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온 몸으로 피곤함을 표현한다. 힘든 생각을 떨치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요즘 회사 일이 바쁘다고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기대를 가지고 말을 건다. 뭐 먹을까? 고기 먹을까? 하고 물으면,
싫어!!!!
깜짝 놀랐다. 아.. 그래;;; 그러면 일단 커피 마실래? 뜨아? 하고 물으면, 으르렁!!! 하고 포효한다. 놀라서 지갑을 떨어뜨렸다. 그.. 그럼 케이크 먹을래? 당근 케이크 어때? 하고 물으면,
싫어!!! 맨날 당근 케이크야!!
여자친구는 원래 당근 케이크를 안 먹는다. 좋아하는 건 나다. 항상 당근 케이크를 보면, 어때? 먹을까? 물어보지만, 흔쾌히 먹겠다고 한 적은 없다. 흔쾌히 거절한다. 그래도 이렇게 열 번 정도, 우렁찬 싫어!!를 외치고 들판을 달리고 나면, 다시 기분이 나아지는 듯 보인다. 사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드러눕는다. 그러다 돌연 먹이를 발견한 듯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고 말한다. 딸.기.케.이.크.
응? 응, 응. 물 마시다 깜짝 놀란 누우처럼 지갑을 챙겨들고 일어난다. 이해할 수 없지만, 여자친구는 다시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건 그냥 투정을 마음껏 부리는 거야. 완벽한 투정. 이를테면 지금 내가 너한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해. 그러면 넌 모든 걸 내팽개치고 사러 달려가는 거야. 그리고 헉헉 숨을 헐떡이며 돌아와 '자, 미도리, 딸기 쇼트케이크.' 하고 내밀어, 그러면 내가 '흥, 이제 이딴 건 먹고 싶지도 않아.' 라며 그것을 창밖으로 집어던져 버려. 내가 바라는 건 바로 그런 거야."
_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