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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8. 2019

호통상담책

 _김형태 「너 외롭구나」

대학생 때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어찌 보면 처음으로 읽었던 상담책이었다. 개인적으로 상담 책은 3가지로 나눈다. 따뜻하게 안아주는 책, 가차 없이 폐부를 찌르는 책, 그리고 생각지 못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 이 책은 두 번째다. 가차 없다. 무엇보다 질문자의 폐부를 찌른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저자 김형태는 나름 유명인이다. 나는 책만 읽었지만, 책을 친구들에게 추천했고, 역시 나만큼 감명받은 친구들은 김형태가 운영하는 클래스를 듣기도 했다. 1세대 인디밴드를 하기도 했고, 글도 쓰고 연극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나름 예술계의 멘토였는데, 그런 그가. 박근혜 정부 때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2년간 76명의 직원들을 퇴사시켰다. 그 좋은 직장, 예술 관련 공공기관에서 재단 직원이 전부 다 해봐야 40명인데, 76명을 퇴사시킨 거면 정말 대단하다.



암튼 책은 좋았다. 홈페이지에서 개인적으로 상담을 해주었는데, 그 상담을 모아 낸 책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독설 버전이라 할까. 다만 그는 김난도와 달리, 정말 가난하게 살았다.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살았다.


일반적인 상담 책처럼, 질문 파트와 대답 파트가 나뉜다. 일단 질문은 아래와 같다.


부당한 회사 구조, 너무 힘겨워요
도대체 내가 왜 떨어진 거야? 
사회 초년병의 자존심 지키기 
욱하는 성질 때문에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건가요? 
이기고 싶어요


그리고 답변은 대부분 호통이다. 자극을 주는 이야기로 차있다.


외로움은 세상을 움직이는 에너지입니다. 외로움은 떨쳐버려야만 하는 감정의 찌꺼기가 아닙니다. 외로움은 청춘의 쓰디쓴 자양분입니다. 알껍데기 속에서 날개가 혼자 자라듯이, 이 세상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내 작은 방 안에서의 가슴 끓는 청춘의 외로움은 비상하는 날개가 돋으려는 아픔입니다. 그러므로 꿈이 있는 젊은이라면 기꺼이 외로워야 합니다. 인간이 가진 가장 집요한 에너지는 다름 아닌 외로움이며, 희망과 욕망보다 더 강한 에너지가 바로 외로움입니다. 외로움은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가는 데 필요한 필수 자양분입니다.
당신은, 학원에서 들었던 ‘너 잘한다’ 정도의 평가를 그대로 믿고 세상에 나가려 합니다. 그럼 학원에서 너 잘한다 그러지 뭐라고 합니까. 학원은 당신이 돈 내고 다니는 곳이고, 직장은 돈 받으러 다니는 곳입니다. 입장이 완전 반대지요. 학교나 학원은 그래서 세상과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성적이 아무리 좋고, 출석률이 아무리 좋아도, 하루아침에 잘려버릴 수도 있는 게 세상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그 정도는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게 세상입니다.
당신은, 나이가 조금 더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걸 상쇄할 만한 다른 매력이 아직 없습니다. 나이가 많지만 그만큼 더 포용력이 넓고, 이해심이 많고, 리더십도 엿보이고, 신입사원이라도 사내에서 중간자 역할을 잘할 것 같은 가능성이 보였다면 회사에서는 같은 실력이라면 당신을 더 선호했을 겁니다.
나약한 의지에 잔머리 굴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당신이 쓴 글을 보십시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데, 이걸 하면 배고플 거 같고, 저걸 하면 잘된다는 보장이 없고, 돈을 벌고 싶으니 취직도 하고 싶은데 직장은 재미없을 것 같고…… 그 와중에 대학원엘 갈까 유학을 갈까……. 편안한 학생 신분만 연장하려고 하고, 대체 뭘 하고 싶다는 것입니까.
당신의 진로 문제를 짧게 정리해보면, “하고 싶은 건 많지만 고생해가면서까지 꼭 해야 할 건 아니고, 그냥 먹고살 정도로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도 않거니와 또 시시할 거 같아요”입니다. 그런 사람을 받아주는 회사는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만든 영화가 감동적일 수 없고, 그런 사람이 기획한 디자인이 아름다울 리 없습니다.


우리는 원래 스스로를 채찍질하는데 익숙하니까, 그의 말에 수긍하고 스스로를 비하하고 그리고 운동화끈을 고쳐매고 뛴다. 우리는 그렇게 발전해왔다.


★★★☆☆ 그런데 재미있긴 하다



상담책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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