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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Mar 30. 2021

서울시장, 누구를 뽑을 것인가

이상한 일이지만 내가 뽑은 사람이 당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십중팔구는 낙선이다. 우연이라기엔 결과가 너무 편향적이다. 불운 타고 났다거나(선천적으로 재수가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게 아니면, 대중과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걸까.


이번에도 고민한다. 겨우 1년짜리 미니* 시장이지만, 아무리 작고 귀여워도 서울시장이다. 내가 사는 곳의 부동산 정책을 결정한다. 천천히 따져보자.


2020년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보궐선거가 결정되었다. 다음 지방선거가 내년에 치러지기 때문에, 임기는 1년 2개월에 불과하다.


1 민주당


민주당이 애초에 새웠던 원칙이 있다. '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 잘못으로 생긴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 혹시나 잊어버릴지 몰라 당헌에 적어두었다. 나도 다이어리에 적어두었다. 당연한 원칙이라 생각했다. 민주당도 같은 마음이었을까. 설마 그런 일이 발생할 리는 없겠지, 부산이면 몰라도 서울은 그런 걱정 안 해도 되겠지, 하고 안일한 마음으로 만든 당헌일까.


극한 상황에서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전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시신기증을 사전에 등록해놓는다. 당헌도 비슷한 거다.


민주당은 지금 한창 정신없을 때다. 횡설수설하기도 하고 후보를 내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힘들 때는 원래 다 그렇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다. 주위 사람이 힘이 돼주면 좋다. 온전한 정신일 때 했던 발언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민주당이 스스로 정한 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민주당은 2020년 11월 결국 당헌을 바꿨다. 권력형 성범죄로 보궐선거를 치루지만, 시민을 위해, 미래를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그냥 후보 내는 걸로 했다.


2 국민의힘


오세훈이 후보로 선출되었다. 시끄러운 이야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내곡동 그린벨트 땅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선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그건 차치하자. 전광훈이 주최하는 광화문 집회에 수시로 참석해 대통령을 중증 치매 환자라고 비방해왔지만, 그것도 넘어가자. 서울시장 시절 어버이연합 지원해왔지만, 그건 문제 삼지 말자. 아이들 밥 주는 문제로 시장의 명운을 걸고 주민투표를 강행했고 결과적으로 주저앉았지만, 그 차치하자.


중요한 건, 그는 뱉은 말은 지킨다는 거다. 정말로 시장을 관뒀다. 아이들 밥 주는 문제로 말이다. 보기 드문 사람이다.


3 정의당


민주당과 비슷한 상황이다.* 차이가 있다면, 정의당은 염치가 있다. 후보를 안 냈다.


정의당의 당대표도 질세라 성추행을 저질렀다.


보통 이렇게 세 군데만 살펴보면, 찍을 곳이 얼추 나왔다. 이번에는 깜깜하다. 어쩔 수 없이 군소후보까지 다 조사하게 생겼다.


6 기본소득당


기본소득당 답게 서울시민에게 월 25만원을 지급하는 걸 공약으로 걸었다. 플랫폼 노동자(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의 권리 보장도 이야기한다.


7 국가혁명당


허경영이 또 나왔다.


8 미래당


양심적 병역거부로 유명한 오태양이 나왔다. 청춘콘서트를 만들어서, 안철수를 스타 정치인으로 띄운 인물이다.


9 민생당


아직 살아있었네.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뭐라도 사먹여서 보내고 싶다.


10 신자유민주연합


배영규 후보는 사기죄를 포함해 전과 5범이다.


11 여성의당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처벌법, 낙태죄, 주거권, 양육비 이행법 등을 이야기한다.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2020년에는 선거운동 하는 사람에게 돌을 던지고 난동을 부렸고, 2021년에는 여장을 하고 당사로 쳐들어왔다. 여러모로, 여성의당이 안 생기기 어려운 환경이다.


12 진보당


민주노총은 진보당의 송명숙 후보를 지지한다.


13 무소속


정동희 후보는 부동산 가격 13% 인하와 세금 13% 감면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 출산율 13% 업, 자살율* 13% 다운도 약속했다.


자살률이 올바른 표현인데, 공약 원문의 느낌을 살렸다.


14 무소속


이도엽 후보는 기후위기 해결을 다짐했다.


15 무소속


2018년 녹색당 후보로 나왔던 신지예가 탈당하고 돌아왔다. 당시 나는 신지예를 찍었다. 믿기지 않지만 낙선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져보니 확실히 감이 온다. 누구를 뽑을지 결정했다!! 과연 내가 뽑는 후보가 당선될 것인가.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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