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출판머신

K일러스트레이션페어

by 이태원댄싱머신

오랜만에 북페어다. #K일러스트레이션페어 에 초청받아 코엑스에 나왔다. 목요일부터 시작했는데 나는 회사에 휴가를 내지 못해 토요일에 첫 참여를 했다. 이번에는 시트지를 붙이고 바코드 스캐너와 포스 시스템을 연결해서 매출을 관리했다. 그래서 보통 페어가 끝나면 집에가서 바로 쓰러지는게 아니라 매출을 정리하느라 한두시간, 그리고 재고 정리하느라 또 한두시간, 부족한 책은 다시 만들어야 해서 또 몇시간이 들었다. 다음날에는 더 부족한 수면과 함께 하는게 일반적이었다. 이번에는 매출액이 바로 딱 나온다. 오늘(셋째날)은 대략 90만원 정도 팔았다. 어제보다 매출이 높다. 생각만큼 바쁘지는 않았는데 왜 90만원이지? 하고 떠올려보니 꼬깜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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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에 일찍 와서 바나나를 먹으며 기다렸다. 채송아 작가와 리나나 작가 등장. 북페어계의 손흥민과 이강인이다. 누가 손흥민이고 누가 이강인을 따지기는 어려우니 그냥 같이 말한다. 지나가는 사람의 이목을 끌고 미니북을 쥐어주고 간단한 스몰토크를 하면서 취향을 파악하고 마음에 쏙 드는 미니북을 보게 한뒤, 판매 완료. 바코드 찍고 카드 결제까지 해버린다. 나는 옆에서 멀뚱멀뚱. 기분상으로는 별로 안 바빴다. 물론 사람들은 바글바글했지만, 사람 많은 것치고 매출이 별로 없네? 하고 착각했는데, 그냥 손흥민 효과, 이강인 효과였다. 나는 바나나 다 먹고 도넛 먹고 커피 마셨다. (리나나님 감사합니다)


이후에는 타닥이 작가와 문브로 작가가 등장했다. 타닥이 작가는 원래는 좀 소심했다고 들었는데 어디에서 특훈을 받고 왔는지, 조용한 손흥민이 되었다. 작은 목소리로 저 멀리 지나가는 사람가 눈을 맞추며 책을 쥐어줬다. 아무리 멀어도 눈만 마주치면 그냥 막무가내로 책을 쥐어주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독자가 되고 고객이 되어버렸다. 카드 결제까지 완료. 문브로 작가도 처음에는 가만히 있었다, 나처럼. 하지만 손흥민에게 감명을 받았는지 갑자기 비슷한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마구 미니북을 쥐어주면서 활약했다. 이때도 역시 사람들은 바글바글 했지만, 나는 그냥 앉아서 귤 먹고 호도과자 먹었다. (은진님 감사합니다.)


소강 상태가 되었다. 4시 5시 정도가 되면 사람이 별로 없다. 진선이 작가님도 등장했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미니북을 소개한다. 5시가 넘자 나는 조금 돌아다니며 근처 부스도 구경했다. 끝날 때가 다 되었고, 나는 그냥 앉아서 빵 먹었다. (느린호수님 감사합니다.)


독자와 만나는 시간은 항상 즐겁다. 이전에 우리 책을 읽어봤다는 독자, 서촌에서 #찾아가는미니북전 을 보았다는 독자, 처음 봤는데 너무 귀엽다는 독자. 미니북의 삼대독자다.


사람은 바글바글했지만, 꼬깜단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하는 동안, 나는 그냥 간식 먹으며 놀았다. 저녁은 문브로와 타코를 먹었다. 그냥 직장인 아저씨인줄 알았던 문브로의 옛날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글을 쓰게 되었고 책을 쓰게 되었는지. 너무 재미있어서 뭘 먹는지도 모르고 시간이 흘렀다. 그 비싸고 맛있는 타코를 사먹었는데, 이야기 듣느라 맛도 못 느꼈네. 암튼 맛있었다.


저녁에는 좀 쉬려고 했다. 그런데 꽃기린이 또 앞으로의 북페어 계획 및 우리 서점 계획에 대한 회의를 하자고 해서 좀 쉬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격론을 펼쳤다. 사실 북페어 준비할 때는 잠을 거의 못 잔다. 좀 무리를 하는 것 같다. 오늘은 토요일이고 피로가 누적되었는데 꽃기린은 흥분해서 마구 사업의 미래를 떠들었다. 사실 그럴만하다. 요즘엔 거의 사흘에 한번은 제안을 받는다. 하루는 기업에서 또 하루는 공공기관에서... 누구랑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건 거절하고 어떤건 받아들일까. 어제 타닥이님과 이야기하고 오늘 문브로와 이야기하며 많은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은 대토론. 아 좀 자고 싶은데 자꾸 회의다.


