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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8. 2019

초식동물처럼 사는 우리

 _김어준 「건투를 빈다」

자신의 세계를 확고히 확립해서, 나름의 논리를 설득력 있게 주장하는 김어준의 책이다. 그동안 총수라고 불렸고 요즘에는 공장장으로 불린다. MB정부 시절, 나꼼수가 인기였을 때 처음 팟캐스트를 들었다. 그때 김어준이 MC였던 MBC의 상담방송도 팟캐스트로 너무 재미있게 들었다. 황상민, 강신주, 박사 등이 게스트로 나와서 김어준과 좋은 캐미를 이뤘다. '나는 일반인이다' 라는 팟캐스트도 좋았다. 그러다 어느날 지인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하기도 했다. 내가 나온 팟캐스트, 잠깐 광고ㅎ



그리고 얼마전에 다시 읽었는데, 지금 읽어도 좋다. 김어준, 보통 사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상담 책은 3가지로 나눈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책, 가차없이 폐부를 찌르는 책, 그리고 생각지 못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 이 책은 세 번째다. 그냥 정신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자신만의 언어로 펼쳐놓는 표현이 유니크하다.


투명 케이스가 아주 이쁘다.


일반적인 상담 책처럼, 질문 파트와 대답 파트가 나뉜다. 일단 질문은 아래와 같다.


서울대에 못 가 참 다행이다 
예민해서 남들의 거친 말투를 참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왜 잡초를 뽑다 말고 멍때리는가 
스무 살인데 미래에 대한 갈피를 못 잡겠어요 
10대들에게 고백함
경제적으로 불안한 남친,헤어져야 할까요?
삶에 대한 장악력이란
하면 된다! 아님 말고
남잔데,성형해도 될까요?


그리고 답변은 정말로 이야기 하듯 말한다. 논리적이고 가차 없다.


이 땅에서 어떻게 살 건지는 스스로 깨치는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게 자신이 무엇으로 만들어진 인간인지부터 아는 거다. 언제 기쁘고 언제 슬픈지. 무엇에 감동하고 무엇에 분노하는지. 뭘 견딜 수 있고 뭘 견딜 수 없는지. 세상의 규범에 어디까지 장단 맞춰줄 의사가 있고 어디서부턴 콧방귀도 안 뀔 건지. 그렇게 자신의 등고선과 임계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윤곽과 경계가 파악된 자신 중, 추하고 못나고 인정하기 싫은 부분까지, 나의 일부로,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혀 멋지지 않은 나도 방어기제의 필터링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되는 지점, 그런 지점을 지나게 되면 이제 한 마리 동물로서 자신이 생겨먹은 대로의 경향성, 그런 경향성의 지도가 만들어진다.
행복에 이르는 방도의 가짓수가 적을수록 후진국이다. '747' 과업을 못 이룬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엔 남의 욕망에 복무하는 데 삶 전체를 다 쓰고 마는 사람들, 자기 공간은 텅텅 빈 사람들, 너무나 많다. 당신만의 노선을 찾고 그리고 거기서 자존감, 되찾으시라. ... 오히려 이제부턴 차근차근, 남의 기대를 저버리는 연습을 하라는 거. 남의 기대를 저버린다고 당신, 하찮은 사람 되는 거 아니다. 반대다. 그렇게 제 욕망의 주인이 되시라. 자기 전투를 하시라. 어느 날, 삶의 자유가, 당신 것이 될지니.
사람이 나이 들어 가장 허망해질 땐, 하나도 이룬 게 없을 때가 아니라 이룬다고 이룬 것들이 자신이 원했던 게 아니란 걸 깨달았을 때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건 그렇게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그 기본 태도에 관한 입장이어야 한다. 우린 그런 거 안 배운다. 대신 성공은 곧 돈이라는 거, 돈 없으면 무시당한다는 거, 그 경쟁에서의 낙오는 인생 실패를 의미한다는 거, 그렇게 경제논리로 일관된 협박과 회유로 훈육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는 초식동물처럼 산다. 초식동물의 군집은 가장 뒤처지는 놈이 포식자의 먹이가 되어 나머지의 안전이 잠정 담보되는 시스템이다. 거기에 공적 신뢰 따윈 없다. 결국 끝줄에 서지 않으려 끊임없이 서로를 경계하며 두리번거리는 왜소하고 불안한 낱개들만 남을 뿐,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시도할 겨를도 없고 엄두도 안 날밖에. 우리네 평균적 삶이 그렇다. 여기까진 위로다. 갈피를 못잡는 건 당신만이 아니란 거다.
모든 선택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것다. 사람들이 선택 앞에서 고민하는 진짜 이유는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선택으로 말미암은 비용을 치르기 싫어서다. 당신은 그 관계로써 이젠 정숙한 아내, 윤리적 엄마가 아니다, 란 사실 감당하기 싫다. 그로 인한 죄의식, 불안 비용도 싫다. 반대 선택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 하지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나를 알아가는 것이다. 내 고민과 선택들이 모여서 내 한계선을 형성한다. 나를 알면 그 다음 선택은 (김어준에 의하면) 쉽다.


★★★★★ 자기만의 언어로 자기만의 세계관 구축한 김어준,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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