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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8. 2019

날카롭고 폭력적인

 _김규항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주의!! 일반적인 서평과 달리, 이글은 매우 공격적이고 폭력적입니다. 혐오 표현도 미세하게 존재합니다.


「B급 좌파」로 유명한 김규항의 새로운 글이다. 양장본의 고급스러운 표지가 너무 이뻐서 샀다.


「B급 좌파」는 재수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김규항은 어린이 관련 글, 교육 관련 글을 많이 썼고, 기독교 관련 글도 유명하다.


'정치 의식'을 초월한 듯 행동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경제 의식' 아래에 머물 뿐이다.
 _김규항 「B급 좌파」


지식인의 역할이 바로 거기에 있다. 세상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정보만으로 당대 현실을 파악할 때, 혹은 그게 모두라고 단정할 때 그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고 알리는 일 말이다. 지식인은 그런 역할을 해내기 위해 특별히 선택되고 교육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1999년의 한국을 파악하는 통찰을 얻기 위해 1999년 한국 이외의 모든 것을 공부한다. 여느 사람들이 사도세자나 장희빈의 사생활을 역사라 여길 때 지식인들은 프랑스 혁명사나 러시아 혁명사를 배우고, 여느 사람들이 이문열이나 김진명을 독서라 여길 때 지식인들은 구태여 촘스키니 부르디외니 하는 사람들을 읽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_김규항 「B급 좌파」


'좌파'에 대한 생각, 비판을 담은 책이었다. 어리버리 하던 십대의 머리 속에 쏙쏙 들어왔다. 그리고 이번에 이 책을 읽었다.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는 아주 짧은 글들을 모았다. 글이라고 하기에는 아포리즘에 더 가깝다. 아포리즘은 흔히 잠언으로 번역하는데, 진리를 표현한 짧은 글, 멋있고 느낌 있는 글이다. 니체가 아포리즘으로 유명하다.


멋지게 살 도리가 없는 세상에서
멋지게 살자고 말하는 건 얼마나 멋진가.
그 무모함은.
 _김규항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사람에겐 최소한의 부가 필요하듯 최소한의 가난도 필요하다. 우리는 부의 부족이 아니라, 가난의 부족 때문에 더이상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못할 수 있다.
 _김규항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하지 않아야 할 일은 반드시 하지 않는 게 좋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때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역시 마음의 평화를 위해.
 _김규항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남 겪는 걸 겪지 않고
남과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이 되긴 어렵다.
 _김규항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그의 글들은 항상 날카롭고 공격적이다. 한편으로 아이와 교육과 인권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위선에 날카로운 칼을 들이민다. 지키려는 가치가 있다면, 공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그의 공격성이 진정성으로 나가오는 이유다.


지배 체제와 불화하지 않으면서,
아무런 오해와 곤경에 처하지 않으면서,
이쪽에서도 칭찬받고 저쪽에서도 존경받으면서,
예수를 쫓고 있다 말하는 건 가소로운 일이다.
그들은 실은 예수의 이름으로 제 말을 할 뿐이다.
 _김규항 「우리는 고독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외롭다」


그렇다. 그의 말대로, 누구에게도 욕먹지 않는다면, 위선이다. 반면, 여기저기에서 욕을 먹으면서도 소신 있게 자기 할 말을 하는 종교인도 있다.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에 쓰던 방법 중 하나는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래도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 또 하나는 인감증명을 끊어 오라고 해서 아무 말 없이 가져오면 내 성도요. 어디 쓰려는지 물어보면 아니다.
 _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 날카롭지만, 그 칼날은 위선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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