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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9. 2023

김해는 팬케이크의 고장이다.

김해책여행 7

좋아하는 작가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북토크를 핑계로 약속을 잡았다. 저녁에 밥을 먹자고 했는데 배가 고프다. 아직 2시. 이제와서 점심을 먹기는 부담스럽다. 작가와 저녁을 먹자고 했는데 배가 부른 상태로 만날 수는 없다. 어쩌면 작가는 어마어마하게 까탈스럽고 신경질적인 직업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아 작가님, 제가 오늘 배가 좀 부른 상태여 가지고요.
작가: 아니, 그러면 점심을 안 먹고 오셨어야죠!! 저는 어제부터 신경쓰여서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기다리고 있었다!! 구요!!!
나: 아.... 죄송합니다. (이정도면 대장내시경 준비하는 거 아닌가..)


아니다. 그의 작품에 그런 느낌은 없다. 대신에 상상력이 뛰어나고 위트가 있다. 그래서 어쩌면 말도 안되는 논리적 전개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작가기 떄문이다.


나: 아 작가님, 제가 오늘 배가 좀 부른 상태여 가지고요.
작가: 아... 배가 부르다? 오늘 출판권 계약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밀당을 하자는 말씀이신가요? 저 말고 다른 작가하고 맛있는거 드셨다는 말이겠죠? 그러면 저랑 약속을 잡지 말아야죠!!!!!!
나: 죄.. 죄송합니다. 앞으로 사흘 동안 금식하겠습니다.
작가: 사흘이 3일인지 4일인지는 알고 계시죠?
나: 아...


첫 약속을 앞두니 흥분되어서 이상한 상상을 하고 앉아있다. 다시 봐도 재미없다. 두근두근대며 브런치집을 검색했다. 주차하기에도 좋고 공간도 넓직한 곳이 있었다.


상호 | 몽비
장소 | 김해시 봉황동 409-21
특성 | #김해도서관 바로 앞. #주차맛집 #팬케이크맛집


더티모닝 플레이트를 시켰다. 팬케이크에 과일에 계란까지 한접시 가득 나오는 브런치 메뉴다. 팬케이크는 적당히 두꺼운데 너무너무 맛있다. 시럽도 있고 버터도 있고 딸기잼도 있는데 그냥 막 다 찍어먹었다.



팬케이크를 좋아해서 집에서 가끔 만들어 먹는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작고 얇게 부친다. 두껍게 먹고 싶으면 얇게 부쳐서 몇 겹으로 쌓는다. 물론 그것도 맛있지만, 두껍게 만들어놓으니 식감까지 살아나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다. 천천히 여유있게 먹으려고 했는데 속도를 냈다. 이따가 만나는 사람이 작가인지 나발인지 나는 모르겠고 그냥 지금 팬케이크를 더 시켜서 배터지게 먹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참았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차가운게 나왔다. 오히려 좋다. 차갑게 마음을 다스리며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다.


얼마전 ‘김해는 삼계탕의 고장’이라는 섣부른 선언을 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드레스덴에서 했던 선언에 버금가는 진중하고 묵중한 선언이었다. 당시에는 신중하게 내린 판단이었지만, 김해에 도착해서 처음 들른 맛집에서 선언을 해버리다니, 이제와 돌이켜 보니 마음이 너무 격하게 움직인 나머지 약간 조급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된다.


그건 취소한다. 김해는 팬케이크의 고장이다.



이따가 만나게 될 작가의 작품을 오랜만에 꺼내읽었다.


제목 | #연애는다음생에
저자 | mopo @100mopo
연애의 정의를 먼저 내려보자. 그저 주관적으로 내게 아름다운 순간만을 연애라고 미리 단정 지어버린다면 더 이상의 진행은 무의미해지니 ‘상호 간에 서로를 자신의 연인으로 인정한 사이인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라고 해두면 적당할 듯하다. 다시 정리를 해보자면 1. 서로를 연인임을 인정해야 한다. 2. 그 둘 사이에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다(특이점 배제를 배제한다.). 17
이렇게 크게 두 가지를 전제해두어야만 글을 읽는 당신과 내가 조금은 더 성실하게 보다 생산적인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선택적 취합을 통해 아름답게만 포장한 연애는 진지하게 말할 필요조차 없는 허상이기 때문이다. 연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더럽고 추악한 모든 면모를 연애 일부로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어느 한 단면만이 아닌 그것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 주사위의 눈금 6이 가장 좋다고 해서 항상 6을 맨 위로 두고 싶겠지만, 통통 튀는 두 사람 사이 사건은 언제나 주사위 굴림의 독립시행이고 6이 윗면으로 나올 확률은 1/6에 지나지 않으며 1이나 2가 나오는 것도 당신이 굴린 주사위의 눈금 값임을 인정해야만 한다. 18


#요즘김해_지금여행 #김해관광 #김해한달여행지원 @gimhea_tour #몽비 #김해여행 #김해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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