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박준 「의자를 신고 달리는」
눈을 보고 말해요
휴대전화를 손거울만큼
조그많게 만드는 시대라
수화 구멍을 귀에 대면 송화 구멍은 볼 정도에
얼굴이 좀 크다 싶은 사람은 광대뼈에 겨우 걸쳐진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면
마치 허공에 대고 떠드는 것 같아서
우리는
허공에 짜장면 하나 볶음밥 둘을 시키고
허공에 종각역 1번 출구에서 만나자 약속하고
허공에 사랑한다 속삭인다
그렇게 말하는 우리라서
불어 터진 짜장면이 오고
약속이 어긋나고
사랑이 쉬 깨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_박준 「의자를 신고 달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