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의 냄새

_문혜진 「혜성의 냄새」

by 이태원댄싱머신
혜성의 냄새

핼리혜성이 마지막으로 관측된 것은 1986년
내 나이 열한 살 때,
다음 접근 시기는 2062년 여름
이 밤
나는 상상한다
불타는 혜성의 냄새를

포름알데히드
유골캡슐 로켓이
우주로 발사된다
우주장례식
너의 시간은
포름알데히드 수조에 가라앉는
감람석 빛 운석

메탄
너는 오르트구름과 카이퍼벨트 사이
얼음 알갱이로 떠돌다
던져졌다
너는 지금
명왕성 지하 바다
메탄의 대기를 지난다
태양과 점점 멀어진다
타들어가는 초점을 가진
내 두개골 속 시계

암모니아
그날 밤,
그 냄새는
내 몸 속 어두운 구석에서 시작되었다
고름 고인 이빨 사이
가랑이 사이
땀구멍
털 속
림프관에서 시작되었다
아니
나팔관 호른의 월식
구토
밸이 꼬인
시궁창
쓸개즙
밑바닥

마그마
그 아래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 폭풍 속에서
끓어오르는
흰 이빨 마귀 울음소리

시안화수소
아파트 15층 옥상, 거대한 황금빛 화분, 너는 난간에 서서 깊이 숨을 들이쉰다 알몸을 웅크린 채, 숨을 참고 몸을 던진다 납추를 달고 깊이, 더 깊이,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 첼린저 해연, 그 차가운 암흑의 바다로 금빛 불길이 바다의 관덮개를 지진다, 굉음, 치솟는 빙괴, 수장된 불꽃의 메아리

아파트 15층 옥상,
벽돌 수직 낙하
퍽!
피투성이 얼굴
그 위로 훅 끼쳐오는 불타는 혜성의 냄새

_문혜진 「혜성의 냄새」


가끔은 너무 불안하고 걱정된다.

떨어질 것 같다 끝없이

그리고 조금은, 떨어지고 싶기도 하다.

나 떨어진다!! 외치고 싶다.


바로 그날 테레자는 길거리에서 넘어졌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휘청거렸다. 거의 매일 넘어지고 부딪히고 그렇지 않으면 들고 있던 물건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참기 어려운 추락 욕구를 느꼈다. 그녀는 지속적인 현기증 속에서 살았다.
넘어지는 사람은 "날 좀 일으켜 줘!"라고 말한다. 토마시는 변함없이 그녀를 일어켜 줬다.
_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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