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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29. 2020

거짓말은 하는 게 아니라 치는 거죠

 _전석순 「거의 모든 거짓말」

거짓말을 잘하는 건 쉽지 않다. 속지 않는 것도 쉽지 않다. 치열하게 거짓말하는 주인공이 거짓말을 넘어서기 위한 분투를 그린 소설이다.



거짓말 자격증이 있다. 일단 서류 전형이 있고, 그 다음 면접에서는 서류에 나와있는 모든 정보를 부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류에 서울 출신이라고 적혀 있다면 면접에서는 부산 출신이라고 말해야 하는 식이다. 주인공은 1급을 따기 위해 열심인 2급이다. 거짓말로 먹고 산다. 손님인 척하며 가게를 평가하기도 하고, 결혼식 하객을 하기도 한다.


주인공이 거짓말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거짓말 1급 수험생인 소설을 떠올려보자. 어떤 결말이 나오게 될까. 거짓말은 나쁜 거다? 거짓말은 어려운 거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재미와 의미도 있지만, 서사까지 깔끔하게 구성된 책이다.



거짓말은 하는 게 아니라 치는 거라고 알려 준 건 아버지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친다는 건 그다지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뺑소니를 친다거나 사기를 친다거나.


주인공은 거짓말을 곧잘 친다. 아주 능숙하지는 않다. 돈을 벌 때는 잘 하지만, 양다리를 걸칠 때는 상대방의 수를 읽지 못하고, 자꾸 휘둘리기만 한다.


사랑은 유지시키는 힘은 권력도 돈도 외모도 아닌 오직 거짓말에서만 나온다. 권력과 돈과 외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지만 거짓말은 변해 봤자 다시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언제든 시든다. 사랑이 시들지 않는 것은 거짓말에 들러붙어 기생했을 때뿐이다. 그러니 연애를 시작하는 첫 단계는 사랑이 진실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연애가 어렵다는 사람은 거짓말을 못 치는 사람이다. 심지어 잘 속을 줄도 모르는 사람. 잘 속을 줄만 알아도 훨씬 수월하다. 가짜라도 괜찮다. 사랑에 빠지기만 하면 가짜 줄도 모를 테니까.


거짓말은 주인공이 고통뿐인 세계에서 버틸 수 있게 해준 힘이었다.


어쨌든 조만간 성공한 아버지가 나타나 큰 집으로 옮길 것이라는 게 늘 똑같은 결론이었다. 석연찮았지만 나는 기꺼이 그 말에 기우뚱했다. 거짓말은 진실을 견디는 힘을 주었지만 진실은 거짓말을 견디는 힘을 주지 않았다.


거짓말을 잘 하려고 노력한 주인공은 결국 거짓말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다.



★★★★★ 현대소설이 역시 좋다. 단어 하나하나에서 작가가 원하는 뉘앙스가 그대로 전달되어 온다. 마치 거짓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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