내일은 이제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더 재미있게 해야지. 구경도 조금 해야지. 잘 마무리하고 쉬어야지. (하지만 해야할 일이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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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이다. 설치하는 날, 첫째날, 둘째날은 부재였고, 어제와 오늘 이틀만 참여했다. 그래도 잘 돌아갔다는 게 신기하다. 물론 포스 시스템을 새로 도입해서 많은 꼬깜단 작가님이 땀을 흘렸다고 전해들었다. 얼른 매뉴얼을 만들어야지. (이렇게 생각해놓고 일단 미루고 있다. 다음 북페어 전까지 만들 예정이다.)


미리 도착해서 부스를 정리하고 있는데 어제 보았던 강릉 #지킴이문구점 팀에서 보러왔다. 알고 보니 #깨북 도 한팀이었다. #고양이산 이 입고되어 있어서 우리를 알고 있었다. 해외 페어를 고민하고 있다고 해서 알고 있는 이야기를 간단히 나누었다. 지류를 다루는 팀이나 일러스트를 다루는 창작자는 특정 언어,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말고 여러 나라를 다녀야 한다. 다니다 보면 자극을 받는다. 동네에서는 한국에서는 조금 뛰어나 보여도 해외로 나가면 더 특이한게 있다. 그래서 해외 페어를 적극 추천드렸다. 우리도 자극 받으러 해외 페어에 나가는데, 내가 좀 오만하고 자만이 가득한 스타일이라 왠만하면 놀라지 않는다.


오전에는 진수 작가와 유라 작가가 함께 했다. 진수 작가는 원래 북페어 머신이자 북페어 붙박이에 가깝다. 사흘이면 사흘흘, 나흘이면 나흘, 뭐 먹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화장실도 안 가고 도파민만을 영양분 삼아 고개과 만나는 사람이다. 요즘엔 다른 꼬깜단에게 기회를 주자는 취지, 그리고 진수 작가도 인간인데 쉬어야 한다는 취지로 몇시간만 북페어 자리를 지키도록 강제/권유/설득/종용 하고 있다. 아마 좀이 쑤실 것 같다. 유라 작가는 부산바라기 캐릭터로서 BUSAN 이라 크게 적힌 옷을 전투복이라 부르는데, 이날도 전투복을 입고 참전했다. 항상 뭘 더 도울 수 있을까만 전전긍긍하며 생각하는 소중한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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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날 중요한 걸 했다. 나는 북페어에서 독자를 만나는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우리 꼬깜북을 누가 사갔다는게 너무 신나고, (팔린 책의) 작가님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고 싶어서 좀이 쑤신다. 그래서 가능하면 인증샷을 찍으려고 한다. 하지만 워낙 소심한 나머지 북페어를 시작하면 첫날은 쑥스러워서 말을 못 꺼낸다. 둘째날이나 셋째날 정도가 되면 사진을 찍는데, 이번엔 북페어가 오랜만이라 셋째날까지도 사진을 못 찍었다. 이때 구세주 진수 작가에게 우리 사진 찍어야 한다고 요청했고, 역시 북페어 머신인 그는 아주 바쁘지 않은 한, 독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독자에게 미니북을 들어달라고 요청하고 나서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게 참 어렵다. 그래도 마지막 날 진수 작가님이 멍석을 깔아주셔서 소중한 독자의 구매 인증샷도 여럿 찍었다.


오후에는 희옥 작가와 선이 작가가 함께 했다. 둘다 꼬깜단으로 미니북을 만들고 처음으로 참여하는 북페어지만, 며칠전에 이미 경험이 있어서 바로 적응했다. 마지막 날에는 사람이 원래 별로 없는데 역시 4시 정도가 되자 유동인구가 확 줄었다. 매출액은 50만원 정도. 어제(셋째날)의 절반 정도다.



6시가 끝인데. 빠른 팀은 5시부터 정리를 시작했다. 대부분 5시30분 부터는 정리. 우리는 조금 더 이따가 6시 조금 전부터 정리를 시작했는데, 진선이님과 희옥님의 도움으로 6시 15분에 완료했다. 책이 다 작으니 상자에 후루룩 넣고, 호다닥 넣고, 촥촥 닫으면 끝이다. 시트지도 다 뜯었다. 미니북은 캐리어 2개에 다 들어갔다. 그런데 의자 같은 작은 가구 때문에 주차장까지 2번 왔다갔다 해야하나 걱정했는데 (코엑스니까 주차장과 전시장까지 10분 넘게 걸린다) 이것도 희옥님과 진선이님이 하나씩 들어주니 그냥 한번에 이동 끝. 최고다(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케이일러스트레이션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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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바빠도 짬을 내야한다. 페어에 참여하는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이다. 언제 내 부스를 비우고 다른 부스를 구경할 것인가. 나는 글에 관심이 있고 일러스트에는 비교적 관심이 덜한 편이라, 빠르게 볼 수 있었다. 부스가 너무 많으니 어차피 다 보지는 못한다. 빠르게 걸으며 혹시 책이 있나 살펴보았다.


