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정진상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사회 속에서 서로 이해 관계가 대립하는 여러 계급,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유층 학부모와 빈곤층 학부모 사이에는 학교에 대한 기대에서 현상적으로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을 수 있다.
과도한 사교육비는 부유층 자녀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 가능성을 높여 교육을 통한 계급 재생산을 훨씬 용이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대학입시는 열아홉 살에 치르는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승패를 가르는 단판 승부다. 수능시험 성적과 그에 따라 배정되는 대학의 졸업장은 일종의 신분 증명서다. 상위의 신분 증명서를 취득하기 위해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옥을 통과할 각오가 되어 있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는 가정에서 비상 사태를 선포하고 이 기간 동안 생활 방식을 바꾸는 한편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고등학교 교장은 학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서울대 보내기' 경쟁에 기꺼이 참여한다. 그리고 이들의 행동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지극히 '합리적'이다.
우리나라의 대학과 대학생은 기묘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학은 입학생들의 수능 점수를 필요로 하고 학생은 대학의 간판을 원한다. 대학입시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 그 다음부터는 서로 무관심해진다. 상대방의 이름이 필요해 위장 결혼을 한 남녀가 이민국을 나서자마자 발길을 돌리는 것과 비슷하다. 대학서열체제에서 가장 높은 서열에 속해 있는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일단 경쟁의 관문을 뚫고 입학하기만 하면 서울대 졸업장이 보장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지방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힘들기 때문에 학습 의욕을 잃는다.
현재의 무한 입시 경쟁의 본질은 대학서열체제다. 전국의 대학들이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서열체제를 이루고 있고 학벌주의의 포로가 된 모든 학생들이 서울대에 가고 싶어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경쟁을 '완화'할 수 있겠는가.
이런 식의 지배 엘리트 양성은 봉건 시대의 특권층 양성과 다를 바 없다. 우리의 개혁안이 노리는 목표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러한 지배 엘리트 양성소를 폐지하는 것이다.
변호사의 희소성은 법률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는 데 장애가 될 뿐 아니라 변호사의 평균 소득을 높이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변호사 공급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법학대학원의 전체 입학 정원을 현재의 2~3배 수준으로 늘리고 이를 학구별로 배정하여 졸업자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변호사의 충분히 공급되어 법률 서비스의 질도 올라가고 변호사의 소득도 적정 수준으로 내려올 것이므로 현재와 같은 법대 선호 현상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