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최민석 「고민과 소설가」
시인이 되고 싶어요.
남자친구 SNS에 제 사진이 없어요.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났는데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어요.
다 잘하고 싶어요.
욕심이 많으면 느긋하게 못 살까요?
쓸데없이 진지한 게 고민입니다.
답을 얻기 어렵죠? 죄송합니다. 아마 못 얻을 거예요.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1+2가 3이라는 간단한 말 외에는 그 어떤 이성적인 말도 죄다 시어(詩語)로 들리고, 자신이 겪고 있는 사랑의 고통을 정당화하고 미화시키는 말로 들릴 뿐이잖아요. 그러니 어쩔 수 없어요. 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제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둘이 사랑한다면 만날 거고, 둘이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면 둘 사이에 있는 친구를 핑계로 만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말씀 드릴게요. 좋은 사람이 되길 노력하세요. 매력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신을 가꾸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여유를 가지며 유며를 구사하고, 긍정적인 가치관을 갖도록 훈련하시기 바랍니다. 몸도 건강히 가꾸고, 멋도 부리세요. 유머와 적당한 패션 감각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생각하세요. 될 사람과는 되고, 안 될 사람과는 안 된다. 그리고 내게도 될 때가 있다. 이게 전부예요.
대학생들의 고민은 연애가 태반이네요. 부럽습니다. 아아, 이것이 젊음인가요.
그래서 말인데 제 생각에는 진지한 본인의 모습을 더욱 계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약간씩 농담을 하면 가볍다고 비난받고, 쉴 새 없이 농담을 하면 명랑하다고 좋아합니다. 마찬가집니다. 약간 진지하면 '진지충'이라고 비난하지만, 배려심 있고 사려 깊으면서 진지하면 '배울 점이 있다' '가볍지 않다' '진중하다' '독일식이다!' 하며 칭찬해줄지 모릅니다. '진지한 면'이 캐릭터가 되는 것이지요.
먼저 저는 살면서 잘생겼다는 말은 두 명에게 들어봤습니다. 한 명은 작고한 친할머니이고, 다른 한 명은 질문자님이십니다.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시각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어렸을 적 일찍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셔서 외롭게 지냈던 저에게 잘생겼다며 소설적 상상까지 동원하며 용기를 북돋아주셨던 분은 할머니가 유일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님께서 시적 상상을 동원하여 제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시니 이 칼럼 정말 쓸 맛 나네요.
사랑하는 작가1 : 최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