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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27. 2020

조국의 책을 버린다

 _조국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대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학자의 책이다. 이 책 초판 인쇄를 보니 내가 고등학교 때다. 그리고 몇 년 후, 한참 사회와 사상에 관심 많을 대학생 때 이 학자를 처음 만났다. 물론 (다른) 책으로. 다양한 매체에 기고를 해서 그런지 종종 조국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오래된 책인 만큼, 지금 읽으니 이미 한물간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참 다행이다. 조국 혼자만의 성과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크게 4가지 주제를 다룬다. 준법서약제(사상전향과 관련한 법이다. 이제 이런 단어를 듣는 일도 거의 없다.) 양심적 집총거부권(이제는 양심적 이유의 대체복무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빨갱이 콤플렉스와 사상의 자유(얼마전 진짜 빨갱이 출신이 서울 강남 갑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국가보안법 (요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남영동에 끌려갈까봐 걱정하면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학생 때는 너무 중요한 문제였지만, 지금은 한물간 문제다. 심드렁했던 마음은 서문을 읽으며 날뛰기 시작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많은 연구와 토론이 필요한 법학의 중요한 주제임과 동시에, 이 자유의 결핍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당장 고통을 받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어 이 고통의 해소와 직접 관련된 실천적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이 자신의 양심과 사상을 지키고 이를 실현하다가 시련을 맞이한 이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희망하며, 나아가 이 땅에 시도 때도 없이 출현하는 '색깔론'의 망령이 사라지고 우리 사회의 진보와 민주를 위한 '백화제방 백가쟁명'이 실현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 책의 주장이 모두 필요 없게 되어, 이 책이 창고에 처박히거나 폐지로 사용되는 시대가 하루 빨리 도래하길 고대한다.
 _조국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저자의 바람대로 되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와 관련해서 대한민국은 상상 못할 도약을 이루었다. 이제는 그 다음 문제, 검찰문제, 언론문제, 부동산문제 등 실질적인 부분으로 관심사가 넘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자 말대로 창고에 처박거나 폐지로 사용하기로 했다. 가 저자의 팬으로서 그냥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자유


사상의 자유는 중요하다. 자유주의의 입장에서는 이렇다.


이후 밀이 더 구체적으로 이 이론의 체계를 세운다. 그는 <자유론>(1859)에서 사상의 자유가 필요한 근거로 다음의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어떤 사상이 침묵을 강요당하는 경우 어쩌면 그 사상이 진리일지 모른다. 둘째 설사 침묵을 강요당하는 사상이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통상 진리의 일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셋째 진리라고 널리 인정되는 사상의 경우도 그것에 대해 진지하고 활발하게 논쟁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치 자신이 편견에 사로잡힌 것처럼 생각하여 그 사상의 합리적 근거를 이해하고 실감하기 어렵게 된다. 넷째 자유로운 토론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교설 자체의 의미가 없어지거나 약화되어 그 사상이 사람의 인격과 행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실될 수 있다.
 _조국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시장


자유시장 이론에서 보더라도, 사상의 자유는 유용하다.


진리는 사상의 충돌을 통해서만 드러날 수 있다. 왜냐하면 진리 여부를 가리는 최고의 검증방법은 그 사상이 사상의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 속에서 수용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_유엔인권이사회(1995)


혼란


민주주의는 혼란스럽다. 그래서 혼란스럽다는 이유로 벌어지는 억압과 탄압은 전부, 민주주의에 대한 억압으로 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우호적으로 수용되거나 모욕적이지 않은 또는 무관심한 문제로 간주되는 정보와 사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또는 일부 주민에게 모욕과 충격을 주거나 교란시키는 정보와 사상에도 적용된다. ... 이는 다원주의, 관용 및 관대함의 요청이며, 이것 없이는 민주주의 사회가 존재할 수 없다.
 _유엔인권이사회(1995)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잔인하다. 사람을 눕혀서, 침대보다 큰 사람은 다리는 자르고, 침대보다 작은 사람은 잡아늘리는 폭압정치의 상징이다. 저자는 국가보안법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같다고 한다.


프로크루스테스가 자신의 흉기인 침대의 길이와 폭을 바꾸거나 다른 새로운 침대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에게 희생당하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와 그 침대를 없앨 때에야 비로소 비극은 끝나는 것이다.
 _조국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이 책을 비롯한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다룬 옛날 책들은 대부분 헌책방에 있거나 폐지가 되었을 것이다. 2020년의 검찰문제, 언론문제, 부동산문제도 언젠가 한물간 이슈가 되길 바란다.



★★★★ 안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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