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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9. 2023

냉장고에는 과일이. 냉장서고에는...

김해책여행 9

서점은 봉리단길에 있다. 봉리단길이면 핫플레이스 아닌가. 그러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할텐데. 걱정이 먼저 앞섰다. 커피를 팔지 않는 책방은 매출이 낮기 때문에 무조건 임대료가 낮은 곳에 위치한다. 여기에 책방이 있네? 하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독립서점은 보통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입점한 가게들의 업종들이 주고받는 시너지를 고려한 건물주의 종합적인 판단이 있을 때는 서점이 유동인구 많은 곳에 들어올 수 있다. 대형쇼핑몰에 있는 입점한 서점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코엑스의 중심에 위치한 별마당이다. 자꾸 별다방이라고 잘못 부르게 되는 거기 말이다. 별마당에서 나오는 매출은 없지만 여길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면 결과적으로 쇼핑몰 전체의 방문객은 많아진다. 일반적인 건물주(혹은 임대법인)는 가장 높은 임차료를 부담할 수 있는 임차인을 찾는다. 그러다 보면 결과적으로 살아남게 되는 업종이 정해져있다. 식당과 카페 그리고 의류매장이다. 한 건물에 혹은 한 거리에 입점해 있는 가게의 구성이 비슷비슷하다면 굳이 거기에 갈 이유가 있을까. 경리단길과 봉리단길이 이름처럼 비슷하다면 미래도 비슷해질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비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걸 구성의 오류라 한다. 가게 주인도 건물주도 최선을 다하는데 결과적으로 거리가 다 비슷비슷해지고 사람들이 찾지 않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봉리단길 한가운데 작은 골목이 있다. 간판을 보면, 글문도사도 있고, 옥황선녀도 있고, 아기동자도 있고 다 있다. 원래 봉리단길은 점집이 많은 거리였다고 한다. 유혹을 이겨내고 왼쪽 정원으로 들어가면 한 고양이가 가만히 앉아 독자를 맞이한다. 삼색냥이다. 이번에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달려들어서 고양이를 구경하고 사진 찍다보면 어느새 마당 안이다. 이번엔 다른 고양이가 등장한다. 치즈냥이다. 컨테이너에 위치한 서점이 보인다. 고양이에 빼앗긴 마음을 간신히 추스리면 세번째 검은 고양이가 나타난다.



컨테이너 바깥은 회색인데 안은 민트색이다. 상큼한 분위기에 걸맞는 서점의 이름은 #냉장서고 다. 서점지기는 작가이기도 한데, 쿨내 풀풀 풍기는 냉장 에세이의 저자다. 며칠 후 예정되어 있는 북토크의 주인공이다. 다음 책도 냉장이라는 컨섭에 어울린다. 어머니를 주제로 쓴 책이니 따스하고 감성 넘치는 문체가 예상되지만 여전히 차갑다. 쿨하게 어머니를 묘사하는 책이 나올 예정이다.


상호 | 냉장서고
위치 | 김해시 봉황대길 46
특징 | #독립서점 #독서모임 #고양이서점


코로나 이전에는 독서모임을 오래 진행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갑자기 열린 서점이니, 이제 모임도 하나둘 시작될 듯하다. SNS를 보니 벌써 글쓰기 모임과 독서모임 공지가 올라와있다. 영화모임과 보드게임모임도 한다고 한다.



독립출판물은 교보문고에 없다. 동네서점에만 유통되는 책이다. 요즘 유행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독자들이 독립출판을 통해서 저자로 거듭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일만 겪는 건 아니고 황당한 일도 겪는다. 나도 오늘 정말 황당한 일을 겪었는데, 독립서점을 방문했더니 마당에 세 마리의 고양이가 나를 맞이하는 거다. 이런 내용이 있다는 건 아니고 아무튼 별별 일이 다 벌어지는데, 그런 내용을 담았다.


제목 | #독립출판내가하지말라고했지
저자 | #현채이
어느 날 저녁을 먹다 수연이에게 물어보았다.
“내가 그러니깐 그거 하지 말랬지?”
“뭘.”
“독립출판인가 뭔가, 그거.”
“그랬지.”
“근데 왜 했냐?”
그는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이번에도 그냥 웃어넘기나 했더니 그는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냥 글이 쓰고 싶었어.” 113


그냥 글이 쓰고 싶은 사람은 냉장서고에서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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