처음 만난 건. #상상이상 @tkdtkd.dltkd 상상이상을 영타로 치면 인스타 주소가 된다. 웹툰을 그리는 창작자인데 작은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앞부분 몇페이지는 웹툰이 그려져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종이는 직접 쓸 수 있는 노트였다. 손으로 다 만들었다고 해서 구매를 결정했다. 내가 산다고 하자 작가는 기뻐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마음이 놓였다. 사람들이 우리 미니북을 산다고 할 때마다 너무 기뻐서 인증샷을 찍는데 내가 너무 귀찮게 하는건 아닐까. 독자가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의 입장이 되어본거다. 내가 작은 다이어리를 산다고 했을때 작가가 좋아서 사진을 찍었고, 그러니까 내 기분은? 괜찮았다. 내가 이 작품을 산게 창작자를 기쁘게 했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다. 특별히 부담스럽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찍는건 좀 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렇게 포즈를 취해주세요... 까지 요구하니까;;;;;


그리고 또 많은 부스를 지나갔다. 또 책이 있는지 보면서도 빠르게 걸었다.


다음에 만난건 #지킴이문구점 @the_moment_gn 내 눈길을 끈건 작은 큐브형 메모지였다. 뭐든 작으면 귀엽다. 메모지는 너무 귀엽긴 하지만 작아서 사실 어떻게 써야할지는 모르겠다. 대신에 노트는 매우 유용해 보였다. 자투리 종이로 만든 노트였는데, 인쇄소와 협업했다고 한다. 책을 만들고 노트를 만들고 나면 꽤 커다란 자투리가 남게 되고 이걸 모아서 노출제본으로 노트를 만드는 거다. 노출제본이니까 당연히 엄청 이쁘고. 크기도 3가지 있었는데, 나는 제일 작은걸 골랐다. 여기에 글 쓰고 그림 그려야지(맨날 이렇게 마음 먹으면서 노트만 늘어난다.) 가격도 저렴했다. 우리처럼 여기도 팀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또 오랜만에 북키스 @bookiss_insta 를 만났다.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면,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북키스는 전부터 #찾아가는미니북전 에 함께 했다. 지금 말고 1회 말이다. 총 50종의 미니북으로 시작했던 작고 소중했던 그 전시. 전설의 시작에 북키스도 함께 했다. 그런데 그와중에, 겨우 50종인 그 와중에도 중국, 대만, 일본 작품이 하나씩 있었다. 나름 국제 미니북전의 형태는 갖추었던 거다.


북페어에서 독자와 대화하는 방법을 매뉴얼에 정리해놓고 있는데, 내용을 조금 추가했다. 꼬깜단이 다 같이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적어놓으려고 노력한다. 우리 부스에 와서 책을 보거나 눈을 마주치면 그때 말을 거는데, 멀리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는 주의를 끄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 '미니북 보고 가세요~' ‘미니북 보러 오세요~’ 이런 말을 하지 않는 거다.


이런 고자세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자신감이다. 미니북은 그 자체로 희귀하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서 온다. 부스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에너지는 부족하다. 미니북은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미니북을 일단 봤다, 혹은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면 정확히 그 사람을 향해서 미니북을 건네거나 한마디 하면 된다. 받는 사람이 없는 말은 하지 않는게 좋다.


두번째는 효과다. 소득이 별로 없다. 조금 더 부연 설명하자면, 브로드 캐스팅, 관심 없는 사람에게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면 전환율이 낮다. 구매로 연결되기 어렵다는 뜻. 미니북은 누구나 다 마시는 커피나 누구나 다 먹는 김밥이 아니다. 취향 소비 성격이 강한 ‘자기 선택형 콘텐츠’다. 몇초이상 쳐다보았다거나 판매자와 눈이 마주칠 정도라면, 시그널이라고 볼 수 있다. 구매 가능 시그널, 대화 가능 시그널.


며칠간 고생했고 즐거웠고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많은 결심을 했다. 결심은 적당히 해도 되는데 자꾸 일을 벌인다. 앞으로 일주일은 꽤 바쁠 것 같다. 바쁜 것만 끝나면 진짜 쉬어야지. 잠도 많이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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