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의 대화가 익숙해지면 반복된다. 반복하면서 특정한 어휘와 반응의 연쇄를 만든다. 유행어라고 할 수도 있고 언어습관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는 이렇게 반응하고, 내가 왕! 하고 놀리면 너는 우왁! 하고 놀라는, 주고받기. 그중에 어느 한 조각만 빠져도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같이 쌓은 공감의 탑이지만, 어느 한명만 발을 빼면 무너지게 된다.
젠가
너의 말위에 내 말을 얹고
그 위로 너의 말을 얹고
그 위로 또 나의 말을 얹고
그것들의 반복으로
덩치 커진 우리에서
다시 너의 말을 빼고
나의 말을 빼고
그러다 무너져서 말들은 잔해가 되고 부서지네
사랑한다는 그 말은
제일 나중에 얹을 걸 그랬지
언젠가 했던 그 말 빼고 나니
우리는 잔해가 되고 부서지네
_엄지용 「나란한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