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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4. 2019

대중적인 책을 대충 읽다

 _황지현 「지우개 같은 사람들이 나를 지우려 할 때」

나는 책을 제목으로 고르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오해말기 바란다. 많은 힐링 에세이들이 가지고 있는 딱! 그 느낌이다. 내가 싫어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나는 책의 본질에 주목한다. 책은 본디 인테리어다. 그래서 책을 구매할 때는 그 본질적인 가치에 주목하지, 제목에 현혹되어 사지 않는다.


이 책은, 내가 나름대로 세운 기준인데, 넓은 의미에서의 「언어의 온도」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담은 책. 그렇지만 좁은 의미에서의 「언어의 온도」는 아니다. 별 의미도 없는데 불티나게 팔리는 책.


어떻게 이런 글을 출판사에서 내주었을까, 생각을 하면서 검색을 해보니 아래와 같은 설명이 보인다.


페이스북 좋아요 11만명, 인스타 그램 12만 독자의 뜨거운 공유! 
4년간 때로는 친구처럼, 언니처럼, 동생처럼 저자 황지현과 독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담은 진솔한 공감의 기록! 
아무도 모르는 ‘나’ 혼자만의 고군분투의 흔적들이 ‘그대’에게 작은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소망하며 적어 보낸 선물 같은 글을 이제는 책으로 만나 보자!


출판사의 서평이다. 그렇다. 사람들이 좋아한다. 좋아요 누를 만큼 좋아한다. 아쉽지만 나는 대중적인 취향이 아닌 것이다. 그래도 대중적인 취향을 한 번 느껴보았다는 것을 위안 삼는다.


그래도 좋았던 부분이 있다.


"넌 원래 안 그랬잖아?"
누가 내게 이런 말을 할 때, 나는 '원래'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고 듣는다. 저 '원래'는 나의 어떤 점을 대변하고 있는 걸까?


내가 가장 선호했던 연필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그 연필이 편하고 좋을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내가 지워졌을 때 이런저런 연필들을 쥐어 본 뒤 가장 좋은 한 자루를 선택해 나를 그렸던 것처럼, 그 사람도 다른 사람의 연필을 빌리지만 말고 자신에게 맞는 연필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지우개가 나타나 나를 지우려 들지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해서 나를 다시 그리기 위한 시간과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제 고작 첫 발을 땠을 뿐 아닌가!
이 책을 읽으신 모든 분들이 자신에게 맞는 연필을 찾아 손에 힘주어 꾹 쥐고서, 자국마저 선명한 그림을 담대히 그려 나가시길 응원한다.


특히 마지막 부분이 괜찮다. 이 글 때문에 책 제목을 「지우개 같은 사람들이 나를 지우려 할 때」라고 정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맨 앞 두 글자를 지운다면 더 시원할 것 같다. 역시 나는 대중성과 거리가 멀군.


 대충 읽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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