외출했을 때 더 즐거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결국, 아주 행복할 거라는 기대는 행복해질 수 없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_폴 돌런 「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스님 같은 소리 하지마!!"
괜한 소리를 해서 더 많이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