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비에서 개걸스럽게 팬케이크를 먹고 나왔다.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건물이 김해도서관이다. 숙소 바로 앞에도 장유도서관이 있지만 아쉽게도 장기간 휴업중이다. 아마 리모델링을 하나보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나름 핫플레이스에 자리잡고 있다. 주변에 카페가 많다.
상호 | 경상남도교육청 #김해도서관 위치 | 김해시 왕릉길 72 휴관 | 매월 세번째 월요일 휴관 특성 | #봉리단길 #평생학습 #저자강연
경남교육청 소속이다.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서관이 다 똑같지만, 공공도서관은 운영하는 주체에 따라 교육청 소속과 지자체 소속으로 나뉜다. 지자체장도 교육감도 선출직이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자신의 치적을 은근히 자랑할 수 있는 시설은 상상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알력이 벌어지기도 한다. 민간에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
행사가 정말 많다. 책을 추천하고 진열하는 큐레이션도 강연과 공연도 많고 체험하는 행사도 꽤 많다. 1층에는 여름을 주제로 한 책이 큐레이션 되어있었다. 안녕달 작가의 #할머니의여름휴가 가 있었다. 이것도 좋지만, 역시 안녕달은 #수박수영장 이다. 그런데 그게 없다니! 여름으로 검색해봤는데 제목에 여름이 없어서 그책은 빼먹고 안 넣었을까. 아니다, 사서는 그리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다. 안녕달을 모를 리 없고, 여름 키워드로 수박수영장을 떠올리지 않았을 리 없다. 분명 사람들이 하도 많이 봐가지고 닳고 닳아서 전시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나라도 도서관 1층에서 보면 또 반가워서 다서 펼쳐보고 넘겨보고 만져보고 옆사람한테 보여주면서 낄낄 거리고 놀 것 같다. 그러면 책이 금방 망가질 게 뻔하다.
동네책방과 함께 하는 행사도 많다. #생의한가운데 와는 가방 만들기를 한다. #숲으로된성벽 과는 꽃액자 만들기를 하고 금동건 작가와의 만남도 예정되어 있다. #꿈이룸공작소 와는 향수 만들기를 하고 정인한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 #냉장서고 는 이제 시작하는 책방이니 앞으로 재미있는 행사를 많이 기획했으면 좋겠다.
책을 빌리려고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한 후 신분증을 내밀었는데 경남에 거주하는 게 아니라면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아쉽다. 이 조그마한 땅덩어리에서 겨우 지역 때문에 도서관 이용을 못하는 건가. 아주 짧게 고단함과 아쉬움을 음미하고 인스타충답게 사진을 찍는데, 아는 책 발견. 식물이 이뻐서 찍고 있었는데 그뒤에 있는 게 김영민 책이다.
김영민 팬이어서 이미 열심히 읽었는데, 굳이 한번 더 읽겠다고 김해까지 가져왔는데, 김해도서관에서 또 만났다. 만난 김에 펼쳐봤다. 캬.. 하며 덮는다.
제목 | #인간으로사는일은하나의문제입니다 저자 | #김영민
사상가 폴 비릴리오는 비행기의 발명은 추락의 발명이며 선박의 발명은 난파의 발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생의 발명은 고단함의 발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비행기나 선박의 운행에서 사고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삶의 운행에서 고단함의 제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삶이 고단하다는 것은 상당 부분 동어 반복이다. 산다는 것은 고단함을 집요하게 견디는 일이다. 10
가짜를 좋아할 수는 있어도 가짜를 진짜로 속이지 않는 게 상도덕이다. 추남을 좋아할 수는 있어도 추남을 미남이라고 우기지 않는 게 연애이 도덕이다. 인간을 좋아할 수는 있지만, 인간이 다 착하다고 우기지 않는 것이 정치의 도덕이다. 인간이 천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정치가 있다.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