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이 늘어난다고 한다. OECD 기준으로 의사 수가 매우 부족하고, 특히 지방은 현격히 부족한 현실이니, 매우 환영할 일이다. 이미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들이 대신 하는 불법이 관행화되고 있는 점, 앞으로 인구 노령화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서 의료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점이 의대정원 확대 주장의 뒷받침이 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의사들이 단체로 진료를 거부하며 의대정원을 줄인 바 있기 때문에, 이제야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익단체
의사의 수가 많아지면, 의사 하나 하나의 특권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니, 의사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의사들의 이익단체인 의협이 반대 목소리를 낸다. 다른 이익 단체와 비교를 해보면 공통점과 차이점이 보인다.
공통점
일단 공통점부터 보자. 모든 이익 단체는 정원 확대에 반대한다. 모든 엘리트 집단의 특징인데,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고 징징거리면서 인원 확대는 목숨 걸고 달려들어 반대한다. 엘리트의 수는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하며 그래야 특혜의 질과 양도 높은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이 늘어나면, 특혜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의사가 한 명뿐인 마을에서 사는 것과, 의사가 열 명인 마을에서 사는 것을 비교해보자. 주민들 입장과 달리, 의사는 전자가 좋을 것이다. 수입은 말할 것도 없고, 존경과 명예 전부 포함해서 유리하다.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국회의원
국회의원은 워낙 소수여서 이익단체라고 부를만한 게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원 확대는 확실히 사수한다. 정치혐오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국회의원이 스스로, 정치인은 나쁜 것이니 늘리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차이점
정원확대에 반대하는 게 이익단체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의협의 대응에는 다른 이익단체와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파업이다.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의미에서의 파업은 아니다. 진료 거부 담합이 정확한 표현이다.)
로스쿨에 반대한다고 변호사들이 하루이틀 파업 한다고 하자. 재판 일정을 연기하면 그만이다. 회계사와 세무사가 하루이틀 파업 한다고 해도, 신고기간만 피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의사는 다르다.
의협은 자신들의 힘을 분명히 알고 있다. 의료를 멈추면 사람이 죽는다. 그만큼 국민들을 압박할 수 있다. 소름끼치도록 영악한 대응이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의사와 간호사가 공백을 어찌어찌 메우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맡게 된다.
이익단체는 원래 징징거리는 게 일이다. 아니다 싶으면 파업도 할 수 있다. 정부도 자신의 일을 할 것이다. 의사도 변호사도 회계사도 세무사도, 그리고 언젠가 국회의원도 정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의대생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의대생이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공동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쳐가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을 몸으로 배우고 있는 중이다. 최소한의 인간다움도 지키지 못했던 경험이 그들에게 큰 상처로 남을 것이다.
그들은 훗날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