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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댄싱머신 Jul 08. 2019

트렌드가 트렌드

 _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19」

어느 순간부터 ‘트렌드’라는 용어 자체가 트렌드가 되었다. 이 단어만 붙으면 사람들이 지갑을 열기 때문에, 대형서점에서도 이 단어가 들어간 책들만 모아서 테마 매대를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연말에 서점에 가면 다가오는 해의 외식 트렌드, 모바일 트렌드, 경제 트렌드, 마케팅 트렌드, 모터 트렌드, 생활 트렌드 등 각종 분야의 트렌드를 한번에 알 수 있다. 이 책만 몇 권 읽으면 시장의 흐름을 꽉 쥐고 흔들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한 권만 읽어도, 누가 나한테 내년의 트렌드는 어떻게 될 것 같나? 하고 제발 좀 물어봤으면 하는 마음 상태가 되어버린다.



한편, 서점의 다른 코너, 에세이 코너에는, ‘~해도 괜찮아’ 시리즈가 점령하고 있다. 마치 고등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노스페이스 검은 패딩을 입는 것처럼, 사람들은 ~해도 괜찮아 라는 책을 앞다투어 사고 있다. 책들을 대충 훑어보면,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어색해도 괜찮아, 고양이가 있으니까 괜찮아,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 뭘 해도 괜찮아, 괜찮아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등, 주인공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제목들이다. 간혹 베리에이션을 주어서, ‘난 안 괜찮아’라는 제목의 책도 눈에 띈다.



시장의 흐름을 열심히 따라가려는 트렌드와 따라가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 이 두 가지 상반된 유행을 보자면, 과연 우리는 근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공적인 나는 경쟁에 뒤쳐지는 게 두렵고, 사적인 나는 경쟁에 뒤쳐지는 날 위로하고 싶다. 암튼, 트렌트코리아 2019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간단히 (완전 내 기준으로) 서점가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워낙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만 간단히 소개하려고 한다. 설명하려고 하는 트렌드코리아 2019라는 책은 천번 흔들리기로 유명한 김난도 교수가 속해있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만든 책으로, 매해 전년도 예상에 대한 피드백과 내년도 예측을 하는 책이다. 기간이 아주 길지도 않기 때문에 대부분 맞는 것 같다.


플로깅


일단 2018년 트렌드 예측에 대한 피드백을 하는데, 키워드는 소확행이다. 소확행은 작고 소소한 재미를 위해 소비를 하고 행복을 느낀다는 의미다. 소확행은 이제 전국민이 다 아는 용어가 되었는데, 이 책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원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에 나오는 용어인데, 사람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보고 이 용어를 알았을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소확행의 여러가지 예시가 나오는데 이중에서 내 눈길을 끌었던 건 플로깅이다. 영어의 jogging (가볍게 달리다)와 스웨덴어 plokka upp (줍다)의 합성어다.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자 놀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주우면서, ‘아 나는 도덕적인 인간이야.’라며 스스로 나르시시즘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것 같다. 단순한 육체적인 쾌락에 만족하지 않고 정신적인 행복까지 얻으려는 욕심쟁이들이다. 누구나 실행할 수 있고 쉽게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소확행 트렌드에도 딱 들어맞는다.


십리경제


역시 소확행의 일부인데, 동네카페, 동네공원 등 집 근처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트렌드를 말한다. 나만 하더라도, 지금 집근처 카페에서 노트북을 치고 있다. 재미있었던 것은 작년에 했던 예측을 검증하는 방식이었다. 책에서는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의 연구결과를 인용했다. 신한카드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2018년 집근처 500미터 내에서 사용한 경우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신한카드는 집근처에서 소비할 경우 할인을 더 해주는 딥스토어라는 카드를 출시했다고 한다.


내가 사용하는 카드내역이 어떻게 빅데이터로 사용되는지, 그리고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 수 있었다. 요즘 즐겨보는 골목식당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이 있다. 얼마나 사장님들이 준비없이 뛰어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외식업의 신으로 추앙받는 백종원이 사람들을 혼내며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이다. 재미있다. 여기서 나름 시장 조사를 한 분들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먹어보고, 사람들의 시간대별 유동량은 어떤지, 주변 상권은 어떤지, 발품을 팔아서 조사한 분들이다. 백종원은 과거에는 그런 식으로 발품 팔아서 조사를 해야했지만, 요즘에는 인터넷에 다 나와있다고 말한다. 과연 사실이다. 외식업 트렌드를 위한 각종 인터넷 매체와 서적들이 범람하고 있다. 거기에 신한카드와 같은 대기업에서도 이렇게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분석을 하니, 작은 골목식당이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미닝아웃


2018년 소비트렌드로 꼽았던 미닝아웃은 생각보다 약했다. 자신의 취향이나 신념을 소비에 커밍아웃한다는 현상을 미닝아웃이라고 한다. 해시태그를 이용해서 사진을 SNS에 올리고 놀이처럼 번지는 특성이 있다. 동물원에 대한 반대, 성폭력 일으킨 문화계 인사에 대한 반대, 과한 포장에 대한 비판 등이 미닝아웃의 대표적인 예시였다. 책에서 소개한 건 플라스틱 어택이라는 전세계적인 운동이다. 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그자리에서 포장을 다 뜯고 플라스틱 포장재 등을 그 자리에 버리고 오는 운동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이보다는 책에서는 살짝 언급한 했던 ‘여성소비총파업’에 눈길이 갔다. 잠깐 검색을 해보니, 아이슬란드에서 시작된 운동이었다. 하루동안 회사업무나 가사노동, 소비 등을 일절 하지 않음으로서 여성이 사회와 경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책에서도 잠깐 언급만 하고 넘어간 것처럼, 실제로 이루어지기 어렵고, 영향도 미미하다. 다만 특정 회사나 특정 물품에 대한 불매로 집중이 된다면 의미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운동은 이제 파업에서 소비로 넘어가는 것 같다.


세포마켓


이건 2019년 트렌드 예측이다. 브라우저에서 트렌드코리아2019를 검색하면 수많은 유투브 영상이 나온다. 간단한 리뷰부터 챕터별로 자세히 설명하는 영상도 많다. 유투브에서는 상당히 인기 없는 부분에 속하는 북리뷰 부분도 이렇게 많은 영상이 있다니, 놀라웠다. 실제로 많은 지인들도 유투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1인 공급자 중심으로 SNS를 통해서 정보나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을 세포마켓이라고 한다. 다른 채널도 있지만, 대부분 SNS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덕업일치를 꿈꾸는 사람들의 자아실현 수단이기도 하고, 저성장 시대, 수축사회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소규모 사업으로 볼 수도 있다. 아직은 극소수의 인플루언서들이 수익의 대부분을 취하는 전형적인 압정형(ㅗ) 시장구조를 보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듯이 누구나 성덕을 꿈꾼다. 또 시도에 대한 리스크도 적다. 그니까 나도 하고 싶다. 세포마켓.


★★ 예측해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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