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전석순 「거의 모든 거짓말」
거짓말은 하는 게 아니라 치는 거라고 알려 준 건 아버지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친다는 건 그다지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이를테면 뺑소니를 친다거나 사기를 친다거나.
사랑은 유지시키는 힘은 권력도 돈도 외모도 아닌 오직 거짓말에서만 나온다. 권력과 돈과 외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하지만 거짓말은 변해 봤자 다시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언제든 시든다. 사랑이 시들지 않는 것은 거짓말에 들러붙어 기생했을 때뿐이다. 그러니 연애를 시작하는 첫 단계는 사랑이 진실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연애가 어렵다는 사람은 거짓말을 못 치는 사람이다. 심지어 잘 속을 줄도 모르는 사람. 잘 속을 줄만 알아도 훨씬 수월하다. 가짜라도 괜찮다. 사랑에 빠지기만 하면 가짜 줄도 모를 테니까.
어쨌든 조만간 성공한 아버지가 나타나 큰 집으로 옮길 것이라는 게 늘 똑같은 결론이었다. 석연찮았지만 나는 기꺼이 그 말에 기우뚱했다. 거짓말은 진실을 견디는 힘을 주었지만 진실은 거짓말을 견디는 힘을 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