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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Aug 14. 2020

출산율 반올림

인구가 떨어진다. 통~ 하고 떨어진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합계출산율이 0.98명으로 집계되었다. 반올림 하지 않을 수 없는 숫자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져올 거시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마무시하다. 다름 아니고, GDP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냉전 종식 이후 GOP 보다 더 중요하다는 바로 그 GDP!!! 정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파트값 올리듯이 출산율을 올릴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2015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기준시나리오 상으로 2040년에 합계출산율이 1.38명까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2060년의 총인구는 2015년 대비 11%가 줄어들며 20세 미만 인구는 43%가 줄어든다. 그런데 최근의 출산율은 통계청의 출산율 저위 시나리오보다도 낮아진 상황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국내총생산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감소보다 GDP 감소폭이 더 크며, 인구감소가 실현되기도 전에 부정적인 경제적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는 것으로 예상하였다. 출산율 1.05 시나리오에서 20세 이상 인구수는 2035년까지 기준시나리오와 동일하지만 GDP는 향후 인구 감소에 반응하여 0.6%가 감소한다. 2060년에는 20세 이상 인구수가 4.5%가 감소하지만, GDP는 5.0%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_김경수 외 「우리나라 저출산의 원인과 경제적 영향」 국회예산정책처


한 저명한 연구에 따르면 (내가 생각해봤는데...),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3가지다. 육아비용, 주거비용, 그리고 여성의 학력이다. 정부에서 잘 대처하고 있는지,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육아비용


육아비용이 높아질수록, 아이를 덜 낳는다. 당연한 이야기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재우고 먹이고 돌볼 수 있을까. 돈도 돈이지만 시간이 문제다. 직장내 어린이집이 있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매일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올 수 있을까. 5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직장내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현실은 아직 턱 없이 부족하다. 정부에서는 매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을 공개한다. 2020년 5월에 발표한 자료를 보니, 내가 모르는 회사가 많다;;;


매일경제신문사 (이제 한국경제신문 볼거다)

다스 (누구겁니까)

신성통상 (이제 탑텐 안가고 유니클로 가야지)

안진회계법인

씨제이제일제당 진천캠퍼스

삼성전자서비스 씨에스 주식회사

코스트코 코리아

티웨이항공 (요즘 항공사 힘들텐데..)

현대제철 순천냉연공장

버버리코리아 (그 버버리?)


아는 회사만 뽑아보자면, 대충 이렇다. 하루 빨리 직장내 어린이집을 설치하기 바란다.


육아휴직


육아휴직이 보장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남성!


여자친구에게는 호언장담했다. 아이가 생기면 내가 육아휴직 할거니까 걱정 말라고. 꼬시려고 한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뱉은 말이니 지킬 거다.


내가 일하는 곳은 좋은 회사라 자평한다. 적어도, 사원을 동료로 보지, 도구로 보지 않는다. 인격적 모독이라거나 상사의 갑질이라거나 직장내 괴롭힘 같은 건, 책으로 공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육아휴직을 내면, 그게 남성직원으로서는 첫 육아휴직이다. 긴장되지만, 여자친구에게 혼날 수는 없으니, 저돌적으로 추진한다.


주거비용


주거비용이 높아지면 결혼을 덜 한다. 결과적으로 아이도 덜 낳는다. 정부는 이러저러한 대책을 내놓는 시늉을 하고 있다.


주거비용 부분은 완전 망했다. 2014년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 이후 부동산 가격은 쭉쭉 오르고 있다. 그중 특히 서울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는 매번 기록적인 분양가를 공개하며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임대사업자 혜택이다. 한때 투기꾼이라 불렸던 사람들은 이번 정부에서 주택임대사업자로 이름을 바꿨다. 부동산과 관련한 세금은 크게 3가지다. 살 때 내는 취득세와 등록세, 가지고 있을 때 내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그리고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 임대사업자로 신청만 하면, 이 세금을 전부 감면받는다. 심지어 1주택자보다 더 낮은 세금을 내기도 한다.



여성의학력


출산가능한 시기인 30~34세의 기간은 노동인구가 가장 생산성을 높이고 자기 영역에서 전문적 성장을 해나가야 하는 시기다. 여성들에게 이런 경력 단절은 두 번째 취업시 심한 지위 하락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고학력 전문직 여성의 경우, 출산으로 인한 기회비용의 상실이 훨씬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저출산 집단이 될 확률이 높다. 특히 대부분의 전문직 여성들은 결혼을 하고서도 취업활동을 계속하지만 첫 자녀를 출산하면서 경제활동을 그만두거나 둘째 자녀의 출산을 미루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 이는 기존 연구사례에서도 증명된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 아이 양육과 교육에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이 많아, 출산율은 저하되고 노동시장참여율도 떨어지는 양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_이은경 「여성의 전문직화와 출산의 함수관계」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고학력 여성은 저출산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잘 대처하고 있다. 학력이 높은 여성에게 불이익을 줌으로써 인구감소의 원인을 억제하고 있다. 취업 시장에서의 소외, 결혼 시장에서의 비선호, 경력 단절 후 노동시장 재진입 거부 등 간접적인 압박도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효과적인 것은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타격이다.


'을'하면 떠오르는 직업군이 여러가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대표적인 건 대학원생이다. 교수의 부하 노릇을 하면서, 교수가 싸질러놓은 똥을 처리하는 모습은 정말 냄새나고 애처롭기 그지 없다. 그중 압권은 바로 교수가 부하에게 직접 똥을 싸는 건데, 이는 주로 폭력, 그리고 성폭력으로 나타난다. 똥파리가 눈 앞에 날아다녀도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교수에게 대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종합적 판단


육아비용과 관련해서, 기업을 협박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주거비용은 망했다. 위 2가지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여성의 학력은 사회에서, 그리고 대학에서 잘 대처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손 안대고 코푼 격이다. 결국 종합적으로 판단해보자면, 낙제에 가깝다.


그렇다고 현 정부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정치는 원래 우리편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고 나서, 나머지는 거기에 끼워맞추는 거다.


이렇게 된 거, 그냥 좋게 생각하련다. 출산율이 낮아서 참 다행이다. 사실, 출산율이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는 더 줄고 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속도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다.


지금은 출산율 감소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출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산가능인구 과잉을 걱정해야 한다. 자동화 기술에 의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대규모 실직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청년 인구가 수십만 명이 감소했는데, 청년 실업자는 오히려 수만 명 더 늘어났다.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과거 인간 노동자를 고용했던 기업들이 기계나 인공지능을 도입한 결과이다.
  _김상하 「낮은 출산율은 정말 재앙일까?」 2020-01-08 프레시안 기사


아프니까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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